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어시간 정도 황토길을 지나온 후 도착한 봉황고성의 느낌은 옛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반면 중국 특유의 분주함이 눈에 띄었다. 돌로 된 수문 다리에는 항상 묘족 사람들로 넘쳐 났다. 채소 바구니를 든 중년의 아주머니, 아이를 업고 바로 집 앞에 있는 탁강에서 빨래하는 아줌마 등이 자연스럽게 관광객들과 어울린다.

이곳을 감싸 안은 것은 탁강. 탁강의 유래는 묘족의 말에서 따왔는데 뱀이 지나가듯 구불구불한 지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날렵하게 빠진 8~10인승의 나룻배를 타고 탁강 수면 위를 유유히 흘러가다 보면 3~4층 규모의 옛 건물을 볼 수 있다.

배를 타고 옛날 기와 가옥과 현대 건축물이 혼합돼 있는 모습과 황금 햇살을 마주하면서 굽이굽이 흐르는 탁강의 저편까지 갈 수 있다. 이에 일행들의 입에서 ‘중국의 베니스’라는 감탄사가 되풀이됐다. 베니스와 마찬가지로 수상도시의 형태를 띄고 있다.

봉황고성은 관광지로서 매력을 갖고 있지만 한국인 관광객의 본격적인 여행지는 아니다. ‘손이 타기 전’이라서 그럴까. 보트에 몸을 싣고 탁강의 지류를 노닐 듯 스르르 움직인다. 삿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공의 느긋한 몸놀림이 시간에 맞춰 기계적으로 일정을 진행하는 것 같지 않아 편안한 느낌이다. 예전에는 벽돌로 되어 있던 탁강 옆의 건축물이 지금은 시멘트로 발라진 현대적인 모습과 혼재돼 새로운 공예품 거리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

시내의 공예품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중국의 대문호인 심종문 문인의 생가가 나온다. 유명 문인의 생가 그리고 만주족 군벌의 생가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소박하다. 심종문 문인은 한국에도 그의 대표작인 ‘변성’과 ‘장하’ 등이 번역돼 출간되어 있다.

마침 이 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추석을 머지 않던 때라 추석과 심 문인 탄생 기념을 기념하고 여러 선인들을 기리는 축제가 탁강에서 열리고 있었다. 주민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 가운데 강에서는 보트 경주도 열리고 그네들의 좋아하는 폭죽도 빠지지 않았다.

일명 공예품 거리로 불리는 이 곳은 근방에 있는 초기 중화민국 시대의 양가장 장군의 생가가 위치해 있으며 멀지 않은 곳에 중화민국 초대총리였던 능회령의 생가도 명청 시대 고유의 건축 양식을 살펴보는데 적합해 보인다.

작은 만리장성 남방장성

평야에 유독 외롭게 따로이 서 있는 고성들을 보기 위해 찾아간 곳 봉황. 봉황현은 황실교성과 남방장성이 위치해 있다.
봉황은 상서자치구 수도 길수시에서 남쪽으로 53km에 위치해 있으며 성곽의 동쪽과 북쪽에는 완전하게 보존된 고성루가 있고 성문 내에는 천왕묘, 회룡각, 고성루 등 경관이 있다.

이 지역의 관광 명소인 황실교성은 길이가 686m로 당대에 축조됐다. 새롭게 축조해 1750년대 이후 토성이 아닌 석조 건물. 현재 주로 묘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황실교성은 당시 현성이었으나 나중에 옮겨가면서 축조된 곳은 남방 토성(남방장성)이다.

이 곳은 명, 청 시대의 풍모를 보존하고 있고 성 밖에는 당대에 건조한 황사 고성루와 명대의 남방장성이 보존돼 있는 곳이다. 명, 청대에 축조한 황실교성의 첫 느낌은 낙안읍성의 분위기다. 낙안읍성처럼 소수민족이 현재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

남방장성은 묘족의 반란을 막기 위해 축조된 성벽이 190km에 이르는 유적이다. 남방토성은 남방 장성의 다른 이름이다. ‘남으로 남으로’ 장성을 넓혀간 남방 장성은 ‘작은 만리장성’ 격. 이 곳에서 중국 왕조의 전형적인 성 축조술을 엿볼 수 있지만 규모 면에서는 만리장성을 못본 사람들에게 분위기만을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무릉도원 본류 도화원

상덕에 위치한 도화원풍경구는 진나라 시기 무릉 사람들이 전란을 피해 은거했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쓴 ‘도화원기’에는 백성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고장으로 묘사돼 있다.

상덕은 물산이 풍부하고 경치가 수려해 어미지향과 관광 명승지로 이름이 유명하다. 중국의 여기저기서 무릉도원의 본류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도화원이 위치한 이 곳은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승인받은 곳이다. 도화원 경내에는 고목이 하늘 높이 솟아 있고 화초의 향기 그윽하다. 돌층계와 오솔길, 정자 등이 산의 풍경과 더할나위 없이 어울린다.

진인촌 4개 부분으로 나뉜 이 관광구는 매년 3,4월이 되면 복사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 도화원 풍경구는 도화산, 도선령, 도원산, 진인촌 4개 부분으로 나뉜다.

봉황고성·남방장성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중국호남성여유국 / 중국국가여유국 한국사무소 02-773-0393

상담포인트

■어느 북경 여행상품에서는 아예 항자 투어(골목 투어)가 일정 전부를 차지할 정도로 흥밋거리가 풍부하고, 중국 서민 생활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일정이다. 아직 한국 여행시장이 본격적인 상품 개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유일한 곳이지만 눈여겨볼 만한 코스도 분명 있다. 호남성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유명 식당가가 위치한 공예품 거리를 중심으로 항자 투어를 짤 수 있으며 관광일정은 한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탁강에서 보트 일정이 추가되면 반 나절 일정의 관광 일정으로서 충분하다”며 현지 가이드가 귀띔한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공예품 거리는 명·청대 가옥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짐작케 한다. 공예품 거리에는 청대 말에 태어나 중화민국 초기에 활약하던 문인 심종문의 생가, 정치인 능회령의 생가 등이 보존돼 있고, 양씨 가문의 종가가 있어 길수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