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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해
kyonghae@commkorea.com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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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 모든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진위여부였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 이전에 황우석 박사가 그 이전까지 세계가 인정하는 생명공학의 최고과학자라는 사실에 국민 대다수가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PR을 전공하는 필자는 이번 황박사 사태를 PR측면에서 접근해 보았다. 주위의 몇몇 분들은 농담으로 황박사에게서 최신 PR기법을 배우라는 충고를 필자에게 하기도 하였다.

일례를 든다면 황우석 박사가 작년에 병원에 입원하면서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초췌한 모습으로 TV와 신문의 사진기사에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진달래꽃을 뿌리고 쾌유를 기원하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 병실에는 취재기자 대신에 카메라기자와 사진기자만 출입을 허용해서 수염 기른 불쌍하게 보이는(?) 모습을 미디어에 노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하튼 누구보다 표면적인 이미지를 관리하고 미디어를 활용하는 테크닉에 능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황박사가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전문가를 뺨치는 그의 탁월한 설명 기술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들은 정직과 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PR의 최후가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PR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정직과 진실, 신뢰관계가 있느냐 없느냐가 진정한 PR인과 사이비 PR인을 구별지어 준다. 정직과 진실에 기초한 신뢰가 바탕을 이루지 않으면 순수한 PR전문가가 아닌 ‘고도의 지적 허풍쟁이’로 전략하게 되고 이를 황우석 박사를 보면서 극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대한 처방을 구하고 있으나 정직과 진실을 바탕으로 하여 평소 좋은 평판을 쌓는 것이 효과적인 위기관리의 지름길이다.

다만 PR전문가만이 아니라 과학자로서도 마찬가지이다. 연구 업적에 대한 정직과 진실이라는 본분에 비춰봐도 자명해진다. 과학자와 연금술사의차이를 보면 진실성이 없어지면 과학자가 순간적으로만 미혹을 할 수 있는 연금술사로 전락하게 된다.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고 정직과 신뢰가 없으면 반드시 탄로가 난다. “한사람을 영원히 속일수도 있고, 모든 사람을 순간적으로 모두 속일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수는 없다”는 경구가 있다. 과학자와 PR전문가로서의 기본이 되는 윤리성이 더욱 더 요구되는 중요한 시점에서 곰곰히 되새겨야봐야 하겠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과학전문잡지인 사이언스에서 2004년, 2005년의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게재되고 정부의 생명공학에 대한 지원, 모든 국민들이 난치병을 치료하면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노벨상까지도 수상을 바라는 간절한 희망과 염원이 합쳐져서 황우석 박사를 하나의 큰 권력이 되게 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오히려 큰 위기를 불러 온 것이다. 믿기조차 어렵지만 어느 누구도 그동안은 이 절대권력에 도전할 수 없었고, 정직과 진실을 추구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전혀 없었다는 폐쇄성이 위기를 자초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거짓에 대해 은폐를 한 것은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낳게 되는 이치와 같다. 진실과 정직이 없는 모래위에 지은 집과 같은 사상누각의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다시금 PR인으로서 정직과 진실, 신뢰가 없다면 누구에게나 큰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BTB, Back to Basic)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윤리적인 기본 바탕이 없는 순간적으로 가시적인 목전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이비 PR과 사이비 PR전문가, 사이비 과학자는 진실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고 냉혹한 심판을 벗어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우리 국민들 모두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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