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신문 김선주 편집국장
          여행신문 김선주 편집국장

여행신문이 오늘자로 지령 2,000호를 맞았다. 1992년 7월10일 창간호 발행 이후 30년 3개월만이다. 여행전문지 중에서 처음이다. 다른 분야 전문신문에서도 흔치 않다. 2,000번의 마감이 지닌 가치는 그래서 크고 무겁다. 독자들 덕분이다. 돌이켜보면 위기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가 뼈아프다. 그 탓에 주2회 나오던 여행신문이 주1회로 줄어서다. 2000년 3월, 주2회 발행과 함께 신입기자로 합류했던 입장에서 주1회 발행은 그저 ‘후퇴’였다. 만약 주2회를 지속했다면 2,000호 발행도 2016년 상반기 즈음으로 훨씬 앞당겨졌을 것이다. 물론 지금이야 온라인·모바일 데일리, 네이버·다음 뉴스검색 제휴 등으로 기사의 속도·확산에서 충분하고도 남게 대응하고 있으니 미련은 없다. 다만, 코로나19에도 물러서지 않고 온·오프라인 정상 발행을 할 수 있게 한 자극제였으니 잊지 않을 뿐이다.

IMF외환위기, 미국 9·11 테러, 세계 금융위기, 동일본 대지진, 사스·메르스·코로나…. 위기가 많았지만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여행신문만의 인기 장수 꼭지와 프로그램, 캠페인이 여럿 탄생했다. 여행잡지 <트래비>도 창간했다. 여행업과 여행자를 모두 아우르는 여행전문 미디어로서의 역할은 물론 각종 여행 콘텐츠 생산자로서도 입지를 다졌다. 해외 여행전문매체와의 교류와 협업을 통해 글로벌 여행미디어를 지향한 결과 한국 대표 여행미디어로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온라인에서 신속하게 소식을 전하는 동시에 지면 기사에서는 ‘깊이’를 추구해 조화를 이뤘다. 애틋할 따름인 성취들이다.

공교롭게, 코로나19 와중에 올해 창간 30주년(7월)과 지령 2,000호를 맞았다. 독자들과 함께 한껏 축하하고 맘껏 기념하고 싶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어서 못내 아쉽다. 다행인 게, 코로나 기세가 확연히 꺾였고 인·아웃바운드 여행도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시작했다. 여행인들이 복귀하고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3년’을 만회하겠다는 열정과 의지가 가득해 반갑고 고맙다. 안타깝게, 수월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각종 지표가 무서울 정도로 나쁘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세계 경제가 갈팡질팡 휘청거리고, 경기침체에 대한 ‘R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세계 주식시장에는 외줄 타는 듯한 위태로움이 팽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정세도 싸늘하다. 이런 상황에 가장 취약한 건 여행이다. 한고비 넘으니 또 한고비다.

 초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여행의 가치에 대한 믿음과 여행업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면 넘지 못할 고비는 없다. 여행신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6년 전 지령 1,000호 기념사에서 ‘초심의 맘으로 돌아가 우리의 역할을 진지하게 해 나가야할 또 다른 출발점’이라고 1,000호의 의미를 부여였던 여행신문 한정훈 발행인은 당시 아마 ‘정책입안자, 관광사업체, 소비자 모두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길잡이가 되어 어둠 속에 밝은 빛을 비추는 등불이 되고자 한다’고 했던 고 한명석 제1대 발행인의 창간사를 떠올렸을 것이다. 앞으로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사실과 그에 기초한 합당한 보도의 가치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여행업과 여행인, 여행자의 파수꾼으로서, 때로는 따끔한 회초리로서 여행신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다시 크고 무거운 마감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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