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법 적용 대상인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소비자에게 부당·과중한 손해배상의무 부담 아냐"

숙박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약관법상 사업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 픽사베이
숙박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약관법상 사업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 픽사베이

플랫폼이 환불불가 조건으로 저렴한 숙박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환불불가 조건 불공정약관 시정명령으로 시작된 오랜 싸움에서 9월21일 대법원이 원심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며 외국계 OTA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크게 두 가지 쟁점에서 판단했다. 먼저 플랫폼 사업자를 숙박계약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계약에 포함되는 내용이고,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숙박업체와 고객일 뿐 OTA는 불공정약관조항의 사용금지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환불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환불불가 조항의 내용과 효과를 충분히 고지 받은 상태에서 혜택을 누리는 대신 환불불가 조건을 감수하는 사항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에서다.

앞서 공정위는 2017년 11월 국내 여행사를 비롯해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외국계 OTA에게 ‘체크인까지 120일 이상 남은 환불불가 상품’에 대해 시정을 권고했다. 국내 여행사들은 시정권고를 따랐지만 외국계 OTA는 환불불가 상품을 계속해서 판매했고, 이에 2019년 2월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렸다. 아고다와 부킹닷컴이 끝내 불복하며 행정소송에 나섰고 2020년 서울고법이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한 바 있다.

환불불가 조건의 최저가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숙박상품의 경우 가격이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그동안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따라온 국내 여행사들이 외국계 OTA와 불공정한 경쟁을 이어왔다고도 볼 수 있는 이유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국내 여행사들 역시 환불불가 조건의 최저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는 동시에 취소·환불과 관련한 소비자불만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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