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네현 관광의 시작은 이곳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신지코 호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일본에서 일곱 번째로 큰 호수로서 일본의 자연 100선에 뽑혀있는 곳이다. 그 둘레가 무려 45km나 된다고 하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바다라고 단정 짓게 될 정도로 그 규모도 크려니와 요메가시마 섬을 점경으로 한 석양의 경치가 뛰어나, 시시각각으로 석양에 물드는 호면의 아름다움이 일품이라 한다.

경관의 아름다움 이외에도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기수호로서 어패류가 풍부하여 시마네의 주요 특산물과 7대 진미를 자랑케 하는 곳이다. 신지코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이즈모·마쓰에시는 일본신화와 관련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신사, 온천, 미술관 등의 관광명소가 산재해 있다.

일본은 달마다 고유의 신이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신이 없는 달이 있다. 바로 음력 10월이 그렇다. 그렇다면 그 신은 어디 갔을까? 바로 이곳 이즈모타이샤로 출장을 온 것이라 하겠다. 이유인즉슨 음력 10월엔 행복의 신, 결혼의 신을 모신 이 곳에 전국의 신들이 모여 내년의 행복을 기원하는 회의를 갖기 때문이다.

신이 모인다는 달이 돼서였을까. 전통 제사 복식을 갖춘 행렬이 일렬로 신사 본전의 마당으로 들어서는 의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엔 이렇게 연간 72회의 제사가 각 신화의 테마에 맞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결국 모든 달에 몇 차례씩 제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엄숙하고 경건한 표정으로 줄을 지어 본전으로 들어서는 모습들을 보니 신사참배까진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삶 속에서 좋은 인연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을 빌어보게 된다.

시마네현의 현청 소재지인 마쓰에시 관광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마쓰에 레이크라인 순회. 단촐한 배를 타고 마쓰에시 일대를 흐르는 호리카와강을 순회하며 마쓰에시의 주변 경관을 유람하는 것이다. 성읍도시였던 마쓰에의 상징인 마쓰에성 이외에도 많은 사적들이 있는 구 시가지의 풍경 등 이 강 일대의 90%가 400년 전과 똑같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본 고대로의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배를 타고 강가를 순회하는 동안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는 무사의 집들과 주요 공공기관들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수로를 지나는 동안 총 16개의 다리를 지나는데, 그 중 5개의 다리는 그 높이가 무척 낮아 머리를 배 바닥에 바짝 붙어야만 다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간이 뱃사공 아저씨의 “숙여요”하는 소리에 맞춰 배의 지붕이 점점 내려오면 승객 전원이 일제히 고개를 바짝 수그리다 보면 너나할 것 없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뱃사공 아저씨의 주변 경관 설명과 ‘호리카와강의 노래’를 들으며 수로 일대의 운치를 즐기는 동안 50여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아다치 미술관은 회화, 도예, 조각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어쩐지 작품보다는 미술관 내의 정원 풍경이 더 눈길을 끄는 곳이다. 바닥에 깔린 하얀 자갈과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손질된 나무들과 꽃의 조화는 비현실적일 만큼 인공적이다. 경관 보호의 이유로 유리창을 통해서 밖에 볼 수 없는 정원의 모습은 그래서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다다미 방 창문을 통해 보이는 작은 폭포의 모습은 그 자체가 벽에 걸어 놓은 한 폭의 병풍 같다. 이렇게 꾸며 놓은 정원은 미술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그 미적 운치를 돕기 위한 설립자의 뜻이라 한다. 그야말로 ‘어느 것이 그림이고 어느 것이 실제인가’하는 혼란 속에서 작품 감상이 이뤄지는 곳일 듯.

유럽식 정원 안에 세워진 티파니 미술관은 유명한 보석 세공가 티파니의 아버지 루이스 티파니의 작품을 모아 둔 곳으로 가구공예, 보석세공, 스테인드글라스 등 장인의 작품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을 건립할 당시 각 시 사이에서 건립권을 따내려는 경쟁이 치열했다는 얘기가 작품의 소장가치를 말해준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중 유리 4000장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사슴의 창’은 순수 자연광으로 그 빛을 발하고 있어 관람객의 놀라움을 사고 있는 작품이다. 미술관 내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뤄진 교회는 예배당 대신 결혼식장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한적한 산자락에 위치한 유노카와 온천은 일본의 3대 미인천 중 한 곳이다. 이 곳의 물은 표백작용을 하는 붕산 함유량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 뿐만이 아니라 피부미용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그러나 피로회복 및 피부미용에 그만이라는 말은 왠만한 온천을 설명하는 수식어로 붙게 마련이라 생각하며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탕에 들어갔던 기자는 온천욕을 한 후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목욕 후에는 꼭 로션을 발라야 하는 기자에게 조금의 건조함도 느끼지 못하게 했으니 이 정도면 3대 미인천의 대열에 합류할 만하다고 인정하기로 한 것.

유노카와 온천은 화려함은 없지만 일본 온천의 수수한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밤하늘이 보일 듯한 반투명한 천장까지 솟아있는 식물들로 꾸며진 내부는 흡사 작은 식물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도 느끼게 한다. 다다미방에 깨끗하게 깔린 이부자리 옆에 놓인 앉은뱅이 탁자위의 다구로 차 한 잔 타서 마시며 창문 밖의 아담한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니 여독이 차분히 풀리는 듯 하다.

일본 시마네현=임현정 기자 pure98hy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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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화마을입니다”

시마네현을 홍보키 위해 한국을 몇 번 왕래한 적이 있다는 이마즈 가즈오 차창(사진)은 시마네현이 한국의 동해와 면하고 있어 한국의 전통 문물에 많은 영향을 받은 곳이라며 한국에 대한 유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에서는 어감상 ‘시마네’와 ‘시네마’를 헛갈려한다는 것을 듣고 힌트를 얻어 “시네마같은 시마네현을 만들자”라는 좋은 문구도 생각해 냈다며 웃는다.

이마즈 가즈오 차장은 “시마네현에는 아직 뚜렷한 관광패키지 상품이 없지만 앞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재를 부각시켜 시(時)나 전통문화를 배경으로 한 이른바 테마관광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아울러 “시마네현은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일본의 아름다운 전원을 느끼고자 하는 한 사람 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며 앞으로 큰 욕심 없이 꾸준히 시마네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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