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행신문 대표이사 김기남
(주)여행신문 대표이사 김기남

모든 게 순간이었다. 어느 날 감염병이 돌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로 퍼졌다. 화성에 탐사 로봇을 보내는 21세기 첨단 과학도 속수무책이었다. 숫자로 보면 훨씬 잔인하다. 2020년 1월 251만명이었던 출국자 수는 2월 104만명으로 줄더니 3월에는 14만명, 4월에는 3만1,425여명으로 꼬꾸라졌다. 2019년 2,871만명을 기록한 연간 출국자 수도 2021년 122만명으로 추락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다음 해인 1990년의 156만명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여행은 실종됐고 데이터는 20세기 시절로 돌아갔다.

국경이 막히고 공항이 멈추면서 여행은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졌다. 2년 반의 투병 끝에 다행히 의식은 회복했지만 여행은 여전히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 중인 중국은 중환자실에 머물러 있고 보수적인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은 간신히 일반 병실로 옮긴 정도다. 올해 5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31만5,945명이다. 2019년 5월에 비하면 13% 정도에 불과하다. 인바운드도 마찬가지다. 5월 입국자는 17만5,922명으로 2019년 5월의 12% 수준에 그친다. 통원 치료라도 가능한 체력을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막상 퇴원을 한다 해도 끝이 아니다. 여행이 사경을 헤매는 동안 저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질 여행을 전망하고 예상했다. 팬데믹은 안전이라는 화두를 가져올 것이고 목적지 선택과 예약은 물론 실제 여행 행태도 과거와는 크게 변하리라 내다봤다. 여기에 전쟁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환율, 증시, 가상화폐 등 병원 밖 세상은 이미 또 다른 전쟁터로 변해 버렸다.

항공료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국내 여행의 활성화로 호텔은 외국 관광객에 목을 매지 않는다. 항공 공급 회복은 시간이 필요하고 입국 시 음성확인서 제출 등 걸림돌도 남아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상담부터 가이드까지 현장의 일손도 턱 없이 부족하다. 이 와중에 홈 쇼핑에 의존하는 여행 상품 유통과 저가 덤핑 상품도 고개를 들고 있다. 50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항공과 5성급 숙소에 각종 특식이 포함된 베트남 5일 여행이 가능하다며 연락처만 남기라는 호스트의 권유가 전혀 반갑지 않다. 벌써부터? 도대체 왜? 아직도? 어쩌려고? 같은 의문부호만 꼬리를 이을 뿐이다.

30년 전으로 뒷걸음친 여행이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오고 있다. 비록 산 넘어 산이지만 아는 맛이 무섭다고 여행은 결국 회복될 것이다. 다만 냉정해야 한다. 여행 체력은 겨우 10% 남짓 회복됐을 뿐이다. 속도는 기대보다 느릴 수 있고 방향은 예상과 어긋날 수 있다. 여행신문이 20년 넘게 진행 중인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1년 내 해외여행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8.2%로 조사됐다. 2019년 95.6%에 비해 차이가 많다. 특히, 해외여행 의향이 많다는 응답이 2019년은 70.9%였지만 올해는 47.1%에 불과하다. 아직 주저하는 심리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희망 예산까지 감안하면 더 좁아진다. 유럽을 여행하고 싶다는 응답자가 항공권과 숙박비 등을 포함해 예상하는 1인당 여행 경비는 200~249만원(19%)이 가장 많았다. 300~349만원(16.9%), 150~199만원(13.1%)이 다음이다. 인상된 여행 원가를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가고 싶은 마음이 모두 소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니 분위기에 휩쓸려 판단하면 안된다. 여행신문은 이번 설문조사가 보다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석 기사와 별도로 상세한 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여행신문은 30년 전 ‘관광진흥의 새 활력소 될 터'라는 제목의 창간사에서 ‘신문이 정책입안자, 여행업을 위시하여 넓은 의미의 관광사업체 그리고 선의의 소비자, 또 외국의 관광사업체 모두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 어둠 속에 밝은 빛을 비추는 등불이 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다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때문에 코로나 시국에도 유일하게 매주 신문을 정상 발행하고 매일 온라인으로 뉴스를 전달했다. 소비자와의 건전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포털 사이트와 뉴스 제휴를 체결한 여행전문지도 여행신문이 유일하다. 여행신문은 지난 30년간 최선을 다해 왔듯 앞으로도 묵묵히 제 역할과 소임을 다하며 한국 여행산업과 나란히 발전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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