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고흥'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지역문화 활력촉진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문화를 통해 주민의 일상이 활기찰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10월부터 고흥 거주민들로 구성된 노마드 고흥 주민여행기획단이 활동을 시작했으며, 고흥의 명소와 숨겨져 있는 공간을 발굴했다. 

곧 노마드 고흥 가이드북이라는 결실도 거둔다. 가이드북에는 5가지 콘셉트의 신규 고흥 여행 코스가 온전하게 담길 예정이며, 고흥군 문화도시센터 블로그 또는 고흥문화생활지대 웹사이트에서 2024년 1월부터 확인할 수 있다. 

시산도
시산도

●Theme 1 섬여행 
고흥의 정서를 담고 있는 섬
섬 like you


연홍도의 골목과 해안으로 이어지는 노천 갤러리, 그리고 소소한 삶의 흔적들. ‘작은 섬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고흥 섬의 첫인상이다. 그리고 섬을 가꿔 나가는 주민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보니 섬 여행의 테마를 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진지도에서 섬 여행 팀
진지도에서 섬 여행 팀

‘섬 like you’, 너를 닮은 섬. 여기서 너란 고흥 주민을 뜻한다. 한자로도 변환할 수 있는데 ‘섬 樂(락) 머무를 留(유)’, 즉 ‘즐기고 머물기 좋은 섬’이란 의미다. 고흥에는 170여 개의 섬이 있다. 그중 여행객이 주로 찾는 섬은 예술 섬 연홍도와 민간 정원 1호 애도(쑥섬), 편견의 아픈 역사가 담긴 소록도, 그리고 비록 연륙되어 있지만, 고흥의 양축을 담당하는 나로도(동일면, 봉래면)와 거금도(금산면) 정도다. 섬 개수를 생각하면 많은 편이 아니다. 


섬 팀은 일반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면서도 고흥의 정서를 충분히 담고 있는 2개의 섬에 주목했다. 그중 시산도는 부자 섬으로 알려져 있다. 선착장에 김양식 어구들이 즐비하고 외국인 근로자까지 바삐 움직이는 이 섬의 이면에도 여행을 풍요롭게 해 줄 자연과 문화가 있었다. 또한 진지도는 한때 지자체에서 전략적으로 투자를 계획했을 정도로 자연미가 빼어난 섬이다. 주민 수가 많지 않으며 입도에 불편함이 따르지만 호젓함과 불편함을 매칭하면 그것도 여행이다. 

시산도 캠핑
시산도 캠핑

▶주민여행기획단 Pick
별 보기 좋은 섬
시산도 & 진지도

강원도 양구군, 경북 영양군, 대전 천문과학원 등에서 연수를 받고, 천문지도사 2급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수지에서만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최적지는 고흥, 특히 고흥의 섬이다. 

별 관측에는 많은 장비가 필요해 차로 이동해야 한다. 차로 들어갈 수 있는 시산도가 먼저 생각나는 이유다. 관측지를 찾아내 그곳에서 밤새 별을 관찰하는 즐거움은 온전히 여행자의 몫이다. 물론 장비 없이 맨눈으로 보는 별도 황홀하다. 

지붕이 없는 진지도 전망대가 관측지로 적합하다. 구름 없는 밤, 보름과는 먼 날로 정해서 돗자리를 들고 전망대에 가는 게 새로운 버킷리스트다. 바닥에 누워 온몸으로 별빛을 맞이하는 ‘별빛샤워’,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섬 여행 코스
시산도 트레킹(봉오산 등산로 포함 6.1km)
선착장→ 해안길→신기룸해변→봉오산 임도길→정상→봉오산 등산로→살푸섬→선착장
 
진지도 트레킹(왕복 5km)
선착장→전망대→솔머리→납데기→내린머리→진지머리


●Theme 2 미식여행
남도의 떠오르는 맛의 고장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곳

남도의 떠오르는 맛의 고장, 감히 고흥이라 말한다. 고흥의 삼치와 삼치회는 누구나 최고로 친다. 삼치회 한 점 맛보는 순간 ‘입에서 살살 녹는다’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르고, 야구 배트 크기만 한 장어를 뭉텅뭉텅 썰어 끓여 낸 장어탕의 진한 구수함은 놀랄 수밖에 없다. 깊은 국물 맛과 쫀득한 장어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생각난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녹동항 위판장
녹동항 위판장

굴, 바지락, 황가오리, 매생이, 유자 같은 원재료는 물론 채국과 삼파래, 마른김국이라는 음식도 발견했다. 게다가 매생이덖음은 지금까지 맛본 매생이 음식 중 최고였다. 황가오리는 일단 한 번 맛보시길. 그 식감과 맛을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열무김치. 이제 다른 지역 열무김치는 먹지 못할 정도로 고흥의 열무김치는 특출났다. 

고흥의 맛은 내로라하는 맛고장에 비해 절대 뒤지거나 빠지지 않는다. 조금 부족한 구석이 있다면 마케팅. 노마드 고흥을 통해 고흥의 맛이 더 알려지고,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를 바라 본다.

황가오리회
황가오리회

▶주민여행기획단 Pick 
매생이를 제대로 먹는 법 
매생이덖음

목포에서 고흥으로 온 새댁은 이곳 음식이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은 목포 음식이 어색하고, 고흥을 책임지는 손맛의 대가로 우뚝 섰다. 애착이 가는 식재료는 매생이. 매생이는 국이 아니라 덖어 먹는 것이라 배웠다. 외지인들은 매생이국을 먹지만, 고흥 사람들은 매생이를 ‘덖어’ 먹는다. ‘매생이덖음’, 확 와 닿지는 않지만 대충 짐작이 갈지도 모르겠다. 국보다 훨씬 진한 매생이 요리다. 

만드는 법은 먼저 마늘, 생굴을 참기름을 두른 팬에 넣어 강한 불에 달달 덖어 준다. 굴이랑 마늘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 깨끗하게 씻은 매생이를 넣고 골고루 섞어 준다. 중약불로 불을 낮추고 잘 저어 주며 보글보글 끓이면 완성. 제대로 만든 매생이덖음은 음식에 젓가락을 꽂았을 때 젓가락이 제대로 서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진한 매생이의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참, 매생이덖음은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으니 먹을 때 꼭 주의하기!

매생이덖음
매생이덖음

▶미식 여행 코스
유유자적 유자향 바닷길과 숲길(1박2일)
다미식당 →거금대교 자전거도로 →해돌마루 →공룡알 해변→거금도 드라이브→녹동항 문어코구이→정다운식당→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분청마루(게장 & 갈치 정식)
 
고흥의 든든한 밥상(1박2일)
과역 삼겸살백반거리→별헤는 몰랑→ 두원면 농장체험→진미회관(장어탕)→녹동항 위판장 경매→뚝배기 식당(녹동 백반) →나로 220(커피)
 
가족과 함께 고흥 미식회(1박2일)
갑재민속전시관→일조식당(점암면 백반)→분청사기박물관→팔영대교 →평화국밥→팔영산 자연휴양림 > 마복산 목재문화 체험장→나로도 쑥섬→다도회회관(삼치회)
 
캠핑 & 고흥 맛 탐방(1박2일)
고흥만 수변노을공원해변캠핑장→고흥전통시장(생선구이)→분청사기박물관→카페 산티아고(고흥 커피) →녹동항 드론쇼→고흥만 바다 →거금도 둘레길→월포가든(매생이 칼국수)


●Theme 3 청년 & 푸른 공 여행
고흥이 선사한 재충전의 시간  
푸른 공 여행


“청년들은 고흥에서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을까?”라는 질문에 우리는 ‘쉼’으로 답했다. 한국에서 청년으로 사는 것도 꽤 힘이 드니까. 게다가 ‘리프레시(Refresh)’를 콘셉트로 고흥을 여행하니 이만큼 고흥과 잘 어울리는 주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차도 사람도 붐비지 않고 유명한 가게도 급하지 않다. 크고 작은 배가 끊임없이 오고 가는 녹동항에는 남도 특유의 여유와 질서가 있었다. 

고흥만수변노을공원
고흥만수변노을공원

또 고흥은 한겨울의 추위를 녹이는 햇살 같은 따뜻한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인지 고흥에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들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로컬숍, 직접 재배한 커피 열매로 만든 국내산 고흥커피,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들을 선보이는 작은 책방, 여행자들을 위해 정갈한 밥상을 차려 주는 숙소 등을 운영했다. 모든 곳이 고흥처럼 차분하지만, 내실은 탄탄했고 여행자에게 고흥을 새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방법을 알려 줬다. 자신들의 색깔을 뽐내는 이들을 보니 ‘힘을 내야겠다’라는 용기가 생긴다. 고흥에서 내면의 푸르렀던 에너지를 다시 채워 본다. 우리는 이것을 푸른 공(고흥)의 여행이라 부르기로 했다.

고흥만방조제 드라이브길
고흥만방조제 드라이브길

▶주민여행기획단 Pick 
첫 사회생활의 추억  
고흥만방조제

부산에서 대학 생활을 했지만, 졸업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첫 직장인 고흥 썬밸리리조트에 입사해 프런트 업무를 맡았다. 쉽지 않았다. 특히 3교대 근무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고됐다. 이런 나를 위로한 게 고흥만방조제의 풍경이다. 어느 날 저녁, 창문 너머로 빨갛게 물든 일몰 덕분에 숨통이 확 트였고, 또 어떤 날은 일출을 보며 야간 근무의 고단함을 달랬다. 직장에서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니. 새삼스레 행복했다. 또래 친구들이 도시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게 내심 부럽기도 하지만, 이 푸른 바다와 드넓게 펼쳐진 자연에 비교할 순 없다. 내가 여전히 고흥을 떠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 여행 코스
돌아보며 걷기|고흥읍

고흥을담다 여행자카페→ 존심당→ 옛 고흥읍성 산책로→ 벽화골목길
 
멍때리며 비워내기|고흥만방조제
고흥만방조제전망대→ 고흥만방조제드라이브길→ 파노라마전경 카페→ 고흥만수변노을공원
 
천천히 쉬며 에너지 채우기|금산(거금도)
금장해변 → 고흥의하루 → 해돌마루카페 → 매생이호떡
 
다시 시작할 준비하기|녹동항
더바구니→ 녹동청춘마루→  녹동시장&엉터리김밥→  녹동항&나로커피


●Theme 4 탐조여행 
최초의 지구 여행자를 찾아서
고흥에서 만난 지구 바람길 여행자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를 여행한 존재는 ‘새’다.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을 위해 온몸을 변화시켰고, 지구의 바람길에 올라탈 수 있도록 진화했다. 매년 반복되는 새들의 지구 여행은 이들의 운명인 셈이다. 

장선갯벌 저어새 & 노랑부리저어새
장선갯벌 저어새 & 노랑부리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무리가 고흥을 찾았다.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드나들며 만들어 내는 찰진 갯벌이 있는 곳. 찰박찰박 얕은 물은 새끼들이 먹이를 사냥하기에 좋고, 햇볕과 바람은 따사롭다. 함께 겨울을 날 큰기러기, 검은머리갈매기, 흑두루미, 가창오리 무리도 있다. 

고흥 득량만 갯벌은 새들이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 모이는 곳이다. 산과 들, 강과 갯벌. 바다가 조화로운 땅이다. 물론 지난 수천년간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도 이용됐다. 사람의 여행길과 새의 지구 바람길이 교차하는 곳이 고흥 득량만 자연이다. 우리는 탐조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고흥 득량만의 탐조는 자연을 이해하는 ‘관조(觀鳥) 여행’이라 부르고 싶다. 이 겨울 따뜻한 남쪽 고흥 득량만으로 관조여행을 떠날 것을 기대해 본다.

용산리 갯벌
용산리 갯벌

▶주민여행기획단 Pick 
검은머리갈매기의 곡예 
용산리 갯벌

주월산에서 발원한 물길이 모여 용산천이 되고, 그 물은 갯벌로 흐른다. 용산리 갯벌은 득량만에서 가장 안쪽에 자리한 갯벌로, 밀물과 썰물의 차가 커서 썰물 때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짱뚱어와 칠게, 농게 등의 저서생물이 풍부해 겨울 철새들의 먹이터가 된다. 고흥 득량만 권역에서 물새류 종류가 가장 많은 이유다. 

이 관찰지는 가장 낮은 곳에서 새들과 같은 시선으로 해를 등지고 온종일 탐조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밀물 때 바짝 엎드려서 갯벌 위를 오가는 새를 관찰하길 권한다. 새가 되어 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공감하게 될 것이다. 직선의 노두길은 만조시 새들의 휴식처가 되고, 곡선의 갯고랑과 물길은 먹이터가 된다. 분주한 도요새들의 다양한 사냥방식과 검은머리갈매기의 급강하와 방향 전환, 정지 비행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탐조 여행 코스
고흥 득량만의 관조 포인트

대서면 조성천 저류지 및 장선포 갯벌→대서면 송림리 저류지 및 송림 갯벌→두원면 용반리 동촌 갯벌→ 두원면 용산리(신월) 갯벌→고흥읍 호동리 고흥만 간척지 내 인공습지


●Theme 5 걷기여행
걸으며 새롭게 보는 고흥 
고흥 걷기 여행의 문을 열다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고흥은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제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너무 덥거나 추우면 길을 나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데 그럴 걱정이 없다. 여름 평균 기온 25도, 겨울은 평균 1~3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폭우나 폭설이 오지 않는 한 사계절 트레킹이 가능하다.  

노마드 고흥 걷는 길 팀은 ‘새롭게 보는 고흥, 새롭게 하는 고흥’을 테마로, 걷기 여행을 통해 고흥의 새로운 모습을 매 순간 발견하고,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공룡의 등뼈를 닮은 팔영산이나 거금도의 대봉이 이미 유명하다. 그보다 낮은 산들도 반나절 코스로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지형 덕분에 어느 산에 오르든 능선에서 오션뷰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접근성이 좋았다면 분명히 사람들로 북적였을 곳인데, 달리 보면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온전히 걷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길옆에는 삼나무와 잡목이 무성하게 밀림을 이룬다. 들국화, 섬국, 잔대, 도라지, 야생으로 자란 칡넝쿨까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반갑다. 

 

걷기 팀은 여행 중
걷기 팀은 여행 중

▶주민여행기획단 Pick 
자연 그대로 울창하고 건강한 숲  
운암산

중섯재에서 중흥마을로 향하는 임도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지만 산벚나무, 삼나무, 참나무도 많고 나무들 사이사이 잡목들이 자리 잡고 있어 그야말로 울창하면서도 건강한 숲이다. 임도 주변에는 하얀 꽃잎이 커서 눈에 잘 띄는 구절초와 연분홍 쑥부쟁이 그리고 진분홍의 잔대 꽃도 피어 있다. 모두가 한약재다. 잔대는 폐에 좋은데 생김이 인삼과 비슷하게 생겨 ‘사삼’이라는 약초 명을 가지고 있다. 숲 한쪽 구석에 붉은색 개옻나무가 시선을 끈다. 가을 단풍을 기대했으나 보지 못한 이에게 건네는 조그마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됐는지 오랜만에 흐뭇한 미소가 새어 나온다.

 

▶걷는 길 여행 코스
산벚꽃 그리운 길

분청문화박물관→중섯재→중흥마을→장수저수지 > 박지성공설운동장
소요시간: 약 9.7km(약 3시간 15분)


글·사진 ‘노마드 고흥’ 멘토 & 주민여행기획단  에디터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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