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겸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tourlab@jnu.ac.kr


대한민국 관광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꿈에 그리던 외래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사상 최초로 월 관광객 90만명을 넘어섰고, 10월까지 800만 명을 돌파해, 현재 추세로 가면 연말까지 지난해 보다 9% 늘어난 9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78년도에 처음으로 100만 명이 찾았고, 10년후인 1988년에 200만명, 그리고 다시 12년이 지난 2000년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큰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다가 최근 3년 동안 매년 100만 명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2008년도 689만 명이었던 외래관광객이 지난해 880만명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는 세계 20위권, 아시아 7위권의 관광 부국으로 진입한다는 뜻이다. 관광 수입도 사상 최초로 100억달러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성과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세계 금융위기, 신종플루, 천안함·연평도 사건, 일본 대지진 및 원전 방사능 유출 등 국내외 대형 악재를 극복하고 이뤄낸 결과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동안 G20 정상회의 등 주요 국제행사 개최와 업그레이드된 한류 관광, 의료 관광, MICE 등 시장을 세분화해 타깃형 마케팅을 범정부적으로 펼친 덕분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남의 덕도 없지 않다. 이웃 중국의 관광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이 일본 대지진과 엔고 등의 영향으로 일본 대신 우리나라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1,000만이란 숫자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지만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냉정하게 현실을 되짚어 봐야 한다.

관광상품과 콘텐츠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서비스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관광객의 80%는 여전히 서울을 찾으며 지방을 찾는 관광객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관광인프라는 여전히 낙후하며, 호텔은 빈 방이 없다. 서울만 현재 5만개의 객실이 부족한 상태다. 고물가로 한국관광산업의 가격경쟁력은 중하위권이다. 이제 양적 성장에 연연하지 말고 한국 관광의 체질을 개선해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먼저 국제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비자를 포함한 출입국절차를 개선해야 하며, 중국 관광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좀 더 완화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영세하고 환경변화에 취약한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관광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비무장지대(DMZ) 생태관광과 섬·갯벌관광, 생활관광 등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볼 수 없는 ‘온리원(only-one)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K-POP 열풍을 활용한 문화체험관광은 상상력과 기획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의료관광과 MICE 관광, 동북아 크루즈는 고부가가치 고품격 상품이다.

그리고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부족한 호텔과 리조트, 비즈니스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유형의 관광인프라의 확충을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중국과 일본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작년에 한국을 찾은 관광객 880여만 명 가운데 1위는 일본(303만명), 2위는 중국(189만명)으로서 두 시장을 합하면 492만 명으로 전체 시장의 56%를 차지한다. 관광 수입 측면에서 보면 62억4,000만 달러를 차지해 총 수입액의 69%나 된다.

급성장 중인 중국 경제를 감안하면 향후 시장 잠재력은 중국이 훨씬 크다. 그러나 일본시장도 동시에 중요하다. 두 시장은 관광 니즈와 패턴이 다른 만큼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하면 충분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여기에 동남아 신흥시장과 원거리 유럽과 미주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면 외래관광객 1,000만 명 시대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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