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똑같은 하루가 있을까.
매순간이 처음이었던
온타리오주에서의 일주일.

어느 맑은 날 구름이 스펙타클호수를 빌렸다
어느 맑은 날 구름이 스펙타클호수를 빌렸다

●수도를 여행한다는 것  
오타와 Ottawa

시작이 좋아

“첫 캐나다 여행을 수도인 오타와에서 시작하다니 멋지네요.” 오타와에서 들은 첫 마디였다. 부쩍 여행이 행운처럼 느껴지는 시기다. 떠나고자 하는 시기에 몇 없는 항공편이 뜨기를, 부디 건강하기를, 돌발 상황에도 굴하지 않을 여유가 있기를…. 모든 행운을 빌어 기다려 온 여행의 시작점에서 확신을 담아 답했다. 이번 여행은 행운이자 행복일 거라고.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그저 떠나기만 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돌이켜보면 여행에 늘 운이 따랐다. 길을 잃고 헤매다 좋아하던 연예인을 우연히 만난다든지, 계획에도 없던 축구 국가대표팀의 원정 친선 경기 직관을 하게 된다든지(딱히 무계획 여행자라서 그런 건 아니다). 오타와에서의 첫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을 맞아 오타와를 방문한 찰스 왕세자 부부를 만났다. 과거 영국령이었던 캐나다는 현재 영국연방에 속해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실권을 가지고 있지만 국가원수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라는 사실.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독특한 정치체제다. 


캐나다 전쟁기념비(National War Memorial)에서 추모 행사를 마친 콘월 공작부인이 목마를 탄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자 아이의 얼굴에 사르르 미소가 번졌다.

수억 년의 시간을 거스르는 캐나다 자연사박물관
수억 년의 시간을 거스르는 캐나다 자연사박물관

오타와는 박물관의 도시다. 9개의 국립박물관 중 무려 7개가 오타와에 위치해 있다. 먼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다. 과거 정부 건물이었던 고풍스러운 외관이 먼저 반긴다. 무려 1,400만 개의 화석과 광물·동식물 표본을 소장 중인데, 1층의 거대한 공룡 화석부터 층별로 다른 전시가 진행된다. 이곳의 큐레이터는 “모든 생명들의 삶은 연결돼 있고, 우리는 모두의 생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파리와 닮은 모양의 비닐봉지를 삼켜 죽어가는 거북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쩐지 엄숙해진다.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캐나다 역사박물관은 국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방문객을 자랑한다
캐나다 역사박물관은 국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방문객을 자랑한다

다리 하나 건너 잠시 퀘벡으로 떠났다. 캐나다 역사박물관은 오타와강 건너 퀘벡주 가티노에 위치해 있다. 캐나다의 정체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캐나다의 자연을 유려한 곡선으로 형상화한 외관이 돋보인다. 한국의 장승과 닮은 거대 조형물이 반기는 그랜드 홀은 태평양 연안에 거주했던 원주민의 역사와 신념을 소개하는 메인 공간이다. 위를 바라보면 원주민의 시선에서 바라본 캐나다를 형상화한 돔 천장화 ‘모닝 스타(Morning Star)’가 화려한 색을 뽐내고, 고개를 뒤로 돌리면 통유리창 너머로 오타와강과 캐나다 국회의사당의 전경이 펼쳐진다. 화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캐나다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쉬어 가도 좋다. 

 

캐나다 자연사박물관 (Canadian Museum of Nature)
주소: 240 McLeod St, Ottawa, ON K2P 2R1 Canada
운영시간: 매일 10:00~16:00(목요일은 19:00까지)

캐나다 역사박물관 (Canadian Museum of History)
주소: 100 Rue Laurier, Gatineau, QC K1A 0M8 Canada
운영시간: 수~일요일 09:00~16:00(목요일은 19:00까지), 월~화요일 휴무

 

도시를 누리는 방법


오타와 어디를 가나 자전거가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내 어디든 누빌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 도로가 매우 깔끔하게 정비돼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관광지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맞는 바람은 얼마나 상쾌할지 문득 기대 어린 호기심이 인다. 시내 곳곳에 즐비한 자전거 대여점에서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자물쇠와 보호구까지 라이딩에 필요한 모든 것을 빌려 준다. 무작정 달리기 막막하다면 프라이빗 투어를 이용해도 좋고, 보트투어 혹은 바이크투어와 연결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비에도 굴하지 않고 신나게 페달을 밟는 이들을 바라봤다. 까짓것 비가 대수겠냐 싶다. 

바이워드 마켓의 오밀조밀한 상점
바이워드 마켓의 오밀조밀한 상점

시장에서는 그 지역의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엿볼 수 있다. 캐나다에서도 손꼽히는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바이워드 마켓은 늘 사람으로 붐빈다. 실내는 식당, 카페, 베이커리, 예술품 상점으로 가득하고, 야외에는 꽃, 과일 등을 판매하는 야외 가판대가 줄을 잇는다. 향긋한 꽃 향기가 싱그러운 과일 냄새와 어우러진다.

아무래도 여행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맛집 탐방이 아닐까. 오타와 고메투어에서는 로컬 맛집만 쏙쏙 골라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맛보기 좋아하는 뷔페 애호가라면 구미가 당길지도. 시작은 캐나다 대표 음식 푸틴(Poutine). 갓 튀긴 감자튀김 위에 다양한 소스와 토핑을 얹어 한입에 넣으니 따끈따끈 기분 좋은 몽글함이 피어오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셰프가 구워 낸 페퍼로니 피자와 케밥, 타코까지, 전 세계를 아우르다 보니 어느새 배가 찬다. 더 이상 못 먹겠다 두 손 들었더니 촉촉함을 머금은 컵케이크는 고이 포장해 준다. 뜨뜻한 차로 속을 달래니 웬걸, 가방 속 컵케이크가 다시 생각났다. 

 

구름 한 점, 풀 한 입


해질녘 리도 운하를 찾았다. 오타와에서 킹스턴까지 무려 202km 이어진 리도 운하는 1812년 영미전쟁 이후 미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지금은 조깅, 사이클링, 카누잉 등 액티비티를 즐기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운치를 담은 하루, 리도 운하 
운치를 담은 하루, 리도 운하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리도 운하 유람선에 올랐다. 전기로 운항되는 친환경 크루즈로 손짓 발짓을 해가며 다국어로 설명을 하는 가이드 덕에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와인 한잔에 구름과 운치가 함께 담긴다. 마시기도 전에 취한 기분은 즐겁기만 하다.

리도운하 크루즈
리도운하 크루즈

오타와 근교는 멋진 농장들로 가득하다. 도심에서 20~30분만 벗어나도 넓은 농장이 펼쳐진다. 잠깐의 드라이브를 즐기자 마다호키(Mādahòkì) 농장이 나왔다. 아니시나베(Anishnaabe) 원주민들의 농사, 요리, 문화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계절마다 색다른 원주민 행사도 기다리고 있다. 농업과 원주민 공동체의 삶에 초점을 맞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 원주민이 치유 및 웰빙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면서 공존의 가치를 알린다.

말 한 마리가 홀로 동떨어져 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음식 욕심이 많아 격리됐다고. 임신이 아니라 다이어트 중인 말. 볼록 나온 배와 풀 한 입을 머금은 왠지 모르게 퉁명스러워 보이는 표정마저 사랑스럽다.

말 모녀의 평화로운 오후
말 모녀의 평화로운 오후

 

●여유로워도 괜찮아
킹스턴 Kingston 


도시가 내게 말을 건다. 조금은 여유로워도 된다고. 킹스턴은 화려하기보다는 단정하고, 소란스럽기보다는 차분하다. 중세와 현대를 오가는 멋스러운 건물들은 캐나다의 첫 번째 수도였던 과거의 영광을 말해 준다. 오타와와는 달리 2~3층 규모의 낮은 건물들이 단정하게 줄지어 있는 모습이다.

멋쟁이 빨간 트롤리
멋쟁이 빨간 트롤리

킹스턴을 둘러보는 가장 특별한 방법은 빨간 트롤리다. 새빨간 유니폼을 입은 기사가 운전하는 트롤리에 몸을 싣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다 보면 올망졸망 모인 주택가가 나온다. 앤티크한 분위기가 통일감을 자아내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성이 듬뿍 담긴 모습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도가 현재의 오타와로 정해지면서 크게 번성하지는 못했지만 퀸즈 대학교가 들어서면서 학생들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부티크와 숍, 갤러리, 노천카페 등 소소한 볼거리가 낭만을 준다. 

킹스턴 교도소에서 ‘착하게 살자’ 다짐 또 다짐
킹스턴 교도소에서 ‘착하게 살자’ 다짐 또 다짐

입구부터 무시무시하다. 2013년까지 실제로 사용됐던 킹스턴 교도소. 1835년에 착공해 1845년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실제 근무했던 교도관이 직접 설명을 제공하니 스탠다드 투어(1시간 30분)부터 프리미엄 투어(2시간30분)까지 넉넉히 둘러봐도 좋다. 오늘의 안내를 맡은 교도관이 말하기를 이곳 수감자 중 가장 오랜 복역기간은 무려 48년이라고. 한때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되고 악명 높은 교도소로, 평생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한 이들도 많다고 한다. 좁은 감옥을 보면서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낭만적인 항구도시 킹스턴
낭만적인 항구도시 킹스턴

“예스, 썰(Yes, Sir).” 새로운 대장이 생겼다. 포트 헨리 국립 사적지에 있는 동안은 군인 정복을 입은 가이드를 상관으로 모셔야 한다. 경례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명심할 것. 이곳은 1837년에 리도 운하와 조선소를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군사 요새로, 당시 병사들의 복장과 무기가 전시돼 있고, 군인 퍼레이드를 볼 수도 있다. 

어느새 불을 밝히는 퀸 스트리트
어느새 불을 밝히는 퀸 스트리트

해질녘이면 검은 망토를 두른 이가 찾아온다. 여름밤이면 생각나는 으스스한 귀신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약 한 시간 동안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숨은 귀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킹스턴 고스트 투어도 색다른 체험. 옛날 어느 모녀는 아름답지만 집값이 저렴한 곳으로 이사하게 된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을 청하던 딸은 원인 모를 괴이한 소음에 밤마다 시달리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소녀의 엄마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참다 못한 소녀가 방문을 열고 소리의 근원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그 뒤는 킹스턴에서 직접 들으시길. 

 

캐나다와 미국 사이 1,864개의 섬이 꽃처럼 피었다
캐나다와 미국 사이 1,864개의 섬이 꽃처럼 피었다

▶천섬 Thousand island

캐나다인들의 휴가
캐나다와 미국 사이
1,864개의 섬이 꽃처럼 피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랑스러운 국경다리가 있는 곳.

 

●자연에 귀를 기울이면
마다와스카와 캠벨포드 
Madawaska &Campbellford 


캐나다 사람들은 자연을 즐길 줄 안다. 거세게 흘러가는 물살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호숫가 방갈로에서 꼬박 이틀을 묵을 줄도 안다. 마다와스카와 캠벨포드는 한국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온타리오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오직 캐나다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을 위해서. 카누 올림픽 챔피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카누를 즐기던 딸과 손녀가 마다와스카 카누센터를 열었다. 현재 선수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카약, 래프팅 등 다양한 수상 레포츠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마다와스카 카누센터의 알록달록 카누
마다와스카 카누센터의 알록달록 카누

알록달록한 카누는 뒤로하고 래프팅을 택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꽉 끼는 전신 수트를 입고 헬멧에 구명조끼까지 장착한다. 미니밴을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마침내 강변에 당도했다. 보트를 낑낑대며 나르고 두 손에 노를 꼭 쥐면 비로소 출발 준비 완료. 급류가 몰아치는 구역에서 잠시 멈춰 금방이라도 물에 빠질 듯 보트를 기울이는 통에 환호성과 비명 사이 고성이 울려 퍼진다. “온리 캐나다!(Only Canada!)” 일행이 거센 물살에 이리저리 휩쓸리면서도 큰 소리로 외쳤다. 온몸으로 부딪히는 일은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인근 폭포
인근 폭포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시간, 새벽. 스펙타클호수에서의 새벽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둘러서서 액운을 나뭇잎에 담아 태워 버린다. 전통 문양의 북을 두드리는 잔잔한 소리와 노래자락을 따라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와 공기를 느낀다. 약간 미지근한 호수에 발을 담그면 이것이 평화인가 싶다. 시끄럽던 속이 마침내 잦아든다. 완벽한 휴일이다.  

스펙타클호수에서의 새벽 명상
스펙타클호수에서의 새벽 명상

 

Travel info

▶IMMIGRATION PROCESS 
기사를 작성 중인 6월 현재, 백신접종완료자에 한해 입국시 무작위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대상자라 하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할 필요가 없다.

▶AIRLINE 
에어캐나다 |  9월까지 인천-밴쿠버 노선을 주 5회(인천 출발 기준, 월·화·수·금·일요일), 인천-토론토 노선은 주 4회(월·화·목·토요일) 운항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비행시간은 기존 보다 1시간 30분 가량 늘어났다. 

▶FOOD 

팀홀튼(Tim Holtons)  
캐나다 국민 카페 브랜드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팀 홀튼이 창업했고 베이커리와 커피를 모두 맛볼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더위사냥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아이스캡’이 인기 메뉴. 

비버테일(BEAVERTAILS)
비버의 꼬리 모양을 닮은 페이스트리로 캐나다 국민 간식으로 납작한 반죽을 튀겨 다양한 토핑과 소스를 올려먹는 빵.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도 캐나다 여행 중 맛있다고 극찬한 특별 간식으로 토핑의 종류만 해도 20여 가지가 넘는다.

 

▶HOTEL 

로드 엘긴 호텔(Lord Elgin Hotel)  
오랜 전통을 가진 오타와 로컬 호텔이다. 매년 겨울에 열리는 윈터루드(Winterlude) 축제의 메인 무대인 컨퍼더레이션 공원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국회의사당 등 관광지와도 인접.
주소: 100 Elgin St, Ottawa, ON K1P 5K8 Canada

홀리데이 인 킹스턴 워터프론트(Holiday Inn Kingston Waterfront)
발코니에서 항구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일품. 트롤리 탑승지나 고스트 투어 출발지와도 가깝다.
주소: 2 Princess St, Kingston, ON K7L 1A2 Canada

스펙타클 레이크 롯지(Spectacle Lake Lodge)
호수 앞 방갈로에서 머무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카누, 트레킹 등 체험이 가능하며,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스테이크도 별미.
주소:  202 Spectacle Lake Rd, Madawaska, ON K0J 2C0 Canada

 

글·사진 이은지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Destination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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