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남쪽 끄트머리. 카리브 바다와 호수를 양 옆에 거느리고 길게 늘어선 지형 때문인 듯 마야인들은 이곳을 ‘뱀’이라는 뜻의 ‘칸쿤’이라 불렀다. 그후 멕시코가 만든 철저한 인공의 휴양지로 다시 태어난 칸쿤은 더 이상 멕시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카리브해를 마주 보는 칸쿤의 등장은 순식간에 아카풀코를 왕년의 스타로 만들만큼 신선했으며 누구나 꿈꾸는 휴양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칸쿤은 여러 모로 세계적인 휴양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눈부시게 투명한 카리브의 바다는 오늘날의 칸쿤을 만든 가장 큰 원동력. 보는 방향에 따라 7곱 빛깔 바다 빛이 조금씩 그 색을 달리하며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우리네 가을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높고 푸른 하늘도 바다와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카리브 특히, 칸쿤에서는 맨발로 해변을 거닐어 보지 않으면 안된다. 칸쿤의 바닷가는 모래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보기에는 하얀 밀가루처럼 곱기만 할뿐이지만 양말을 벗고 맨발 차림으로 나서면 물놀이 보다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이 유달리 많은 이유를 체감할 수 있다.

발을 내딪을 때마다 발목까지 부드럽게 빠지는 기분이 질 좋은 찰흙을 밝고 있는 기분 그대로다. 그 위로 찰랑찰랑 발목을 적시는 차가운 바다물은 해변가 산책의 더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반적인 동남아시아의 해변 휴양지에 비해 칸쿤은 매우 건조하다. 반드시 모자와 썬크림을 지참해야할 만큼 태양이 강렬하지만 땀이 그리 많이 나지 않아 지내기가 한 결 수월하다. 군데군데 선인장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채롭다. 먼 나라답게 동양인이 드물다는 것도 이국적인 느낌을 더하지만 미국 본토 수준의 물가를 각오해야 한다.

리조트 시설도 일품이다. 지금의 칸쿤은 30여 년 전 멕시코 에체베리아 대통령이 미국 동해안에서 가까우면서 마이애미에 대항할 수 있는 휴양지로 칸쿤을 주목하면서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이 찾는 칸쿤은 칸쿤 시티가 아니라 동쪽으로는 카리브해를 서쪽으로는 호수를 끼고 길게 뻗은 모래톱이다.

공항에 도착한 후 탁 트인 카리브해가 펼쳐지는 해안도로에 접어들면 거리의 모습은 마치 ‘최신 리조트들의 전시장’을 방불케 할만큼 화려하게 변모한다. 하나같이 바다를 향해 최고의 전망을 뽐내며 들어선 리조트들은 원하는 데로 아무 걱정없이 쉬고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라는 듯 당당하게 늘어서 있다. 리조트 단지 한 곳에는 미국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연상시킬 만큼 잘 꾸며진 대형 쇼핑몰도 운영되고 있다.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휴양지답게 손님을 맞는 사람들의 모습도 한결 여유롭다. 멕시코 시티에서는 언어 구실을 못하던 영어도 칸쿤에서는 웬만한 소규모 상점에서까지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해변 도로를 관통하는 버스가 수시로 지나고 있어 차가 없고 지리에 익숙치않아도 이동에 큰 불편이 없다.

밤이 찾아오면 칸쿤의 리조트들도 새 옷을 갈아입는다. 해가 지고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오면 흡사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호텔의 레스토랑에서는 챙 넓은 모자를 쓴 전통 공연단에 둘러 쌓여 분위기 만점의 저녁 식사를 즐기는 연인들과 데킬라가 찰랑찰랑 채워진 술잔을 높이 들며 흥겨움에 취하는 관광객들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칸쿤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아시아나항공 02-2127-8251
멕시카나 항공 02-775-0463/전미주투어스 02-736-2126

칸쿤을 특별하게 하는 마야의 선물

칸쿤은 주변에 남아 있는 마야의 유적으로 인해 흔한 바닷가 휴양지와도 차별화 된다. 서기 900∼1521년까지 남미 잉카제국과 함께 아메리카에서 가장 발달된 문명과 광대한 영토를 자랑하던 마야왕국의 영화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대형 피라미드와 신전에서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14세기경 의문 속에 몰락하고 말았지만 전성기의 신전, 제물이 될 자를 뽑기 위한 구기장, 마야인들의 천문학 기술을 보여주는 피라밋 등이 보존돼 있는 치센이사(Chichen Itza)는 칸쿤 여행의 또 다른 묘미. 칸쿤에서 서쪽으로 200Km 가량 떨어져 있어 가깝지는 않지만 머나먼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먼 거리만도 아니다.

1988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치센이사 유적지에서는 1년을 형상화해 총 364개의 계단과 1개의 제단으로 만들어진 정 사각형의 캐슬 피라밋(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캐슬 피라밋은 매년 춘분과 추분 날 오후 4시가 되면 태양의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며 피라미드 밑에서 꼭대기에 이르는 커다란 뱀의 환영을 만드는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지름이 50∼60m에 이르고 깊이가 40여m에 달하는 대규모 연못인 세노테(Cenote)도 인상적이다. 세노테에는 각종 도자기·흑요석 등과 함께 인간의 뼈가 출토돼 가뭄이나 흉년이 들었을 때 인간을 제물로 바치던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 칸쿤에서 1시간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아름다운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툴룸유적도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명소다.

상담포인트

■맥시코에서의 쇼핑은 현지 화폐인 페소를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하지만 칸쿤은 환률이 박하므로 가급적 멕시코 시티 등에서 충분하게 환전하는 편이 좋다.
■칸쿤에서는 공항 면세점을 이용할 때도 면세점간의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멕시코의 전통주인 데킬라는 같은 상표라고 해도 상점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나며 은 세공품과 같은 악세사리도 마찬가지다.
■칸쿤에서 쇼핑센터를 이용할 때는 시간을 잘 조정하자. 10시 경 문을 닫지만 그 이전에 문을 닫는 곳도 많다.
■칸쿤의 공중전화에서는 국내에서 구입한 선불 전화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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