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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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열풍이다. 그의 이른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물론 그가 세상을 어떻게 혁신해 왔는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그의 사후 발간된 900쪽짜리 공식 전기 10만부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매진됐고, 신형 아이폰4S는 아이폰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삼성의 스마트폰이 아이폰을 눌렀다는 기사를 내고 있지만, 부가가치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비교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간 애플은 혁신을 일궈왔고, 그 핵심은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의 어록 중에 필자에게 가장 크게 와닿은 것은 ‘애플은 IT회사가 아니라 인문학과 기술이 교차하는 곳이다’라는 말이었다. 보통 전자회사, 통신회사, 컴퓨터회사하면 우리는 개발, 공학, 숫자, 기술 등을 떠올린다. 머리 좋은 이공계 출신들이 포진해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빠르게 신제품을 먼저 생산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애플은 이런 기술중심주의에 사람의 느낌을 붙여왔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애플은 얼마나 인간적인 이름인가?

네이밍 뿐 아니라 애플 제품은 너무 예쁘다. 모든 제품의 디자인이 세련되고 아름다와서 누구나 갖고 싶게끔 한다. 1997년 필자는 뉴욕 맨하탄 현대미술관(MOMA, Museim of Modern Art)을 방문했었다. 이때 본 전시물 중에 가장 놀랐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애플의 '매킨토시 클래식' 컴퓨터였다. 1990년 발표돼 999달러에 판매됐던 모니터와 본체 일체형의 이 개인용컴퓨터의 디자인은 깜찍함 그 자체였다. 숫자계산 기계인 컴퓨터도 당당히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고, 미술관에 소장될 수도 있다는 강렬한 감동을 줬다.

더 중요한 애플의 혁신은 사람 중심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이었다. 사실 애플의 개인용컴퓨터 시리즈 ‘매킨토시’가 나오기 이전까지 컴퓨터는 전문가들만이 사용하는 기계였다. 잡스는 매킨토시를 만들면서 그림을 이용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 이전까지 컴퓨터는 학습된 명령어를 통해 사용하는 도구였다면 이후부터는 마우스로 원하는 행위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여기에서 그가 말한 인문학의 힘이 나온다. 컴퓨터의 행동 하나하나의 이면에는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그 행동을 집행하는 방법이나 결과는 사람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문학의 힘이었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서 검지와 중지로 화면을 줌인·줌아웃 하는 것은 얼마나 쉽고 자연스러운가?

결국 잡스가 한 일의 핵심은 어찌보면 사람을 잘 이해하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이 습관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숙지해 그것을 기술적으로 대응하도록 한 것이다. 인문학이란 것이 인간의 고뇌를 논하는 고리타분한 고담중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를 이해하는 가장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스티브는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본질적으로 인간적일 수 없는 디지탈 기기들을 인간 삶 속에 스며들게 했다는데 그의 탁월함이 있다. 이를 통해 사업도 인생도 성공했다. 그것은 비즈니스의 본질이 인간으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행은 컴퓨터나 휴대폰과는 다르게 본질적으로 아날로그이다. 점점 디지탈화되어 가는 세상의 탈출구로서 사람들에게 휴식과 평화를 주는 매력적인 분야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은 얼마나 그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임하고 있었을까? 여행산업이야말로 인문학과 훨씬 더 결합이 쉬울텐데 왜 우리는 아직도 10년 전 상품이 그대로인가? 10년 동안 사람들의 욕구는 정말 변하지 않았을까? 사람과 세상에 대한 더 깊은 이해만이 현실 극복의 출발점이라고 스티브 잡스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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