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300원 육박, 코로나 초기 이후 처음
환율에 민감한 여행·항공업, 영업이익 악영향
금리·물가인상에 여행심리 얼어붙을까 ‘촉각’

여행업계가 환율·금리·물가 ‘쓰리고’와 맞닥뜨렸다. 본격적인 여행재개를 앞두고 지상비 상승으로 인한 여행사 수익률 악화, 항공사 원가 부담 가중, 여행심리 위축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달러화의 독주가 거세다. 원화를 포함해 엔화, 유로화 등이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기준율 기준 5월9일 원·달러 환율은 1,277.50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초기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2020년 3월20일(1,29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 장기화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현재 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예약률 변동은 미미하다. 달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미주 예약 대부분이 하와이·괌·사이판 등 허니문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현재 미주 노선의 실제 예약은 대부분 허니문 고객층이라 지속적으로 예약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나투어의 4월 허니문 예약에 따르면, 하와이(57.7%), 괌(14.8%), 사이판(8%) 등 미주 지역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선방했다. 다만 일부 인센티브에 한해 연기된 사례도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미서부·캐나다의 경우 6월 진행 예정이던 몇몇 인센티브 예약이 환율상승과 유류할증료 인상 등으로 9~10월로 미뤄졌다”며 “여행상품의 규모를 축소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항공좌석 확보와 판촉 프로모션 등에 집중하며 고객 접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랜드사에 현지 화폐로 지상비를 지급해야 하는 여행사로서는 환율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고객에게는 원화로 받고 랜드사에는 달러화로 지급해야 하는데, 한두 건이 아니다 보니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여행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지상비는 평균 환율을 정해두거나 정산 시점에 따라 변동된 환율을 적용하는 등 거래 조건에 따라 상이한 방식으로 계산한다. 단기간에 환율이 급등하는 경우 변동 환율을 적용할 때 여행사 타격이 더 큰 셈이다. 거래 편의를 위해 미주 지역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달러화로 지상비를 계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한 골프전문여행사 관계자는 “몇 달 전 결제를 완료한 단체 손님이 출발을 앞두고 있는데 최근 환율이 너무 올라 부담”이라며 “현지 업체와 지상비 조율을 하고 있지만 마음 같아서는 고객에게 사정을 말하고 추가 비용을 더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첫 단체고객이라는 상징성과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떠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인상도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5월4일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고, 이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가도 치솟았다.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전년동월대비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해외단체여행비 물가지수는 코로나 직후인 2020년 4월 전년대비 7.1% 감소한 이후 매년 동월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본격적인 여행재개 움직임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쓰리고’가 반영된 시점부터는 증가폭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리·물가 인상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한 여행 커뮤니티에는 “환율이 올라서 해외여행과 면세쇼핑을 포기했다”, “미리 환전해놓기를 잘했다”는 엇갈린 반응도 나왔다. 코로나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기를 기대하는 여행업계는 혹여 여행심리가 다시금 얼어붙지는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가 상승으로 인한 고충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환율과 유류비는 영업실적만큼이나 항공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환율 및 항공유 상승과 같은 영업비용 증가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행경비의 큰 축을 차지하는 항공운임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여행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행상품을 구성해야 하는 랜드사들의 부담도 크다. 한 동남아 랜드사 관계자는 “현지 물가가 많이 오른 상태이지만 소비자의 가격저항을 우려한 여행사들의 요구와 여행수요 회복 차원에서 마이너스를 떠안고 행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