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AI 로봇 카트 도입
‘워킹 골프' 아마추어 대회 및 2인승 카트 준비
셀프 플레이 지향…스포츠로서 골프 문화 확대

9홀 퍼블릭 골프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AI 로봇 카트를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만났다. 이날은 직접 골프백을 가지고 이동하면서 거리를 측정하고 클럽을 고르며 라운드에 임했다. 뒤로는 똑똑한 AI 로봇 카트가 클럽을 싣고 쫄래쫄래 따라왔다. 운동하기 좋은 날이다.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는 지난 7월 AI 로봇 카트를 도입했다. 카트에 부착된 디스플레이의 센서가 사람을 감지하고 뒤를 따른다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는 지난 7월 AI 로봇 카트를 도입했다. 카트에 부착된 디스플레이의 센서가 사람을 감지하고 뒤를 따른다

골프에 진심이라면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이하 파인비치)를 모를 리 없다. 까다로운 잔디 관리부터 세심한 서비스, 고급스러운 객실과 부대시설 등 프리미엄 골프장의 면모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한편 아름다운 남해 바다를 끼고 있는 코스로 알려진 국내 대표 프리미엄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2010년 개장 이후 ‘대한민국 10대 코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Par3홀', ‘한국 10대 퍼블릭 골프장', ‘10대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아시아 퍼시픽 100대 코스' 등 각종 골프 전문 매체에서 선정하는 골프장 상위 랭킹에 이름을 올린 적도 많았다. 파인비치를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골프장' 리스트에 올려둔 골퍼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는 구릉형 파인코스, 해안과 접한 비치코스, 이국적인 경관의 오시아노코스를 가지고 있다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는 구릉형 파인코스, 해안과 접한 비치코스, 이국적인 경관의 오시아노코스를 가지고 있다

프리미엄 골프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파인비치는 지난 7월 AI 로봇 카트 ‘헬로캐디'를 도입했다. AI 로봇 카트는 몇 년 전부터 9홀 퍼블릭 골프장부터 영역을 넓히고 있는 추세였다. 하지만 골프를 ‘접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만연한 국내에서 특히 프리미엄 골프장의 경우 캐디의 도움과 카트 이동의 편리함을 버리고 ‘셀프 플레이'를 선택하는 수요에는 늘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때문에 프리미엄 골프장에서 AI 로봇 카트의 진입 속도는 한 걸음 느린 상태였고,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국내 골프장에서 AI 로봇 카트를 도입한 건 파인비치가 처음이다. 

AI 로봇 카트 이용료는 2만원이다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아이러니하게도 파인비치는 물음표에서 방향을 찾았다. 캐디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계산하고 바람과 라인을 파악하며 ‘진짜 골프'를 즐기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는 허명호 대표의 바람이자 목표가 선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인비치는 AI 로봇 캐디 도입과 함께 새로운 슬로건 ‘노 캐디, 노 카트, 셀프 플레이(No Caddy, No Cart, Self-Play)'를 내세웠다. 캐디 없이, 카트 없이, 골퍼가 직접 라운드를 진행하는 셀프 플레이를 독려하겠다는 의미다. 평균 5km 이상 걸을 수 밖에 없는 워킹 골프는 운동이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다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시간이며, 이는 결국 골프를 생활 스포츠로서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변화다. 파인비치에서 만난 AI 로봇 카트의 첫인상은 작고 귀엽다. 제 키 만한 골프백을 싣고 한 발짝 뒤에서 졸졸 쫓아오는 모습이 마치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 같아 보였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카트에 장착된 디스플레이에서 ‘트래킹(Tracking)' 모드 버튼을 누르면 센서로 사람을 감지하고 속도에 맞춰 함께 움직인다. 사람이 멈추면 카트도 따라 자동으로 멈춘다. 갑자기 방향을 틀어도 당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아슬아슬해보이지만 곧잘 따라온다. 또 일반 카트와 달리 AI 로봇 카트는 페어웨이와 러프까지 진입할 수 있다. 그러니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샷에서 7번 아이언을 들고 갔다가 5번 아이언을 쓰고 싶어 캐디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다시 도로에 있는 카트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언제, 어디에서든 공만 따라가면 된다.  

아름다운 코스를 통창에 담은 클럽하우스
아름다운 코스를 통창에 담은 클럽하우스

골프장 코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스코어도 직접 입력할 수 있다. 스스로 거리를 측정하고 클럽을 결정하는 연습은 실력을 쌓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된다. 의외로 좋았던 점은 골프 코스의 뒷모습이다. 대부분 뒤에서 따라가는 입장이었던 실력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티샷 이후 뒤를 돌아볼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AI 로봇 카트를 이용하는 내내 자주 뒤를 살폈다. 카트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는데 덕분에 또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뒤에서 바라본 코스와 앞에서 돌아본 코스의 풍경은 신기하게도 생경하다. AI 로봇 카트를 이용할 경우 그린피에 이용료 2만원만 더 지불하면 된다. 물론 원한다면 AI 로봇 카트를 이용하더라도 캐디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 점심 메뉴로 오므라이스가 인기다
클럽하우스 점심 메뉴로 오므라이스가 인기다

파인비치는 내년 상반기 2인승 카트 도입도 준비 중이다. 워킹 골프를 조건으로 아마추어 대회도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 파인비치에서는 오직 제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며 골프의 또 다른 재미를 찾는 골퍼들이 많아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호텔 객실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호텔 객실

▶파인비치는 9월30일까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파인비치 36홀 패키지 및 54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워킹 골프 체험을 위한 트롤리를 무료로 제공하는 ‘리얼 골퍼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수동 트롤리 혹은 AI 로봇 트롤리 중 선택할 수 있고, 총 라운드 일정 중 18홀에서만 워킹 골프를 체험하고 나머지 홀에서는 기존 전통 카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남 글‧사진=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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