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시장 전체에 올림픽 여파
호주, 시드니·브리즈번 등 항공 호재
가성비 프리미엄 여행지로 ‘새 옷’

지난해 장거리 여행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상품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다소 비싸더라도 여유로운 일정, 좋은 컨디션의 숙소와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팍팍해진 경기 상황이 걱정거리로 꼽히고 있지만 올해도 유럽·미주 여행 시장은 프리미엄 여행을 중심으로 상품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항공 공급의 호재를 안고 새해를 시작하는 호주에서는 가성비 높은 프리미엄 여행지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 여행신문 CB
프랑스 파리 에펠탑 / 여행신문 CB

●유럽

파리 올림픽이 쏘아올린 공

지난해 유럽 여행시장은 고가의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에 대한 ‘시장성’을 확인했다. 유럽행 항공 운임부터 호텔, 가이드, 버스 등 지상비가 상승하며 평균적인 유럽 여행 상품가격이 오른 영향도 있지만 좀 더 비싸더라도 여유로운 일정,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 고급 호텔 숙박, 자유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스폿이나 식당 등을 포함한 패키지상품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새해 유럽 여행시장을 걱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여름 파리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의 영향 때문이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올해 7월26일부터 8월11일, 패럴림픽은 8월28일부터 9월8일까지 열린다. 파리는 그러잖아도 뜨거운 여행지인데 여름 성수기에 대규모 국제 행사까지 맞물리며 각종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여행사들은 행사 기간 패키지여행 상품을 위한 그룹 항공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파리 시내 숙박시설, 버스 등의 가격이 적어도 약 4~5배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여파가 기차로 2~3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영국,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인근 지역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투어 제우스와 같은 VVIP를 위한 맞춤형 상품을 취급하는 일부 여행사들만이 일찌감치 1박당 200~300만원에 달하는 객실을 소수 확보한 가운데 일반적인 서유럽 패키지 상품은 사실상 판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행사들은 일제히 비교적 물가가 저렴하면서도 다른 도시로의 접근성이 높은 체코와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동유럽 지역과 튀르키예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동유럽 물가 역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한 랜드사 관계자는 “서유럽 중심으로 증가하는 여행 수요가 동유럽과 북유럽으로 모이며  나비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동유럽 국가에서 활동하는 가이드들과 버스 회사 등이 요금을 약 30% 인상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이 또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팍팍해진 경기도 걱정거리다. 올해 프리미엄 여행 상품으로 뜨거운 한해를 보낸 만큼 유럽 여행시장의 목표치는 커졌는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수요가 둔화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아무리 유럽여행은 겨울이 비수기라지만 지난 여름과 비교하면 예약률이 40~50%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후 보상심리를 반영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면 올해는 경기 침체로 장거리 여행에 대한 가격 부담이 커지며 소비 심리가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도 높다”라고 설명했다. 

LA 할리우드 사인 /여행신문 CB
LA 할리우드 사인 /여행신문 CB

●미주    

고만고만한 일정은 이제 그만 … 자유여행 시장으로 재편 

지난해 미주 패키지 여행시장은 프리미엄 상품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트레킹·단풍·오로라·와인·캠핑 등 특정 테마를 더한 상품이나 소규모 맞춤형 상품들은 1,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 대비 높은 성장률을 나타낸 반면 중저가 패키지 상품들은 대중들의 선택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주요 패키지 여행사들의 미주 팀은 크게 축소되며 힘이 빠졌다. 표면적으로는 항공권과 숙소, 지상비 등이 상승한 영향이 커 보이지만 비슷한 일정과 긴 이동시간 등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달라지지 않은 상품의 질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는 날선 평가가 많다. 

그런 면에서 올해 미국과 캐나다 여행시장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상당하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달라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자유여행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적절한 짧은 데이투어 상품을 공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미주 여행시장은 미국과 캐나다 현지에 있는 랜드사에 일정을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며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있는 여행사가 보다 적극적이며 주도적으로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행히 올해 미주로 향하는 항공은 공급이 증가하며 운임도 다소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이브리드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내년 B787-9 여객기 4대를 추가 인도할 예정으로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기존 미국 노선의 운항을 확대하는 가운데 신규 목적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캐나다로는 에어캐나다가 밴쿠버·토론토 노선을 증편 운항하는 한편 웨스트젯(WestJet)이 5월17일부터 인천-캘거리 노선에 주3회 신규 취항하며, 아에로멕시코도 연내 인천-멕시코시티 노선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하는 항공 공급의 부족으로 인천을 경유, 미국·캐나다로 향하는 환승 수요가 상당했다. 이에 따라 미주행 노선은 일 년 내내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며 국적사는 물론 외항사들의 항공 운임도 높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중국 항공사들도 공급을 차츰 확대하며 공급난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호주 멜버른 거리 풍경 /여행신문 CB
호주 멜버른 거리 풍경 /여행신문 CB

●대양주    

가격 경쟁력은 충분…고급화 전략 시도 

호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뜨거운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호주를 방문한 한국인 수는 19만5,550명으로 2019년 동기간 대비 96% 회복했는데, 7~9월 회복률은 100% 이상을 기록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시드니 노선에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콴타스항공, 젯스타항공, 티웨이항공까지 5개 항공사가 접전을 펼치며 공급을 확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호주 여행시장은 올해도 항공 공급의 호재를 안고 시작한다. 우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해 2월29일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멜버른 노선을 주2회 운항하고, 젯스타항공이 2월부터 인천-브리즈번 노선에 주3회 신규 취항한다. 대한항공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인천-브리즈번 노선을 기존 주5회에서 매일 증편 운항하고 있다. 이처럼 호주는 시드니뿐만 아니라 브리즈번, 멜버른까지 직항 노선이 증가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더라도 시드니 IN, 브리즈번 또는 멜버른 OUT이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지역으로의 상품 개발 기회도 넓어졌다. 

올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저가 경쟁이다. 호주행 항공권 운임은 저비용항공사의 취항 효과로 다른 장거리 지역에 비해 저렴해진 편이다. 일례로 젯스타항공의 시드니 왕복 항공권은 최저 50만원대부터 만나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시드니 패키지여행 상품은 이미 지난해 10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는데, 올해 여행업계에서는 오히려 가장 가성비 있는 프리미엄 여행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장거리 목적지로 호주를 주목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인은 미주와 유럽 여행을 우선 선택하는 경향이 커 호주 여행을 선택하는 여행객은 해외여행 경험이 많을 확률이 높다”며 “그렇기 때문에 호주 여행은 프리미엄 일정으로 구성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 운임이 낮아진 만큼 올해야말로 숙박과 식사의 퀄리티를 높여 호주 여행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인의 대표적인 인기 여행지 괌·사이판은 올해 더욱 세분화된 목적형 여행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괌·사이판은 특히 FIT 가족여행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최근에는 골프나 마라톤, 스쿠버 다이빙, 사이클과 같은 스포츠를 취미로 즐기는 여행객의 방문과 만족도가 높은 여행지로 평가받고 있다. 여행사들은 대체로 항공과 호텔을 더한 에어텔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스포츠 활동을 비롯한 ESL 교육, 태교 여행 등 특정한 취향과 목적을 더하는 경우 차별화된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괌·사이판으로 골프 여행상품이나 마라톤, 사이클 대회와 같은 테마 상품을 기획해 판매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모객이 이뤄졌다”며 “올해는 중장년층의 시니어부터 모녀 여행, 태교 여행, ESL 교육을 더한 여행 등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상품을 기획해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키워드

#전망2024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