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호텔서 다시 결제하면 환불하겠다 '무책임'
폐업 아니라지만…보증보험액 3,000만원 불과

호텔 예약 플랫폼 '에바종(Evasion)'이 고객들로부터 숙박요금을 받은 뒤 호텔에 지불하지 않은 사례가 이어지며 먹튀 논쟁에 휩싸였다. 자금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돌려막기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에바종 홈페이지 캡처
호텔 예약 플랫폼 '에바종(Evasion)'이 고객들로부터 숙박요금을 받은 뒤 호텔에 지불하지 않은 사례가 이어지며 먹튀 논쟁에 휩싸였다. 자금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돌려막기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에바종 홈페이지 캡처

호텔 예약 플랫폼 ‘에바종(Evasion)’이 고객들로부터 숙박료를 입금 받은 뒤 호텔에 지불하지 않아 먹튀 논쟁에 휩싸였다. 여행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 현금결제를 유도하며 무리하게 ‘돌려막기’를 했다는 지적이 높다.

휴가철인 7말8초에 사태가 야기돼 고객 피해는 더욱 크다. 한 베트남 호텔 관계자는 8월1일 에바종으로부터 고객 리스트와 함께 ‘8월 객실료 지불이 불가능하니 고객에게 직접 객실료를 받으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그는 “에바종의 무책임한 태도로 고객은 이중으로 돈을 내게 됐다”며 “성수기인 7말8초 예약을 다 받은 뒤인 8월1일에 공지를 한 건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본다”며 분노를 표했다. 8월4일 에바종 피해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따르면, 피해 금액은 적게는 몇십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에 달했다. 현지 호텔 체크인 과정에서 사태를 인지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결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에바종은 코로나 사태 초기에도 고객이 환불을 요구하자 현금이 아닌 적립금 방식으로만 지급한 바 있어 피해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에바종이 8월2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 SNS 캡처
                         에바종이 8월2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 SNS 캡처

에바종은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2일 공식 SNS에 “급작스런 자금 이슈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이며 선결제 금액은 순차적으로 환불될 예정”이라며 “원활한 고객 대응을 위해 2일부로 전 직원 재택근무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예약자들 역시 숙박을 앞두고 일방적인 문자 안내만 받고 있으며, 본지 역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4일 현재까지도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이에 고객들은 형사 고소, 집단 소송 준비, 카드사 이의신청 및 지급 정지 요청 등 각자 도생에 나섰다.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운영방식도 문제다. 에바종은 소액에 불과한 예약금은 카드결제를 허용하지만 잔금은 카드수수료가 가산된다는 명목 하에 계좌이체 등의 방식으로 현금결제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호텔 관계자는 “비용 결제를 현금으로 유도하는 업체는 재정구조가 불건전한 곳으로 의심해봐야 한다”며 “에바종은 이전부터 체크인아웃 시점에 호텔에 대금을 지불하는 식으로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호텔 예약 업체 및 허니문 여행사 등에서 잊을 만하면 이런 사태가 되풀이 되고 있는데 앞으로 소비자가 어디에, 어떻게 믿고 예약하겠느냐”며 “정직하게 영업 중인 다른 업체에도 불똥이 튈까 답답하기 만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여행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회복 가능성만 믿고 광고와 특가를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유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에바종 피해자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호텔 예약 여부만이라도 확인해달라며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에바종이 6월 이후 포털사이트 키워드 광고를 다수 집행했는데 이 비용만 최소 몇백만원에 이를 것”이라며 “원래 단독 특전 등을 포함해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곳인데 최근 특가로 판매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에바종은 6~7월 인플루언서 대상 팸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 후기를 믿고 예약한 고객도 다수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에바종은 기존에 호텔로부터 30~40% 저렴한 가격을 받고 고객에게는 10~20% 할인가를 제공해 마진을 많이 남긴 것으로 안다”며 “회원 소개 시 지급하는 할인 바우처에 판매 마진을 돌려 회원 수 늘리는 데에만 집중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에바종이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에바종은 2일 SNS 공지에서 “폐업을 위한 조치가 아니며 관련해서 투자 유치 및 인수 합병 등의 방안을 여러 관계자와 협의 중에 있다”고 일축했다. 8월4일 등록/관할관청인 서울 중구청에 확인한 결과, 에바종은 국내외여행업으로 등록돼 있으며 폐업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다. 만일 폐업에 돌입할 경우 소비자들은 여행업 보증보험을 이용해 구제받을 수 있다. 에바종의 경우 2023년 7월19일까지 유효한 3,000만원 규모의 관광공제회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이는 피해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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