,"“한국이 아직도 비자 면제국이 아닙니까?”
어느 미국인이 보낸 의아스러움이다. 미국인이 보기에도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 국제사회에서의 위치 등을 감안할 때 당연히 미국 비자 발급 면제국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생긴 놀라움이었을 것이다.

한번이라도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관련서류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인터뷰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국은 언제쯤 비자 면제국이 될까’하는 아쉬움 혹은 한탄의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구비서류는 얼마나 많은가?

재직증명서는 물론 소득세 납부 증명, 급여명세서, 은행통장 원본, 출장명령서 등 갖춰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껏해야 5분정도 소요되는 인터뷰라도 받을라치면 미리 예약을 한 뒤에도 당일 한두 시간쯤은 잠자코 대기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45달러에 이르는 수수료는 만만한가?

게다가 이번달 들어서는 비자 신청서류도 한층 까다로워져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다. 기존의 질문사항 36개 이외에도 18개 질문사항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A4 용지 3쪽 분량이다.

“초등학교 이후 다녔던 학교의 주소와 연락처, 전공을 모두 기입해야 하고, 남자라면 복무했던 군대 종류와 주특기 등까지도 낱낱이 밝히라고 돼 있더군요. 여행 목적이라면 세세한 일정도요. 그것도 영문으로요.”

신청서 하단에는 신청서 작성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기입하기까지 평균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신청서 대리작성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가 아니라면 기입하는 데만도 최소 1시간은 걸리는 게 보통이다.

미국은 현재 일본 등 29개국을 비자 면제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한국은 과연 언제쯤 미국 비자라는 멍에를 벗어 던질 수 있을까. 미국인도 의아해하는 그 멍에를 말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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