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다시 관광객이 줄 선 현지 거리
투어 참가자 중 다른 랜선투어 참여한 사람도

60인치 TV화면으로 연결해 랜선투어를 시청했다. / 여행신문 CB
60인치 TV화면으로 연결해 랜선투어를 시청했다. / 여행신문 CB

명색이 여행기자인데, 랜선투어 한번 안해보면 되겠나. 해외 유명 관광지의 방역시스템은 어떤지도 파악할 겸 피렌체 랜선투어 결제 버튼을 눌렀다. 퇴근길이 굉장히 설레었다. 퇴근이라서가 아니라, 익숙한 지하철 공간이 마치 공항철도 플랫폼처럼 느껴져서 그랬으리라. 나를 돌아봤다. 아무런 배낭도 메지 않았으며, 복장은 원래 입던 대로였다. 들뜬 마음에 3년 전 피렌체에 막 도착했었을 때처럼 슈퍼에 들러 과일과 주전부리들을 한가득 사서 집으로 갔다.

밤 9시, 여행사가 투어 시작 30분 전에 보내준 유튜브 링크로 입장했다. 노트북과 연결한 60인치 TV로 깔끔한 화질의 시뇨리아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현지 거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이맥스로 보는 듯했다. 몇몇 현지인들이 마스크를 끼거나 벗은 채 카메라를 보고 지나칠 때면, 코로나19 이전에 방영했던 기행 프로그램들과는 확실히 다른 현장감을 느꼈다.

코스는 우피치 미술관, 두오모 성당 등 가이드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였으며 1시간30분 정도 진행됐다. 자유여행을 떠났던 피렌체, 다 알 줄 알았더니 여행하는 동안 보이지도 않았던 건물들이 보였다. 가죽쇼핑에 정신이 팔려 중요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던 건물과 조각물들은 가이드의 해설을 듣고 나서야 눈에 들어왔다. 가이드가 시청의 천장 장식을 카메라로 비추며 설명을 이어갔을 때는 고개가 아프지 않았다. 예전 투어를 다닐 때에는 같이 목을 한껏 젖혀 한참을 바라봤어야 했지만, 잠옷을 입고 편안하게 바라보며 설명을 들었다.

투어 참여자가 실시간 댓글로 궁금한 점이나 코멘트를 남기면 가이드가 즉답해 줬다. 댓글로 활발하게 참여한 사람 중에는 코로나19 발생 전 피렌체를 여행했고, 그리운 마음에 신청한 경우가 몇몇 있었다. 가이드가 한 카페에 들어서자 채팅창에서는 ‘여기 기억난다’라며 바로 반응을 보였다. 화면 속 카페 직원들은 마스크를 다 착용한 채 방역패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다른 랜선투어를 이미 경험한 참가자도 있었다. 화면에 다비드상이 나오자 ‘다른 랜선투어에서 봤다. 다비드의 놀란 동공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라며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현지는 다시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두오모 성당에는 입장하려는 관광객의 줄이 길게 나 있었다. 베키오 다리 상점 거리에서는 행인 약 스무 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한두 명뿐이었다. 한 투어 참가자는 댓글로 ‘코로나19 초창기에 이탈리아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관찰하는 형식의 예능이나 기행 TV프로그램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곳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었다. 랜선투어가 여행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 때에도 각자의 사정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탈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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