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일
(주)여행이야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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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 단체로 기행을 가겠다고 의뢰가 오면 몇 가지 챙기는 것이 있다. 먼저 요청한 날짜가 월요일인지 확인한다. 월요일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박물관, 전시관이 쉬는 날이라 자칫 잘못하면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가려고 하는 지역에 축제나 행사가 있는지 알아본다. 만일 모르고 갔다가는 예상한 일정이 한참 늦어지는 걸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제를 목적으로 가는 일정이 아니라면 그 지역을 피해서 일정을 잡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 축제가 참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를 보니 2011년 예정된 지역 축제가 763개라고 한다. 축제 진행 기간을 평균 5일로 본다면 3815일이니 대체로 매일 10곳 정도에서 축제를 진행하는 셈이다.

축제의 형태도 다양해서 특산물을 테마로 삼기도 하고 문화재, 전통행사, 그리고 독특한 자연 환경을 주제로 잡기도 한다. 또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 비싼 입장료를 내고 전시관을 관람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곳을 가도 축제를 하는 곳은 사람이 많다.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정말 많다. 그래서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고 먼 임시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그게 싫어 노상 주차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차와 사람이 범벅이 되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축제 현장은 항상 바쁘고 힘들다. 일행을 모아 차에 태우는 것만으로도 전쟁을 방불케 한다. 가끔 현장에서 뵙게 되는 자치단체 공무원분들은 축제가 끝나면 며칠 앓아누울 만큼 현장에서 겪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와서 다행이라며 웃으시니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펄쩍 뛸 분도 있겠다.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부족한 예산이지만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고민해 온 관계자들이다. 이분들로서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하셨으니 당연히 많은 사람의 방문이 곧 축제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한편 축제를 하는 곳이라면 어디나 장이 서는데 그 모습도 비슷하다. 그런데 부대행사마저 점점 비슷해진다. 학교 방과 후 수업에 등장할만한 체험 내용이다. 지역 특징이 없는 전국의 관광지 기념품과 동조화가 이루어지는 듯하다. 본 행사, 곧 축제의 주제를 다루는 공간이 있지만 사람이 많다보니 대충 보고 나와 주변의 장터와 부대행사를 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러니 여러 곳 축제를 다녀온 사람들로서는 모두 비슷하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으실 듯 하다. 축제인데 좀 구색을 갖춰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지만 참여자로서 축제를 찾을 매력이 축소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제는 다시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요즘 정보의 확산으로 어느 지역에 무엇이 유명한지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 면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축제라면 조금 다른 형식으로 바뀌어도 좋을 듯 하다. 지자체가 보증하는 좋은 품질의 물건을 특정 기간에 싸게 판다면 굳이 축제의 형식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또 다음을 기대할 테니까. 그리고 오랜 전통을 그대로 활용하는 축제도 그렇지만 새로운 테마를 정하고자 한다면 다루려고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부대행사를 줄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렇게 하면 언뜻 축제의 규모가 줄어 보이긴 하겠다. 정말 그러하다면 지금의 축제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축제 주최 측은 사람이 왕창 모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축제를 양으로 계량하는 것이 아닌 품질로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꼭 많은 사람이 온다고 큰 경제 기여를 하는 것도 아닐 듯 하다. 또 축제를 자신의 지역 역량을 강화하는 도구로 쓰기 위해 평소에 콘텐츠를 육성하는데 집중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해 축제 주최자의 새로운 시도가 잘 펼쳐진다면 그 동네는 1년 내내 잔잔하지만 알찬 축제(?)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어서 준비하시는 분들도 조금 부담이 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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