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요 771% 증가…충원은 5.4%에 그쳐
외항사·인솔자 등 다방면에서 인력난 호소
세계 각국서 인력난, 호텔업 등 업무 과중

엔데믹에 돌입하면서 여행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력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임금이 낮고 외부 변수에 취약한 업종이라는 인식 탓에 업계를 떠난 여행인들은 돌아오지 않고, 청년층은 진입을 기피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여행 성수기에 대비해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동시에 임금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며 인력난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돌아온 해외여행, 
돌아오지 않는 여행인

엔데믹 선언과 함께 여행도 활발해졌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올해 1분기 세계관광은 2019년 동기대비 약 80% 수준까지 회복했고, 세계관광객 수는 약 2억3,40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도 크게 늘었는데 이에 힘입어 상장 여행사·항공사들은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5월까지 내국인 출국자 수는 815만9,513명으로 2022년 동기(약 93만명) 대비 771% 성장했다. 

해외여행 수요는 높아졌지만 인력 충원은 충분하지 않은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상장사인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의 올해 1분기 임직원 수는 총 2,407명으로 2019년(4,284명) 대비 56% 회복에 그쳤고, 본격적인 충원이 시작됐던 2022년(2,283명)과 비교하면 5.4% 성장에 불과하다. 해외여행은 지난해에 비해 급증했지만, 여행사 인력은 소폭 증가에 그쳐 괴리가 크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문의가 늘고 있지만 상담 인력이 부족해 원활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유연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력직이 부족해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불만도 높다. 상품문의나 항공 일정 변경을 위해 고객센터를 이용하려고 해도 연결이 쉽지 않아서다. 네이버 등 여행 커뮤니티에는 ‘여행사에 오전부터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문의글을 올려도 확인하지 않아 답답하다’, ‘연락이 잘 안 되는 여행사는 패스해야 한다’는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상담센터 인력을 속도감 있게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해외여행 인솔자 상황도 똑같다. 여행이 멈춘 코로나 기간에 많은 인솔자들이 여행업계를 떠나 타 업종에 정착했고, 여행업계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해도 코로나 이전보다 패키지 인솔자 처우가 낮아져 선뜻 돌아오지 못한다는 하소연도 있다. ‘트레킹 인솔자를 5명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 2~3명만 채용에 성공해도 만족한다’는 한 해외 트레킹 전문 여행사 관계자의 이야기는 여행업계가 처한 인력난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일부 외항사들은 인력 부족 탓에 증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외국항공사 관계자는 “체크인 카운터, 기내 클리닝, 특히 램프쪽 조업 인력이 부족하다”라며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당분간 추가 증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피 산업된 여행, 탈출구는?

여행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원 중 하나는 인적자원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 등 부정적인 요인들로 청년층의 기피 업종이 됐다. 경력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행업계를 떠나 타 업종에 정착한 한 퇴사자는 “여행업계로 돌아오라는 말이 많지만, 여행사와 지금 다니는 회사의 임금 수준은 비슷한데 워라밸 측면에서는 현 직장이 훨씬 좋아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며 “여행사에 재직할 때는 평상시 업무는 물론 홈쇼핑 해피콜까지 돌려야 해 야근이 잦았고, 외부 변수에도 자주 흔들려 불안감이 컸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2년 문화체육관광 일자리 현황 조사에 따르면 관광산업 근로자 1인 월평균 임금은 279.8만원이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월평균 임금은 약 387만원으로 관광산업보다 약 107만원 많았다. 근로시간도 전 산업군 대비 길다. 지난해 전 산업군 1인당 월평균 근로시간은 158.7시간이었던 데 비해 관광산업은 1인당 월평균 165.6시간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행사들은 필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급여를 높이거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ERP 개발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의 인력난 해소는 물론 하반기 여행시장 회복세에 대비해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나투어는 6월 상품기획 운영, 영업 직무 등 다양한 직군에 걸쳐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연계형 인턴을 모집했으며, 앞으로도 직무별 신입·경력 수시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모두투어도 최근 채용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신규 인력을 뽑았으며, 하반기에도 채용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노랑풍선은 두 자릿수로 신입을 채용하고, 참좋은여행도 수시채용으로 꾸준히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여행업 인력난, 세계의 과제

여행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인력난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관광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관광업의 인력 부족과 이로 인한 직원 업무량 증가를 우려했다. 특히 숙박업 종사자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 수는 22만명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26만명으로 타 산업 대비 비정규직 구성 비율이 높고, 평균임금이 감소하고 있어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홍콩 또한 항공 분야 인력 부족 문제로 관광산업 회복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본토에서 노동력을 수혈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캐나다는 2022년 4분기 말 관광산업 전체 일자리 중 6.6%는 미충원됐다. 관광분야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로 인식되지 않아 채용이 더디다는 분석이 나왔다. 캐나다관광산업협회는 관광업 경력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디스커버투어리즘 캐나다(Discovertourism.ca)’ 플랫폼을 론칭했다. 미국여행협회(U.S. Travel) 또한 여름 성수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다미 기자  dmtrip@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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