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안내인을 따라 열심히 산을 올랐다. 가끔 뒤돌아보면 광활한 아프리카의 대평원과 멀리 널찍하게 자리한 산들이 눈을 시원하게 했다. 이따금 만나는 무표정한 흑인 목동들이 아프리카임을 느끼게 했다. 30여분을 오른 끝에 이윽고 한 바위에 이르렀다.

바위에는 새발자국보다 훨씬 큰 공룡의 발자국이 음각으로 무늬져 있었다. 바위 측면에 새겨져 있는 디노사우루스의 발자국은 신기했다. 하지만 속으로 우스웠다. 공룡 발자국 몇 개 보려고 아프리카의 벽지인 이 곳까지 오다니. 그러나 관광이란게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번 레소토를 방문한 특별한 목적이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오는 길에 들른 것이다. 세계에는 다른 한 나라에 의해 에워싸여져 있는 독립국이 셋 있다. 남아공 안에 있는 레소토 왕국이 그 하나이다.

레소토는 지정학적인 위치도 특이하지만 그 밖에도 여러 특징이 있다.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토가 작은 나라 중 하나라는 것. 그 크기가 벨기에 정도이다. 바다가 없고 국토의 제일 낮은 지역도 1,000m가 넘는다. 해발 3,275m에 도로가 있기도 하다.

산악국이다 보니 아프리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서늘하고 춥다. 이불은 덮고 자는데 발이 시리다. 요즘이 가을인데 새벽이면 차 유리창이 완전 성에로 덮힌다.

레소토 국민들을 특징짓는 민속의상이 칼라풀한 담요인 것도 레소토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춥다 보니 레소토에는 열대병이 없다.

레소토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산악에서 하는 포니 트레킹이다. 레소토인들은 여러 종류의 말을 교배시켜 덩치가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산악지형에서 넘어지지 않는 레소토 포니를 만들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높은 승마장이라는 몰리몬투세쪵에서 2시간여 경험한 포티 트레킹도 관광 안내서에서 소개하는 것 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레소토인들을 특징 짓는 것 중 또 하나가 원추형의 밀짚모자 바소토햇이다. 그러나 가을이라 그런지 바소토햇을 쓴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관광상품으로 팔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프리카의 벽지를 찾아 레소토에 갈 때는 상당히 드라마틱한 관광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시들했다. 세계가 급속히 현대화하고 있었다. 지구의 벽지까지도 서구화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민속은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레소토에서 감명깊었던 것은 어느 침략자에게도 굴복하지 않은 그들의 역사와 자존심이었다. 인근의 어느 침략 부족과의 전쟁에서 지지 않았다. 영국인도 레소토만은 함락시키지 못했다. 물론 타바보슈쪵가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만큼 그들이 지혜롭고 용맹하기 때문이었다.

레소토엔 40여명의 교민이 있다. 그들은 그 곳 아프리카의 척박한 레소토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특히 레소토군의 스포츠 단장이자 태권도 교관인 이중기 사범은 레소토의 유지이자 레소토인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산마리노’인 레소토. 그 곳에서도 한국인들의 강인한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성원을 보낸다.
*몰리몬투세 : 지명
*타바보슈 : 천연적 요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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