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시점 따라 실시간으로 반영 못해…정보 제공 미흡
가장 높은 단계의 수수료만 명시, 영문으로 안내하기도
키위닷컴 주의보, 항공권 환불시 10유로 크레디트 지급

#. 지난 3월 50대 여성 A씨는 8월 여름휴가를 위해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인천-파리 항공권을 구매했다. 항공권을 구매한지 몇 시간 후 A씨는 일정을 변경하기 위해 항공권을 취소한 후 재구매하려 했지만 출발 전 환불할 경우 수수료가 무려 29만원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A씨는 출발 91일 전 항공권을 변경하려 했지만 출발 전 환불 수수료는 29만원이라는 안내를 받고 변경을 포기했다 / 화면 캡처 
A씨는 출발 91일 전 항공권을 변경하려 했지만 출발 전 환불 수수료는 29만원이라는 안내를 받고 변경을 포기했다 / 화면 캡처 

 

소비자들이 여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한 항공권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규정에 대한 정보가 허술하고 불친절해 혼란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항공권 규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취소 시점에 따라 수수료 액수도 다른데, 정보 제공마저 부실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4월19일 주요 여행사 5곳(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의 홈페이지를 통해 9월 출발 인천-파리 항공권을 검색했다. 항공권은 출발 91일 전 취소할 경우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 대신 출발일에 가까워질수록 단계별로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인천-파리 항공권의 취소 수수료 규정을 살펴보니 모든 업체들이 출발 10일 이내 취소시 적용되는 가장 높은 금액의 수수료를 상단에 고지하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곧바로 하단에는 취소 시점별로 구분한 수수료를 안내했다.

 

A여행사가 제공하는 항공권 요금 규정 중 환불과 관련된 내용이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는 시점에 따라 차등부과 하는데, 가장 높은 수준의 수수료와 시점별 환불 수수료를 이중 표기하고 있다 / 화면 캡처 
A여행사가 제공하는 항공권 요금 규정 중 환불과 관련된 내용이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는 시점에 따라 차등부과 하는데, 가장 높은 수준의 수수료와 시점별 환불 수수료를 이중 표기하고 있다 / 화면 캡처 

 

이중 한 여행사를 예로 들면, ‘출발 전 환불 : 30만원’이라는 문구 바로 아래 ‘출발 90일~61일 전 : 3만원, 60일~15일 전 : 20만원, 14일~4일 전 : 24만원, 3일 이내 : 30만원’으로 혼재해 표기했다. 한글로 ‘출발 전 환불 : 30만원’이라고만 명시하고 한참 아래에 취소시점별 수수료 규정을 영문으로 안내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문 규정은 항공권 발권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들로 구성돼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해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취소 시점에 대한 기준도 안내가 미흡했다. 여행사에서 항공권 취소는 주중 업무시간에만 요청해야 가능하며, 업무시간이 지나거나 주말에는 접수만 이뤄진다. 근무 시간 이후나 주말에 취소를 신청한 경우 수수료 적용 시점은 그 이후로 적용돼 소비자 취소시점과 적용시점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차이로 인해 수수료 부과 단계까지도 변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정보를 아예 안내하지 않은 여행사도 있었고, 환불 규정과 별개로 기타 주의사항에 포함한 여행사도 있었다. 금액과 관련된 예민한 요소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활하게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든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항공권 취소수수료 정보가 허술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픽사베이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항공권 취소수수료 정보가 허술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픽사베이 

다시 A씨의 사연이다. A씨는 출발 전 취소수수료 29만원 안내를 확인하고 부담스러운 금액에 불편하더라도 일정을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수일이 지나 출발 91일 전 항공권은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다시 재발행하려고 알아보니 취소 수수료와는 별개로 그새 항공권 금액이 20만원 이상 올라있었다. 결국 A씨는 다시 일정 변경을 포기했다.

해당 여행사에게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취소 수수료와 관련한 소비자 분쟁을 줄이기 위해 가장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우선 안내하고 있다”며 “일단 취소 신청을 접수하고 실제 환불 과정에서는 항공사 규정에 따라 차등 부과하고 있다”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항공권 규정이 시시각각 바뀌고 항공권마다 제각각이어서 GDS에서 모은 규정을 그대로 옮겨오고 있지만 취소‧변경 등의 업무를 실시간 자동으로 반영할 수는 없다”면서도 “취소 규정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런 복잡한 속사정을 알 길이 없다. 항공 용어나 규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문맥을 이해하기 어렵고, 번역되지 않은 영문 규정은 읽지 않고 지나치기 쉽다. 

 

키위닷컴은 소비자가 항공권 취소 환불시 10유로 크레디트만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 화면 캡쳐 
키위닷컴은 소비자가 항공권 취소 환불시 10유로 크레디트만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 화면 캡쳐 

글로벌 OTA의 일방적인 환불불가 약관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체코에 본사를 둔 키위닷컴은 항공권을 ‘자발적 취소시 환불 불가’라는 조건을 표기하고 환불시 10유로만 자사의 크레디트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위닷컴의 약관에는 소비자가 10유로의 크레디트를 요구하지 않고 직접 항공사에 취소‧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지만 항공사에서는 구입처에서만 취소‧환불 접수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를 통한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1분기 키위닷컴과 관련된 소비자상담이 95건으로 4분기 대비 106.5% 증가했으며 그중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가 89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키위닷컴에서의 항공권 구매는 신중하게 결정해 달라”고 4월25일 당부했다.

실제로 항공권 변경과 취소‧환불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접수된 글로벌 OTA 판매 항공권 관련 소비자불만 건수는 6,260건으로 그중 ‘취소‧변경‧환불 지연 및 거부’가 3,9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6월 글로벌 OTA 8개 업체를 모니터링한 결과 7개 업체가 변경·취소 및 환불 정보를 기준보다 미흡하게 표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 규정이 다양한 경우의 수에 따라 복잡하게 나뉘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여행사들이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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