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 국장 vagrant@traveltimes.co.kr
김선주 국장 vagrant@traveltimes.co.kr

이번호까지 두 번에 걸쳐 창간 31주년 특집호를 선보였다. 올해는 포스트 코로나 원년인 만큼 파악하고 싶은 것도,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나름 욕심을 부렸다. 코로나19 이후 과연 소비자들의 여행 성향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설문조사로 물었고, 그런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여행사들은 어떻게 여행상품을 고도화했을지 살폈다. 여행업 종사자들의 속마음을 읽으면서 그들을 취재하는 우리 기자들의 시시콜콜한 속내도 털어놨다. 코로나19 터널을 벗어난 여행산업은 과연 탄탄한 회복가도를 달리고 있는지도 알아봤다. 항공산업의 미래 역학구도 변화를 점치면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NDC의 현재와 미래도 분석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여행업계 인력난 문제를 파고들다 보니 자연스레 인공지능(AI)이 여행산업에 미칠 여파로까지 손이 갔다. 그렇게 이야깃거리는 다양하고 충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컸던 키워드는 ‘회복’이었다.

얼마 전 같은 층 맞은편에 있던 여행사가 위층 작은 사무실로 옮겨갔다. 그 옆 여행사가 그 빈자리를 채우면서 사무실을 넓혔다. 코로나 기세가 등등했던 2021년 11월에 썼던 칼럼에서 텅 비어 있어 안쓰럽다 했던 사무실들이다. 당시에는 같은 처지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확장이전한 곳은 일본 전문여행사이고 축소한 곳은 중화권 인바운드 여행사다. 일본 전문여행사 대표는 “예상보다 수요가 많아 바쁘다” 했고, 중화권 인바운드 여행사는 “아직 멀었다” 했다. 여행산업이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회복의 낙수가 고르게 퍼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출입국자 수로만 보면, 올해 1~5월 기준 인바운드 부문은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동기대비 58%, 아웃바운드 부문은 70% 수준까지 회복했다. 나름대로 기쁘고 반가운 결과지만, 코로나 3년의 상처를 생각하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게다가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아쉬움도 커진다. 여행업계의 체감과 괴리가 있는 것은 물론 부문별·업체별로도 편차가 있어서다. 어떤 곳은 80% 이상 회복했지만 어떤 곳은 50%에 머물고 있으며, 올해 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점쳐지는 하늘길 공급과 달리 한-중 바닷길은 여전히 재개되지 않은 채 닫혀 있다. 누구는 항공사와 대형 여행사에만 좋은 형국이라며 아쉬워하고, 또 누구는 랜드사만 손해 보는 현실은 그대로라며 푸념한다. 인력난은 여전한데, 그렇다고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는 분위기이고, 복귀하지 않은 채 ‘때’를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도대체 코로나 이후 여행과 여행산업의 새로운 방향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하소연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회복기의 과도기적 당황스러움이 곳곳에 묻어있다.

명색이 포스트 코로나이니 코로나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지면 수가 상당히 늘겠거니, 이번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내심 기대했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실망하지는 않는다. 단번에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픈 조급증이 앞섰음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현재 여행업계가 느끼는 당황스러움의 근원도 이런 조급증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빠르지만 불안정한 회복보다는 늦더라도 안정적인 회복의 가치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천천히 가련다. 정상 회복을 넘어 ‘잃어버린 3년’까지 온전히 되찾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느긋함일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시기를 떠올리면, 지금 정말 느긋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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