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가 기념품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자그마한 손거울이 여성들 사이에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손거울의 제작을 주도한 추진위원회에서도 아마 이런 인기를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한국관광학회와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는 공동으로 지난 4월부터 월드컵이 열리는 도시에서 택시기사와 관광관련 종사원들을 위한 친절교육을 개최하고 있는데 손거울과 볼펜을 참가자들에게 기념품으로 주고 있다. 아이들의 조그만 손아귀에도 착 들어가는 앙증맞은 크기의 접는 식 거울이다.

전주에서 친절강의를 담당한 한 교수는 교육을 받는 여성들에게 손거울을 나누어주었는데 그만 인기가 폭발해 버렸단다. 손거울에 대한 인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기도 함께.

지난 몇 차례 교육을 하는 중에 손거울을 더 보내달라고 여러 지역에서 학회본부에 요청을 해온 것을 보면 인기를 실감한다.

거울에는 월드컵이라는 글귀도 로고도 없어 FIFA와 시비 거리도 생길 리 없다. 어린 신랑각시가 한복을 입고 초롱을 들고 다니는 모습으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그려져 있으면서 실용성을 갖춘 점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추진위원회에서는 손거울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서울역이나 월드컵이 열리는 대도시의 기차역 앞에는 FIFA월드컵 기념품점이 들어섰는데, 호기심에서 과연 어떤 기념품들이 있나 살펴본 적이 있다. 가장 흔하지만 인기가 있을 티셔츠, 머그, 볼펜, 축구공 모양의 저금통 등이 대부분이다. 딱히 사고 싶은 상품이 많지 않다.

신문지상에서 광고한 기념품주화는 가보로 모셔 놓고 바라만 보아야 할 정도로 비싸서 서민이나 외국인들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사자니 마땅찮고, 안 사려니 섭섭하다. 월드컵 특수라고 하는데 기념품을 다양하고 실용적인 것으로 만들어 특수를 한번 누려봐야 하지 않을까?

상품의 다양성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한적인 유통채널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월드컵 기념품을 판매하는 서울역 매장도 세워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지방도시의 기차역에는 최근 몇 달 전에야 들어섰다. 10개 도시를 전부 조사하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필자가 사는 대구에는 금년 봄에야 볼 수 있었다.

작년에 일본을 다녀온 교수는 도쿄의 백화점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월드컵 매장을 크게 꾸미고, 백화점 외관에다 대형 플랜카드를 걸어놓고 판매 중인데, 우리 나라 백화점에서는 전혀 월드컵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기존 관광기념품은 품질이 낮고, 특색이 없으며, 끝마무리나 색상 등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한다. 10개 도시의 특색에 맞는 기념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적어도 개최도시만이라도 그 지역 특성을 나타내는 기념품이 있어야 관광객이 살 것이 아닌가.

전국 어디를 가나 똑같은 상품을 선보이기보다는 하다못해 각 도시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라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방문의 해 손거울처럼 휴대하기 편하고 디자인과 포장을 예쁘게 꾸민 기념품을 월드컵 기간 중에 만나고 싶다.

대구계명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ickoh@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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