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학분야에서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현상과 대안의 표현에서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일은 이미 사회일반적 경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화두로 던진 ‘0.5차 더하기’도 마찬가지이다. 이 말은 이미 수년전 우리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던 결합상승효과(synergy effect)나 컨버전스(convergence), 소프트화, 복·융합, 고부가가치화 등과 조금씩 뉘앙스가 다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유사한 개념으로 보인다.

국가전략상 주력산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하더라도 특정산업을 단정적으로 사양산업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으며, 사양산업의 경우도 없애기보다는 복·융합화를 통한 고부가가치화가 용이하고 바람직하다고 보는 공통된 전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새삼 경술년 벽두부터 ‘0.5차 더하기’를 이야기하는 의도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관광의 복·융합성은 관광 자체가 갖는 고유한 정책적 특성이다. 리조트와 결합하면 휴양관광이고 도시와는 도시관광, 산업과는 산업관광, 병원과는 의료관광, 웰빙과는 웰빙관광, 한류와는 한류관광, 군대와는 병영관광, 농촌과는 그린투어리즘 등 관광의 복·융합적 성격이 해당되지 않는 곳이 과연 어디에 있으며, 더 심하게는 복·융합 말고 관광 고유의 영역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관광은 문화관광부의 영역에서 확장되어 이미 전(全) 부처의 공통 행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관광계 내부의 상황은 어떠한가.

외래관광객 유치성장율은 거의 둔화되어 교착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고, 국민의 해외여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국민의 국내관광에서의 만족도는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경쟁력있는 대규모 자본은 여전히 관광업계 진입을 주저하고 있고 기존 관광업체의 고질적인 경영난은 나아질 기미가 없으며 농어촌 등의 지역살림이 좋아졌다는 증거도 별반 나오고 있지 않다.

이러한 원인은 너무나 복합적이어서 쉽게 정의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전체의 원인을 관통하는 몇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첫째는 정책당국자들의 이중적 가치관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성문화가 현장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문란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가장 보수적 기준을 유지하는 것과 같다. 관광의 정책적 효용성을 알면서도 관광진흥에 대한 실질적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둘째는 비과학성이다. 모두 싸잡아서 그렇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경영의 상당부분은 통계 등 과학적 토대에서 결정되기보다는 직관이나 외부의 정치적 판단, 해당기관 내부논리가 우선되는 것이다. 셋째는 도무지 협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처이기주의 등 수평적 관계에서는 물론 지방자치제도 시간을 더해갈수록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더욱 갈등적이며, 관광업체들은 각급단위의 사업자단체를 외면하고 독자적인 행보로 나서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 관광의 미래는 없다.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지금 관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맞닥뜨릴 잠재적 손실은 너무나 크다고 본다. 사정이 이런데도 요즘 들리는 소식은 어처구니가 없다. 별다른 공개논의도 없이 문화관광부의 명칭이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뀌고 약칭은 문광부에서 문화부로 바뀐다고 한다. 또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문화BTL(Build Transfer Lease)사업에 상당 규모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덕담만을 건네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5차 더하기’를 다른 해석으로 제안하고 싶다. 지금까지 1만큼 왔다면 올해에는 반보만 더 가보자는 말이다. 이번만은 한국관광계의 본때를 보여줄 한 해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______________________
김상태
stkim@kctpi.re.kr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