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골제 한 쪽에 위치한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문학비에는 ‘김제 들판은 한반도 땅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루어내고 있는 곳이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신라 575년 중국식 한자명인 ‘김제(金堤)’로 바뀌기 전까지는 벽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곳은 과거 기름지고 맛있는 쌀이 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또한 벽골제를 지어 물을 대었던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벽골제에 얽힌 슬픈 전설

이 벽골제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있으나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는 단야 낭자 일화이다.
신라 14년 원성왕때 벽골제의 보수를 위해 토목 기술자인 원덕랑을 김제로 급파하였다. 김제태수의 딸인 단야는 보수를 위해 아버지를 돕다가 원덕랑과 친해지고 연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용의 방해로 번번이 공사가 막히니, 용추에 처녀를 바쳐 용의 노여움을 달래야 했다.

그때 원덕랑의 약혼녀 월내가 원덕랑을 찾아오자 평소 자신의 딸이 원덕랑을 흠모하는 것을 아는 김제태수는 용의 제물로 월내를 삼고, 원덕랑과 단야를 맺어주는 계략을 세우게 된다. 이를 알게 된 단야는 고민 끝에 아버지의 살인을 막고 사랑하는 원덕랑이 월내와 결혼하여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용의 제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를 위해 단야각과 단야루를 세웠으며 음력 9월 그녀의 혼을 위로하는 제를 지내는데, 제삿날 유시와 술시 일몰이 지는 시간에 단야로를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이 벽골제 단지 내에는 벽천 나상목 선생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벽천미술관과 수리민속유물관이 있다. 특히 수리민속유물전시관에서는 농경문화와 관련된 유물과 수리시설, 벽골제의 축조과정 등을 엿볼 수 있으며 김제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만경강 하류 서해에 접해있는 망해사(望海寺)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있는 절이다. 백제 의자왕 2년(642)에 부설거사가 사찰을 지었으나 바다에 무너졌던 것을 조선 선조 22년(1589)에 진묵스님이 다시 지었다고 한다. 문화재 자료 128호인 낙서전이 이곳에 위치해있다. 특히 이곳에 설치된 전망대에서는 드넓은 갯벌과 평야지대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으며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하는 낙조 또한 일품이다.

생명력 넘치는 드넓은 갯벌의 조개

심포항에 가면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크고 작은 어선들이 드나들던 작은 항구였지만 지금은 횟집단지와 함께 갯벌탐사와 조개 캐기를 경험할 수 있는 드넓은 갯벌이 자리잡고 있다.

트랙터를 개조한 경운기를 타고 나가면 생합과 바지락 등 온갖 종류의 다양한 조개들을 품고있는 드넓은 갯벌이 우리를 기다린다. 새벽같이 조개 캐러 나간 아주머니들의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조금만 파내도 금새 물을 뿜어대는 바지락들이 정겹다. 좀 떨어진 곳에서는 특이한 방법으로 생합을 잡는 아주머니들도 있는데, 예전에는 양식도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자연산 만을 채취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이 비싼 만큼 많이 잡히지는 않지만 특히 겨울철에 먹는 생합의 맛은 일품이라고 한다. 구우면서 나온 물과 함께 먹는 구운 생합의 맛도 그에 버금간다.

귀한 문화유적을 보유한 사찰들

드라마 ‘왕건’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모악산에 위치한 금산사를 방문한다면 그 옛날 번창했던 미륵불교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웅장한 위상 만큼이나 엄숙한 표정을 한 미륵존불과는 달리 양옆의 대묘상보살과 법화림보살은 인자한 미소를 지어준다.

미륵전을 지나면 보물 25호인 5층석탑과 적멸보궁을 볼 수 있다. 사리탑을 모시는 이 적멸보궁에서는 불상을 볼 수 없는 점이 특이하다. 김제의 대표적 유산인 이 고찰은 국보 62호인 미륵전을 비롯하여 열 개의 보물과 그 외 중요한 유적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찰이다.

곳곳에 숨겨진 여러 유산들을 돌아보며 자세한 역사나 정보를 원한다면 문화유산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리 김제시청이나 모악산 관리사무소에 예약을 한다면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김제 글·사진=장다정 객원기자 akatowel@hotmail.com

10월3일 ‘김제 지평선 축제’ 열려

김제시에서는 10월3일부터 10월6일까지 ‘김제 지평선 축제’라는 이름의 축제를 마련한다. 벌써 4회를 맞이하는 국내 유일의 농경문화를 주제로 한 축제로 메뚜기잡기 체험, 연날리기, 허수아비 만들기, 물고기 잡기, 갯벌탐사, 망둥어낚시 등 직접 농경문화와 해양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한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오직 한 곳, 김제로 오세요’라는 부제 아래 이루어지는 이 행사는 점점 잊혀지고 있는 옛 기억의 향수를 떠올림과 동시에 새로운 것들을 체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그밖에도 김제시 전통놀이로 각각 지방 민속자료 7호와 10호로 지정된 입석(立石)줄다리기와 쌍용(雙龍)놀이를 즐겨볼 수 있다.

벽골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 축제는 김제의 숨어있는 여러 역사적, 문화적 유산들을 보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서울에서 세 시간 남짓 떨어진 이곳의 황금들녘에서 가을을 맞아 보는 것은 어떨까. 김제시청 063-540-3114. www.egimj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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