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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으로 시작해서 그 회사의 CEO까지 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다. 글로벌 체인호텔 그룹의 브랜드와 매니지먼트를 사용하는 국내 대부분의 특급호텔은 한국인이 총지배인으로 있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해외 여러 호텔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외국인 호텔리어를 총지배인으로 고용하고 있다. 롯데와 신라, 국내 앰버서더 그룹과 협업하고 있는 아코르의 이비스 등 일부 호텔이 예외다. 대구그랜드호텔은 오래된 지역 토종 호텔로, 지난 2007년 특1급 호텔로 승격했다. 또 독자적인 서비스 운영과 향후 계열 호텔 확대도 계획 중에 있다. 대구그랜드호텔 양정윤 총지배인에게 한국적 그리고 지역적 호텔 경영에 대해 들었다.

■두 가지 꿈 ‘박사’와 ‘총지배인’

대구그랜드호텔은 지난 1992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 전에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경주호텔학교의 교육생으로 호텔업 입문의 기회를 삼았고, 경주 콩코드호텔에서 첫 일을 시작했습니다. 본래 대구가 고향이라 대구에서 일하고 싶었기에 대구프린스호텔로 이직했고, 대구그랜드호텔에 창립멤버로 참여해 지금까지 근무해오고 있습니다. 대체로 계속 회사를 옮기며 이직을 반복하거나 한 회사에서만 줄곧 근무하는 경우로 나뉠 때가 많아 제 이력을 보고 흥미로워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한 직장에서 평생 근무하기 힘든 시대에는 회사 생활이 안정되고 한창 일할 나이에도 40대 이후에 어떤 일을 할까를 고민하게 마련입니다. 그랜드호텔에 오래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또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업무가 어느 정도 반복되다 보면 또 사람이 나태해지고 지루하기 마련인데, 그 때 스스로 목표로 삼은 두 가지가 그랜드호텔의 총지배인이 돼보자는 것과 호텔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부산동명대학원에서 ‘호텔 브랜드 자산이 가지는 파워 구성요소’란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해 일단 두 가지 소원을 모두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대구그랜드호텔은 일반 호텔로도 드물게 2004년부터 총 270억원을 투자해 골격만 빼고 모두 바꿨다고 할 만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2007년에 특1급으로 승격됐고, 현재 대구를 대표하는 호텔이자 세계적인 체인 호텔들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모두 힘을 쓴 결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렸고, 또 많은 명사들이 대구나 경북 지역에 오면 저희 호텔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직업이 됐으면

저희 호텔을 직접 방문해 본 분들 가운데는 세계적인 호텔을 두루 경험한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리노베이션을 진행한 것도 있지만, 호텔의 인테리어와 내부 분위기, 특히 품격 등이 해외 체인 호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칭찬을 하곤 합니다. 이것은 시공사의 노력도 있겠지만, 저를 비롯해 담당자들이 여러 호텔을 방문하고 리서치를 통해 각 요소마다 어떤 사항이 장점인지를 철저히 조사해 반영한 결과입니다. 그것들이 각각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데도 많은 공을 들였음은 물론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저희 킬러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뷔페 레스토랑을 꼽고 싶습니다. 저희 목표는 그랜드호텔의 뷔페레스토랑이 뷔페를 운영하는 곳이라면 꼭 방문해봐야 할, 지향하는 ‘목표’가 되는 것입니다. 뷔페 레스토랑 역시 인기업체들을 방문해서 저희 특성에 맞는 것을 모색했습니다. 지금도 담당자들이 매월 2회 이상씩 여타 업체들을 리서치하고 트렌드 파악 등을 통해 서비스 개선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부분에서는 교육 못지않게 직원들의 ‘정신 노동과 피로’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비상식’적인 컴플레인을 해오는 고객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면 담당부서장이 나서 직접 처리토록 하고, 해당 직원이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데 관심을 기울입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업 종사자도 사람인데 부당한 일을 겪어서 생긴 마음의 상처를 안고 밝은 얼굴로 고객을 대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직원의 잘못이 있다면 이에 대한 개선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요.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저도 한 때 ‘뽀이’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시 당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 것들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는 것도 사실이죠. A380 비행기는 ‘하늘 위의 6성급 호텔’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항공사 승무원만큼이나 특1급호텔의 호텔리어도 자신의 직업과 전문성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겠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고, 지방 호텔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 직원들과 이야기 하고, 그 간극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박사 취득을 위해 노력한 것도, 또 박사 논문 주제로 호텔의 브랜드 파워에 대해 연구한 것은 제 자신을 위한 것도 있지만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호텔 업계에도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들어오고, 또 누구나 인정하는 부러워하는 직업이 됐으면 합니다. 또 대구그랜드호텔도 이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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