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너 마리씩 무리 지은 녀석들은 크루즈 선 주위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스피드 경쟁을 벌인다.
칼날 같이 물살을 가르는 돌고래의 날렵한 몸놀림에는 배 위의 것 못지 않은 반가움과 들뜸이 묻어 있어 호들갑스럽기까지 하다. 선미 쪽 무리는 뱃머리에 부딪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몸놀림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도통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초점이 잡힌 여러 대의 카메라를 의식했는지 수면 위로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어느 쪽이 구경꾼이고 구경거리인지는 이미 의미가 없다. 그저 서로를 꺼리지 않고 기껍게 반기는 인간과 돌고래의 교감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

반갑다, 돌고래!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야생의 돌고래와 맞닥뜨린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녀석들의 갑작스런 출현에 돌핀 크루즈(Dolphin Watch Cruise) 선은 금새 흥분으로 출렁대기 시작한다.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열 댓 마리는 족히 넘을 돌고래떼를 향해 배 이곳 저곳에서 탄성과 휘파람, 카메라 셔터가 연달아 터진다. 선장도 이렇게 많은 돌고래를 본 것은 오랜만이라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야생 돌고래는 호주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트스테판(Port Stephens)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다. 40여 년 전 처음 이곳 바다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이래 지금은 포트 스테판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호주의 돌고래 수도(Dolphin Capital of Australia)’라고 불릴 정도로 포트스테판과 돌고래는 강한 상관 관계에 있다.

초기에는 불법 포획도 많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소중한 관광자원이자 인간의 친구로서 잘 보호받고 있다. 약 80마리의 돌고래가 포트 스테판 근해에서 서식하고 있어 언제라도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돌고래와 만날 수 있다. ‘문셰도우(Moonshadow)’호 등 많은 돌핀 크루즈선이 운항되고 있어 돌고래 관광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돌핀 크루즈는 대부분 넬슨 베이(Nelson Bay)에서 출발하는데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왕복 이동시간이 약 1시간 정도 걸리고 나머지는 자연 상태의 돌고래와 함께 할 수 있다. 처음엔 ‘과연 볼 수 있을까’하는 노파심이 마음 한 편에서 꿈틀거리기도 하지만 괜한 기우일 뿐이다.

100번의 항해 중 한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공한다니까 말이다. 설혹 돌고래가 나타나지 않는 한 두 번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남태평양의 짙푸른 물결과 그 보다 더 맑은 하늘빛, 둥근 수평선과 함께 한 크루즈 항해는 절대 후회를 남기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잔잔한 파도의 출렁거림에 몸을 맡기고 30분 정도만 항해하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를 돌고래 떼가 배 주위를 감싸기 시작한다. 때론 서 너 마리에 불과할 때도 있지만 운 좋으면 수 십 마리의 큰 돌고래 떼가 펼치는 야생 돌고래 쇼를 감상할 수 있다.

여름에는 배 후미에 설치된 그물망 속에 들어가 수영도 즐기고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인간과 돌고래가 바다에서 한 판 흥겨운 놀이를 벌이는 것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돌고래뿐만 아니라 고래도 만날 수 있는 3시간 짜리 고래 크루즈(Whale Watch Cruise)도 선택해 볼 만하다.

스탁튼 해변서 신나는 놀거리

스탁튼 해변(Stockton Beach)과 거대한 모래언덕은 돌고래와 함께 포트스테판을 상징하는 자연적 요소다. 30여㎞에 이르는 스탁튼 해변과 호주 최대 규모의 모래언덕이 맞닿아 있어 풍광이 매우 독특하고 시원시원하다. 특히 모래언덕은 그 규모와 형태가 영락없이 사막이어서 탄성 한 두 마디쯤은 절로 튀어나온다. 하늘과 바다, 해변, 사막이 들려주는 4중창 공연이 만들어내는 그 가슴 후련한 경관이란…….

단순히 경치 감상에 그치면 좀 뭣하다. 이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채로운 자연관광 프로그램을 즐기다 보면 두 어 시간쯤은 너무 짧게만 느껴진다. 4륜 구동차를 타고 사막을 맘껏 질주할 수 있는 ‘4WD 투어’는 기본이다. 절벽처럼 가파른 높이 30여m의 모래 언덕에서 샌드보딩(Sand-boarding)과 모래썰매를 즐겨 보라. 스키 못지 않고 눈썰매에 뒤지지 않는 그 스피드와 짜릿함에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자꾸만 모래언덕을 오르내리게 된다.

‘사막투어’ 뒤에는 곧장 맞닿아 있는 해변으로 나갈 일이다. 바다와 사막을 양옆에 끼고 32㎞에 이르는 백사장을 거침없이 질주할 일이다. 맨발 두 어 번 넣었다 뺐다 하면 살포시 모습을 드러내는 피조개를 잡아볼 일이다. 너무 쉽게 너무 많은 조개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 정도로 깨끗하게 보존된 이곳의 자연환경에 시샘까지 생긴다.

더군다나 조개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지만 모두 다시 바다에 되돌려 주도록 한 부분에서는 현명함까지 읽을 수 있다. 관광개발과 환경보존을 동시에 이루고 있는 그런 현명함이 포트스테판을 바다, 돌고래, 사막, 해변 등 자연이 살아 숨쉬는 관광명소로 만들었지 싶다. www.portstephens.org.au

호주 포트스테판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관광청(www.tourism.nsw.gov.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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