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겨울은 비수기가 아닌 황금기다. 눈 덮인 기암괴석과 설원 위 승마,  따뜻한 게르에서 즐기는 뜻밖의 럭셔리까지. 금 같은 추억이 눈처럼 쌓인다. 이 기사가 그 증거다.

줄친 테를지 리조트의 눈부신 겨울 설경
줄친 테를지 리조트의 눈부신 겨울 설경

●현지인 픽, 천혜의 자연 휴양지

몽골 칭기즈 칸 국제공항 착륙 40분 전. 창문 밖으로 눈 덮인 고비 사막이 보인다. 마치 표백제를 대지 전체에 들이부은 듯 새하얗다. 출국 심사 후 공항 밖으로 나왔다. 핸드폰에 찍힌 숫자는 ‘-22℃’. 그런데 무시무시한 숫자와 달리, 2월 말 몽골의 추위는 바람이 불지 않아 생각보단 견딜 만하다. 위아래로 히트텍 2겹에 양말 3겹, 두툼한 롱 패딩 등의 방한용품만 든든히 갖춰 입으면 여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유목민 게르 방문
유목민 게르 방문

안팎의 온도 차로 버스 차창은 서리로 뒤덮였다. 손톱으로 얼음을 긁어내자 눈이 멀 듯 하얀 설원이 이어진다. 공항에서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고르히-테를지 국립공원(Gorkhi-Terelj National Park), 줄여서 ‘테를지’로 불린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도심에서 차로 1~2시간이면 닿는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자연이 잘 보존돼 있어 현지인들에게도 자연 휴양지로 인기다. 여름이면 계곡과 기암괴석, 푸른 초원이 펼쳐지지만 겨울엔 모두 눈으로 덮여 고요한 풍경만이 남아 있다. 무성함 대신 적막함, 생명력보단 잠재력이 감도는 땅. 여름과는 또 다른 절경이다. 

독수리와 낙타
독수리와 낙타

테를지의 랜드마크는 단연 거북 바위(Turtle Rock)다. 거대한 거북이를 닮은 바위로, 중생대 화강암 지대 위에 솟은 수많은 바위들 중 규모나 모양 면에서 압도적이다. 테를지는 활동적인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드넓은 산맥을 배경으로 트레킹, 하이킹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가 가능하고, 겨울에는 말을 타고 설원을 느릿느릿 산책하는 승마 체험이 이색적이다. 현지 유목민 게르 방문도 빼놓긴 아쉽다.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건 물론, 타이밍을 잘 맞춘다면 몽골의 설날 ‘차강사르’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집주인이 내어 주는 푸짐한 차강이데(흰색의 유제품)에는 몽골인 특유의 따스한 환대 문화가 녹아 있다. 

칭기즈 칸 마상 동상과 순록
칭기즈 칸 마상 동상과 순록

테를지에서 울란바토르로 넘어가는 길에 들르는 필수 코스도 있다. 몽골인들의 국부이자 영원한 위인인 칭기즈 칸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 칭기즈 칸 마상 동상이다. 높이 40m,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답게 멀리서부터 위용을 뽐낸다. 말 머리 쪽 전망대에 오르면 끝없는 설원과 게르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동상 근처에서 한화 3,000원에 즐기는 독수리와의 사진 촬영도 깨알 같은 재미다. 

 

●게르도 5성급으로 럭셔리하게

테를지의 남쪽은 게르 캠프촌 밀집 지역이다. 게르마다 규모와 시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선택지가 무척 다양하다. 몽골 유목민들의 전통가옥인 게르는 이동이 잦은 유목민 특성상 운반과 조립이 쉽게 만들어졌다. 최근 관광용 게르가 현대적으로 많이 발전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수도와 전기 시설이 열악한 게르도 있다. 화장실과 샤워장이 야외에 별도로 있는 건 부지기수요, 건식 난방 대신 화목 난로를 때는 곳도 많다. 줄친 테를지 리조트(Juulchin Terelj Resort)에 도착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줄친 테를지 리조트의 외관
줄친 테를지 리조트의 외관

‘이게 게르야?’ 객실 문을 열자마자 훈훈한 공기가 밀려든다. 외형은 분명 게르인데, 내부는 깔끔한 현대식 원룸이다. 침대 3개가 놓인 방 하나와 일체형 화장실로 단출한 구성이지만 알차다. 향기로운 어메니티와 디퓨저, 5성 호텔급 푹신한 침구가 추위에 지친 여행자를 반긴다. 온수와 전기도 빵빵하고, 심지어 바닥은 플라스틱병이 쭈글쭈글해질 정도로 뜨끈하다. 난방 좀 잘 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2월 테를지의 저녁 기온은 –43℃를 육박한다. 한겨울 몽골에서 럭셔리란 다른 게 아니다. 따뜻하면 럭셔리다. 

게르 내부
게르 내부

줄친 테를지 리조트는 일반실과 독채형 게르 총 2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동남아시아 리조트로 따지면 아파트형 객실과 풀빌라로 나뉘는 것과 비슷하다. 게르의 숙박비가 더 비싸지만, 분명 그 값을 한다. 소소한 즐길 거리도 많다. 테를지는 워낙 기온이 낮아 한 번 눈이 오면 몇 개월까지 녹지 않고 쌓여 있는 탓에 사방이 자연 눈썰매장이다. 투숙객은 누구나 무료로 썰매를 대여해 리조트 내 언덕에서 썰매를 탈 수 있다. 웰컴 드링크로 제공되는 수태차(몽골 전통 우유 차)부터 양고기 스테이크까지,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몽골식도 다채롭다. 든든히 배를 채운 후, 호텔에서 전통 의상을 대여해 인증숏까지 찍으면 완벽한 일일 게르 체험이 완성된다. 

리조트 로비
리조트 로비

▶울란바토르 추천 스폿 5
울란바토르의 분위기는 테를지와 사뭇 다르다. 이제 막 개발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방 신도시 같은 느낌이 강하다. 울란바토르를 보다 알차게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추천 스폿 5곳을 꼽았다.

1. Gobi Cashmere 고비 캐시미어
몽골 최대 글로벌 캐시미어 브랜드로 최고급 캐시미어 제품들을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목도리, 장갑, 스웨터, 코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2. Zaisan Memorial 자이승 전승 기념탑
몽골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해 1971년에 세워진 탑.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겸한다. 

3. Narantuul Market 나랑톨 시장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재래시장.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출연진들이 전통 의상을 구입한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의류와 비단, 카펫 등을 주로 판매한다. 

4. Modern Nomads  모던 노마드
몽골 전통 양고기 찜 허르헉을 맛볼 수 있는  식당. 달궈진 돌과 함께 고기와 야채가 냄비에 쪄서 나오는데,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5. Kempinski Hotel Khan Palace
켐핀스키 호텔 칸 팰리스

칭기즈 칸 광장(Genghis Khan Square) 근처에 위치한 5성급 호텔. 클래식한 분위기의 객실과 럭셔리 스파 시설, 3개의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을 갖췄다.

 

몽골 글·사진=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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