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수요 맞물리며 코로나 뛰어넘은 일본
열악한 중국 의료 인프라, 개방해도 부담

한국인 최대 여행지 일본과 중국의 명암이 엇갈렸다. 지난해 전면 개방을 택한 일본은 해외여행시장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해외입국자 시설격리 폐지를 앞두고 있지만 여행 재개는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장자제 /여행신문 CB
중국 장자제 /여행신문 CB

앞서가는 일본, 맥 못 추는 중국

일본과 중국은 해외여행시장의 전통강자다. 사드 여파와 불매운동으로 번갈아 위기를 겪었음에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국민 해외관광객의 19.4%가 일본, 15.1%가 중국으로 향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1~11월 일본과 중국 노선은 2019년 동기 대비 15% 수준으로 운항됐으며, 여객 수는 각각 10.5%, 2.1%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 직후부터 높은 수준의 봉쇄 기조를 유지한 탓이다. 지난해 10월 일본이 마침내 국경을 전면 개방하면서 운명은 엇갈렸다.<그래프> 2022년 11월 일본 노선 여객 실적은 국경개방 전인 9월과 비교해 5배 가까이 성장했다. 11월 한 달간 코로나 이전의 76.8% 수준의 항공공급이 이뤄지며 여행수요 회복을 뒷받침한 덕이다. 중국도 더디지만 위드 코로나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와 한중 노선 운항횟수를 각각 주50회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오는 1월8일에는 해외입국자의 시설격리와 입국 후 PCR 검사를 폐지한다. 답보상태였던 중국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개방 즉시 회복한 유일한 시장

일본의 회복세는 놀라웠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31만5,400명에 달한다. 2019년 동월과 비교해도 53.8% 증가한 수치다. 한 종합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국경을 개방한 어떤 국가도 일본처럼 즉각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100엔당 1,000원 미만인 ‘역대급’ 엔저현상에 억눌린 여행수요가 맞물리며 일본여행 적기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불매운동 여파도 다소 누그러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겨울 인기 여행지인 홋카이도와 규슈 지역을 필두로 주요 여행사의 예약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현 수요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일본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일본 현지도 공항·호텔 등 인력난이 심한 상태로, 후쿠오카공항은 역 인력이 부족해 입국심사를 통과하는데 2시간 넘게 소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라며 “일정은 짧은데 공항에서 시간을 허비하니 고객 불만도 많다”고 전했다. 현지 호텔 수배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숙박비를 지원하는 국내여행 활성화 지원사업이 연장됐고, 상반기에는 벚꽃 시즌, 골든위크 등 줄줄이 성수기라 여행사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항공공급 증대가 시급하다. 지난해 11월 에어서울이 인천-다카마쓰 노선에 재취항하고, 티웨이항공이 1월 인천-구마모토 노선 취항을 예고하며 소도시 노선도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한일 하늘길은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노선 위주다. 코로나 이전처럼 목적지 다변화와 항공운임 안정이 선행된다면 일본시장 회복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현재 예약 추이와 회복 가능성 모두를 고려했을 때 그래도 일본이 가장 집중해야할 시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위드 코로나 진입한 중국

중국이 1월8일 철통같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마침표를 찍는다. 지난해 12월 지역 간 이동과 공공장소 출입시에 요구했던 PCR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를 해제하며 슬그머니 태세를 전환하더니 드디어 해외입국자의 의무격리를 폐지하며 국경개방에 나선 것이다. 한 중국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현지에서는 의무격리 폐지 소식에 여행업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라며 “분위기가 들썩거리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이어 “여행시장의 문이 열리면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여행업에 많은 투자를 해서 초기 부흥을 노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이후 자취를 감췄던 지방 전세기도 노린다. 한 중국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3~4월 지방 출발 장자제 전세기를 추진 중이며 1월에 중국 여행사 관계자가 방한해 관련 논의를 펼치기로 했다”고 12월22일 밝혔다. 장자제 상품 특성상 도시 간 이동이 없고 장자제에서만 머무르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선제적인 재개가 가능하다는 예상에서다. 이외에도 옌지·웨이하이·하얼빈·칭다오 등 중국 노선도 점차 복원되는 단계다. 다만 규제 완화 이후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중국여행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판도라의 상자?

중국시장에 대한 전망은 조심스럽다. 국경을 개방해도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한 종합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현지 의료 인프라 수준을 감안하면 리스크가 크다”라며 “고객 감염 시 빠른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책임의 화살은 여행사를 향할 수밖에 없는데 누가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겠냐”라고 하소연했다. 중국 여행수요가 당분간은 12월14일부로 입국자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한 홍콩으로 몰릴 것이라는 예측도 높다.

중장년층 수요와 단체여행 위주였던 중국시장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이 해외여행에 조심스러워서다. 자유여행과 재방문객이 많은 일본의 회복세와 비교한다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 복원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중국 노선은 국적 FSC와 중국 국적사를 중심으로 운항됐다”라며 “현재 국적LCC들이 그나마 활발하게 증편 중인데 중국 운수권이 없으니 공급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가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업계 내에서 코로나를 계기로 출혈경쟁을 타파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리오프닝 초기 한정된 수요를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이어지며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여행상품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중국 저가상품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하면 여행업계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은지 기자 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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