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500m 완전히 다른 필리핀

필리핀은 섬 부자다. 섬이 7,641개나 된다. 세부, 보라카이, 보홀 등 익숙한 관광지도 하나같이 바다를 끼고 있다. 그렇다고 바다가 전부는 아니다. 필리핀에도 산이 깊고 선선한 여행지가 있다. 흔히 ‘필리핀의 여름 수도’라고 하는 바기오(Baguio)다. 바기오는 해발 1,5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아담한 도시다. 해발고도가 700m인 평창만 해도 온도차가 크다고 하는데 1,500m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참고로 대관령의 해발고도는 832m, 한계령은 1,004m다. 

가파른 경사면에 마을을 이루고 삶을 이어가는 바기오의 벽화마을
가파른 경사면에 마을을 이루고 삶을 이어가는 바기오의 벽화마을

●여름 수도이자 교육과 소나무의 도시

우선 덥고 습한 필리핀을 잊어야 한다. 바기오는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딸기가 재배되고 대통령의 여름 별장이 있을 정도로 쾌적한 날씨를 자랑한다. 실제로 동남아 곳곳이 이상 고온을 호소하던 올해 5월 초 바기오의 아침저녁 온도는 18~20도를 기록했다. 호텔에는 에어컨도 없다. 저녁 산책길에는 오히려 가벼운 바람막이가 필요하다. 과거 미군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은 것도 천혜의 날씨 덕이다.

바기오는 교육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필리핀 국립대학교(UP), 필리핀 사관학교, 바기오 대학교 등의 명문 대학교와 국제 학교가 있고 어학연수를 위해 바기오를 찾는 한국 학생도 꽤 많다. 40만 명 정도의 인구 중 학생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도시 분위기도 젊은 느낌이다. 교육의 도시이자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각별히 관리를 하고 치안도 좋다.  


●매일 야시장 열리는 번햄 공원

바기오에서 꼭 방문해야 할 명소 중 하나는 미국 건축가 다니엘 허드슨 번햄의 이름을 딴 번햄(Burnham) 공원이다. 번햄 공원에는 보트를 빌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형 인공 호수를 비롯해 아름다운 정원과 피크닉 장소, 스케이트장이 있다. 번햄 공원은 잠들지 않는 공원이기도 하다.  

저녁에도 활기찬 번햄 공원 야경
저녁에도 활기찬 번햄 공원 야경
번햄 공원 주변 야시장
번햄 공원 주변 야시장

번햄 공원 주변으로는 매일 저녁 9시부터 활기찬 야시장이 선다. 공원 주변은 물론 고지대에 있는 SM쇼핑몰까지 일대에 크고 작은 상점이 문을 연다. 신선한 과일, 채소, 꽃, 수공예품, 기념품, 저렴한 의류 등 다양한 현지 제품을 살 수 있어 현지인에게도 인기다. 야시장이라고는 하지만 불편한 호객 행위가 없고 치안도 정비돼 있어 관광객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딸기가 재배되는 곳인 만큼 시장에서는 신선한 딸기와 잼, 타르트, 아이스크림 등 딸기로 만든 가공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캠프 존 헤이(Camp john hay)
캠프 존 헤이(Camp john hay)

옛 미군 기지 자리를 활용해 조성한 캠프 존 헤이(Camp john hay)는 바기오 시민들의 휴식처다. 주말이면 피크닉을 나온 시민들이 평화롭게 BBQ 파티를 하고 승마나 자전거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미니 골프를 비롯해 카트장 등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시설도 있고 한편에는 바기오의 고급 빌라촌도 위치해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

아름다운 산악지대에 자리한 바기오는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경으로도 눈길을 끈다. 바기오 곳곳에 우뚝 솟은 소나무가 많아 ‘소나무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시의 주요 도로인 세션 로드는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매력적인 카페, 상점, 레스토랑이 늘어서 산책하기 좋다. 도심을 벗어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조금만 달리면 이내 상쾌한 공기와 울창한 녹지가 펼쳐진다. 

마인즈 뷰(Mines view) 파크
마인즈 뷰(Mines view) 파크

마인즈 뷰(Mines view) 파크는 광산 마을인 이토곤과 바기오 주변 산세를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공권 입구는 수국이나 각종 허브류 등의 모종을 파는 상점과 소소한 기념품점이 있고 전망대에는 대여한 원주민 복장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하는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탐아완 마을
탐아완 마을

바기오 원주민의 문화를 보고 싶다면 하늘의 정원이라는 탐아완(Tam-Awan) 마을을 방문하면 된다. 코르디예라 부족의 독특한 건축물을 재현한 탐아완 마을에서는 예술품 전시, 전통 공연 등을 볼 수 있다. 별다른 무대 장치나 연출 없는 공연은 소박하지만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젊은 남녀의 표정은 해맑고 순수하다.

벽화마을
벽화마을

가파른 경사면에 마을을 이루고 삶을 이어가는 바기오의 벽화마을은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과도 비슷한 산간 마을이다. 밸리 오브 컬러스(valley of colors)라는 애칭처럼 경사진 언덕을 따라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알록달록 색칠한 건물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독특한 분위기 덕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벽화마을
벽화마을

도로와 발리니(Balili)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벽화마을을 보는 일반적인 방법은 마을 입구에 마련된 포토 스폿에서 마을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것이다. 여력이 되면 흔들다리로 연결된 발리니 강을 건너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호기심 어린 시선의 주민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마을 꼭대기까지 오르면 집집이 널어놓은 빨래와 담장 사이에 핀 들꽃 너머로 건너편 벽화 마을과 바기오 시내를 마주할 수 있다.  

▶바기오 숙소

고풍스러운 느낌의 라파예 호텔
고풍스러운 느낌의 라파예 호텔

캠프 존 헤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바기오 라파옛(Lafaayette) 럭셔리 스위트 호텔은 2021년 문을 연 특급 호텔이다. 번햄 공원과도 가까워서 도보로 15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건물 가운데 공간을 비우고 14층 높이에 55개의 객실을 원형으로 비치해 개방감을 높였다. 객실 내부도 큼직하게 설계해 기본 객실에서도 성인 2인과 아동 2인의 투숙이 가능하다. 로비부터 객실까지 전체적으로 유럽 분위기가 나도록 꾸민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호텔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어 야경을 보기 좋다.  

▶바기오 가는 법

· 바기오에도 공항은 있지만 중대형 기종이 뜨고 내릴 정도는 아니라 차량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에서 갈 경우 직항편이 있는 클락을 통해 가는 방법이 빠르고 편하다. 클락에서 버스를 타면 중간에 휴게소에 들르는 시간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더 빠르게 갈 수 있다.

클락 노선에 투입되는 A320Neo
클락 노선에 투입되는 A320Neo
좌석마다 충전 장치가 있어 편리하다.
좌석마다 충전 장치가 있어 편리하다.

· 클락은 세부퍼시픽이 매일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저비용, 큰 가치’를 모토로 하는 세부퍼시픽은 76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저비용 항공사다.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35개의 국내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해 23개 지역에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다. 

·  세부퍼시픽은 마닐라, 세부, 클락 등 3개의 허브 공항을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3개 공항 모두 인천에서 매일 직항편이 뜬다. 이중 마닐라는 하루 2회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최신 A320Neo가 투입되는 클락은 매일 16시45분 인천을 출발한다.   


▶바기오 여행의 베이스캠프 '클락'
새 단장 끝낸 '미모사 플러스 골프 코스'

미모사 플러스(Mimosa Plus) 골프
미모사 플러스(Mimosa Plus) 골프

바기오로 가는 관문이 클락이다 보니 골퍼라면 당연히 골프 여행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클락의 명문 구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미모사 플러스(Mimosa Plus) 골프 코스는 유명한 골프 코스 설계자 로빈 넬슨이 설계한 두 개의 18홀 챔피언십 코스가 있는 회원제 골프장이다. 아카시아 코스는 전략적인 페어웨이 공략과 굴곡이 심한 그린 적응이 승부의 관건이다. 코스 전장이 길지 않지만 크고 울창한 나무와 잘 배치된 벙커, 워터 해저드가 게임의 전반적인 흥미와 난이도를 더한다. 레이크사이드 코스는 호수와 페어웨이가 어울리는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한다.

코로나 기간 리노베이션 공사로 새단장한 미모사 클럽하우스
코로나 기간 리노베이션 공사로 새단장한 미모사 클럽하우스

미모사는 코로나 기간 클럽하우스를 새롭게 공사해 라커부터 샤워실, 레스토랑 등이 모두 현대식으로 탈바꿈했다. 호주 출신 세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그 자체로 인기가 있어서 저녁이면 일몰을 보며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에게도 인기다.  

퀘스트(Quest) 플러스 호텔
퀘스트(Quest) 플러스 호텔

미모사에서 라운드 한다면 숙소는 퀘스트(Quest) 플러스 호텔이 바로 붙어 있다. 332개의 객실과 작은 수영장을 갖추고 있고 클락 공항까지는 10분, 클락 한인타운까지는 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루이시타 골프장도 30~40분 거리다. 미모사 골프장 클럽 하우스에 있는 큐 바이 미모사도 퀘스트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필리핀 바기오 글, 사진 = 김기남 
취재협조 세부퍼시픽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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