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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년전 함께 공부했던 외국인 친구가 세미나 연사로 방문해 하루저녁 서울 시내를 안내한 적이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곳을 두세 시간 만에 보여줘야 하는데,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그를 어디로 안내할까 일순 고민하다가 저녁식사 후라서 남산을 오르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서 보는 야경은 다른 사람 머리너머로 힐끗 스쳐지나갔고 한국어 방송이 잠깐 들리면서 잠시 흔들거리다가 어느덧 산 정상에 도착했다. 남산의 봉화대며 휴식공간이 편하게 관광객을 맞이하는 듯했다.

깨끗하게 새로 단장된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내양의 손짓을 잠시 보고나니 어느덧 꼭대기다. 동서남북 서울의 야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서울의 발전상을 겉으로나마 그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에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강 너머 여러 대교가 각기 다른 색으로 물들어 있고 도로의 자동차 불빛이 한밤을 수놓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잘 정비된 하드웨어에 외국인들이 부담 없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관광 소프트웨어어가 잘 정비돼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친구가 남산을 혼자 돌아다녀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될 수 있을까? 혼자서도 느긋하게 구경하고 즐길 수 있을까? 케이블카에서는 한국어 방송이 나왔고, 전망대 엘리베이터에서는 도우미가 한국어로만 설명을 하고 있는 현실이 문득 외국인을 배려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서울은 국제도시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제도시로서의 위상만큼 서울시의 준비는 잘 돼 있는가? 우리가 외국을 여행할 때 때때로 한국어 안내나 자막을 보고 마음이 편해지며 매우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외래관광객 유치를 열렬하게 외치는 우리 관광인들의 준비태세를 처음부터 다시 뜯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외래객을 받아들이기 위한 관광지 구축에는 외국인이 혼자서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환경 구축과, 외국인이 내국인과 접촉하는 기회를 증대하는 환경 구축이 있는데, 여기서는 전자에 한해 구체적인 내용을 제언하고자 한다.

외래관광객이 혼자서도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환경구축으로, 하드 측면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많은 안내·유도표지에 영문 및 일문 등을 병기하고 가능한 것을 그림문자화 한다.

둘째, 외래관광객이 시내 터미널에서 관광대상을 돌아다니는 발자취에 따라 안내·유도표지를 정비한다.

셋째, 교통기관, 관광안내소, 관광팸플릿, 관광지 안내·유도표지, 관광대상(사찰이나 박물관 등) 등 테마별로 몇 개의 포인트를 표시한다.

그러나 외래관광객이 혼자서도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드는 환경구축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서는 아무래도 소프트 측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외래관광객이 들르리라 예상되는 곳에서는 영문이나 일문, 중문의 표기를 우선으로 하고 안내방송 및 코멘트를 외국어로 병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런 것도 관광지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제화시대에 걸맞지 않다. 서울 시내 어느 곳을 가더라도 외국어로 안내가 병행된다면 그야말로 국제관광도시의 기초를 다지려는 준비가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수용태세 점검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서울 남산의 케이블카나 전망대를 올라가서도 영어나 일어를 들을 수 있거나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화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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