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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혁
shkim@sejong.ac.kr
세종대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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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월18일 신년사에서 다음과 같이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서비스산업도 매우 중요합니다. 서비스산업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고급서비스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문화·관광·레저와 같은 서비스산업도 다양하게 육성하고 고급화해야 합니다”라고 언급했다. 신년사에서는 이전에 많이 듣던 경제의 양적 성장 측면이 아니라 고급서비스, 다양화, 고급화, 즉 질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양적으로 보면 한국관광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사상 처음으로 외래관광객 600만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615만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는 2008년께는 800만명 유치목표를 세우고 있다. 연평균 7%대로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한류’라는 유행어를 만들고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증가하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외래관광객들에게 만족할 만한 관광상품을 제공하고 있는가 하고 냉철하게 반성할 때가 왔다.

한류라는 일시적 유행으로 방한한 관광객들은 고급서비스 또는 고품질의 관광상품을 맛보고 한국에 감탄하고 돌아가고 있는가? 예를 들어 일본 아주머니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기대를 갖고 방한하는데, 실제로 드라마를 촬영한 장소로의 교통편이 불편하다든지 입에 맞는 음식점이나 관광기념품, 주변 환경이 정비되지 않아서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기대가 환상으로 변하고 실망으로 끝나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는 않는지?

작년 방한한 외국인 600만명이 2년 후에는 800만명으로 증가하고 2010년에는 1000만명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수용체제가 허술하고 서비스품질이 낮으면 마냥 즐거워할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양적인 증가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눈을 돌리고 그에 노력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김종민 사장은 700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올해는 베이징 지사와 상하이 사무소 외에 광저우, 선양, 칭다오 등에 추가로 지사를 설치해 이들을 유치할 것이라고 하였다.

최근 전남 전주에서는 우리의 고품질 버섯이 중국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농산물 개방으로 중국 농산물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의 고품질 버섯이 중국의 부유층을 위해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이나 대만, 그리고 동남아에도 한국인 1인당 GDP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표적시장을 다수에서 특정인들로 잡고 틈새시장을 노리는 고급화 전략으로 이행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김 사장은 또 최근 홍콩지사서 판매한 300만원짜리 한국음식관광상품은 다른 상품보다 10배나 비쌌지만 120명이나 예약했다고 한다. 관광공사는 외래관광객에게 한국관광을 홍보하는 국가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게 본래의 임무이다. 실제로 틈새시장을 노리고 외래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관광공사가 노력하지만, 그런데 관광상품 개발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관광공사에서는 외래관광객 다양화를 추진하기 위해 구미주 등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불교, 템플스테이, 한옥체험이나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파할 수 있는 관광상품 등 전통문화를 활용한 ‘신한류’ 상품개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패키지 관광상품개발에 관광공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 된다. 지방자치단체나 협회 등 관련기관과 협조해 새로운 틈새상품을 만들어나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에서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서남해안 개발사업, 부산영상도시, 광주문화중심도시, 농촌관광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국민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했듯이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골프와 같은 고급서비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언론 및 일반국민들도 골프를 사치하다고 비난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이미 소비무대가 세계화됐다고 대통령까지 강조하지 않는가?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해외를 다녀왔고, 우리나라 가계 소비 100만원 중에서 4만5,000원을 해외에서 쓰고 있다고 하는데, 해외여행을 하는 한국인의 일부라도 국내로 돌리게 하고, 또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쓰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관광인들은 오래전부터 주장을 거듭하던 말이다.

이렇듯 정책적으로도 파격적으로 기존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지구촌 경쟁시대에서 다른 나라를 이기는 길이다. 고품질 관광상품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말 동화와 같이 드라마에서 풍겨온 그대로의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관광목적지 이외의 주변 환경 정비에도 신경을 써야하고, 지역주민에게 홍보와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통령이 관광을 보는 시각의 변화가 언론 및 일반인들에게까지 공감대가 확산되어 굴뚝 없는 관광산업이 우리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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