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의 계절에서 마주한 어느 장면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푹 빠졌던 어느 날.

트랜즈알파인을 타면 만날 수 있는 와이마카리리강과 협곡
트랜즈알파인을 타면 만날 수 있는 와이마카리리강과 협곡

비로소 우주의 신비를 실감한다. 동시에 다른 시간을 살고, 또 다른 계절에 머무는 우리의 만남으로 말미암아. 한반도에서 일직선으로 쭉 내려와 남극과 가까운 섬. 정반대의 계절을 여행했다.

 

●서던 알프스를 향한 두 가지 시선 

뉴질랜드는 2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섬과 남섬. 북섬은 뉴질랜드의 중심지다. 수도인 ‘웰링턴’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클랜드’가 뉴질랜드 북섬의 도시다. 북섬은 지리적으로 제주도와 닮은 점이 많다. 대부분이 화산 지대이기 때문이다. 남섬의 대표 도시로는 ‘퀸스타운’과 ‘크라이스트처치’가 있다. 남섬에는 만년설이 뒤덮인 설산과 호수 등 다채롭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가득하다.

그중 가장 독보적인 것이 ‘서던알프스(Southern Alps)’다. 사람으로 치면 뉴질랜드의 척추라고나 할까. 만년설이 쌓인 해발 3,000m에 달하는 봉우리가 뉴질랜드 남섬의 남서쪽부터 북동쪽까지 걸쳐 뻗어 있다. 그 웅장한 경관이 마치 유럽의 알프스와 비견된다고 해서 ‘남반구의 알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던알프스를 여행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가로지르거나 혹은 내려다보거나.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트랜즈알파인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트랜즈알파인
평화로운 풍경의 스프링필드
평화로운 풍경의 스프링필드
든든한 보초와 양떼. 사실 절친한 친구다
든든한 보초와 양떼. 사실 절친한 친구다

TranzAlpine

‘트랜즈알파인(TranzAlpine)’은 남섬 동쪽 해안에 위치한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와 서쪽 해안의 도시 ‘그레이마우스(Greymouth)’를 잇는 열차다. 평화로운 목장 지대를 지나 눈 덮인 산과 굽이굽이 흐르는 에메랄드빛 강, 가파른 협곡과 푸른 숲을 관통한다. 하이라이트는 ‘오픈 에어’ 객차. 창 없이 뻥 뚫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난관은 외부 온도와 습도가 온몸으로 느껴진다는 것인데…. 서던알프스 아서스패스(Arthur’s Pass) 국립공원에 가까워질수록 손이 시리고 입김이 풀풀 나온다. 구름 속을 뚫고 지나가는 기분.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사진 욕심은 나는데 두 손이 꽁꽁 얼어 간다. 연신 실내 객차를 왔다 갔다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열차의 중간지점인 ‘아서스패스’에서 내려 트레킹 후 양 목장을 체험 후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오는 일일투어도 있다. 

협곡과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
협곡과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
끝도 없이 펼쳐진 켄터베리 평야
끝도 없이 펼쳐진 켄터베리 평야

Helicopter tour

서던알프스는 그저 올려다보기에도 까마득해 섣불리 너머를 상상하기는 더욱이 쉽지 않다. 수평적인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수직적인 시야에서 바라봤다. 헬기에 올라 이륙하자마자 광활한 ‘캔터베리 평야’가 한눈에 펼쳐진다. 드라마틱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와이마카리리(Waimakariri)강’을 따라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촬영지인 ‘캐슬 힐(Castle hill)’을 지났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아까운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다 75m 높이의 고가교 근처에 잠시 착륙했다.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 들어오니 이제야 깨달았다. 수많은 판타지 영화가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진 이유는 뉴질랜드의 풍경이 판타지기 때문이다.


▶GCH aviation Helicopter tour
소요시간: 2시간

▶TranzAlpine
크라이스트처치-아서스패스 9월 출발 편도 기준
소요시간:  2시간 25분


●Akaroa
첫 만남의 연속 

평화롭고 소박하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아카로아(Akaroa)’는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이다. 1800년대 프랑스 이민자들에 의해 지어진 건축물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다소 색다른 느낌을 준다. 크라이스트처치 근교 당일 여행지로 유명하지만, 사실 머물수록 할 것도, 볼 것도 많아지는 동네다. 돌고래는 물론 펭귄과 물개를 볼 수 있고(물론 운이 따라야 한다), 별이 쏟아져 내리는 광활한 밤하늘을 관측하는 투어도 있다. 특히 5월부터 8월까지는 오로라를 관측하기 좋은 시기다.

먹이를 맛있게 먹을 때는 언제고 멀리 도망가버린 알파카 녀석
먹이를 맛있게 먹을 때는 언제고 멀리 도망가버린 알파카 녀석

가까이 있어도 꼭 멀리서 접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카로아에 위치한 알파카 농장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알파카를 봤다. 인도에서 온 일행이 깜짝 놀라며 내게 묻는다. “동남아 사람들은 알파카를 보러 한국에 가는데, 정작 한국인인 너는 아직 보지 못했어?” 맛있게 먹이를 먹을 때는 언제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알파카와 사진 한 장 겨우 찍었다. 참, ‘아카로아 전망대(Akaroa lookout)’도 놓치지 말 것. 시원한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는 포토존이다.

아카로아 곳곳에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모습이 남아 있다
아카로아 곳곳에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모습이 남아 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남섬의 최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참 정겹다. 며칠만 머물러도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단조롭다는 뜻은 아니고 구석구석 걷기 참 좋은 동네라는 뜻이다. 초록이 가득한 ‘헤글리 공원(Hagley Park)’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시내 어디에서도 도보로 갈 수 있다. 넓은 부지에 1만 종 이상의 식물이 살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에이번(Avon)강’이 공원 안쪽까지 흐른다. 우거진 숲에 들어서는 순간 ‘정원의 도시’라는 크라이스트처치의 별명을 실감하게 된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에서 버스로 20분, 썸너비치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에서 버스로 20분, 썸너비치

주요 명소를 순환하는 트램도 명물이다. 멋지게 차려입은 운전사가 크라이스트처치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이번강에서 마오리족의 항해 역사가 담긴 와카(Waka)를 타고 힘차게 노를 젓고, 썸너비치(Sumner beach)에서 반짝이는 모래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겨도 좋다. 평화로움 속에서 설렘을 발견하는 법을 배웠다. 

뉴질랜드에서 식사할 땐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뉴질랜드에서 식사할 땐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글·사진 이은지 기자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뉴질랜드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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