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품격 여행시장의 성장 上
레드오션에서 허우적대는 여행사, VIP를 향해 쏴라



여행객은 점점 남과 다르고, 나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화된 여행상품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에 따라 패키지보다는 자유여행이 선호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고품격 상품의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여행사 역시 소위 ‘1만원 떼기’로 불리는 저가 패키지 시장보다 단가가 높은 고품격 상품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벌써 많은 업체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해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서는 상황. 고품격 상품의 등장배경과 어려운 사항과 향후 전망에 대한 여행사의 시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김명상 기자 terry@traveltimes.co.kr

-남과 다른 여행을 원하는 이 늘어나
-여행사마다 출사표 던지고 적극 영업
-전문성과 타깃 접근 방법이 해결과제



■초점은 ‘소비자의 만족 극대화’

고품격 상품에 대한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가격, 호텔 수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고가라고 해도 가격은 한도 끝도 없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애매한 측면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품격 상품은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 ▲SIT(특별관심상품) ▲특화된 서비스 및 관리 ▲제한된 마케팅 대상 등의 특성을 가진다. 기준이 ‘여행자가 바라는 것에 대한 만족도 극대화’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아무리 고가라도 기존 상품과 비슷한 획일화된 구성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출발시점부터가 다른 만큼 다다익선보다는 ‘맞춤형 여행’이나 ‘한정된 인원’이 일반적이며, 가격도 일반 패키지 상품의 몇 배 이상 높기 마련이다.

한 예로 일본에서 출시된 프랑스 상품은 가격이 한화 1,120만원에 달한다. 12일간 프랑스의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림이 될 만한 곳에서 스케치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12~20명의 한정 상품이고 유명한 화가가 동행하며 모두가 자유로이 그림을 논의하고 토론할 수 있는 모임이 마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상품은 지난 2005년에 출시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에서는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상품에 일찍부터 눈을 돌려왔었다.

■여행업계의 ‘렉서스’를 꿈꾼다

고품격 시장은 경제 수준 향상에 따라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근 관광트렌드 변화와 향후 정책방향’에 따르면 최근 고급 관광시장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비용대비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계층이 늘어나는 것이다. 해외여행의 대중화로 남들과 차별화된 여행경험을 갖기 어려워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광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여행객 성향 변화에 따라 여행사는 고품격 브랜드 출시를 꾀하는 중이다. 수익 제고 외에도 회사 이미지 상승, 소비자 성향 존중, 여행의 품격 증진 등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브랜드로는 한계가 있어서 아예 다른 새로운 브랜드로 갈아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진관광의 칼팍(KALPAK)이나 모두투어의 JM(Jewelry Mode), 하나투어 제우스(ZEUS) 등이 그것으로 마치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가 1989년 ‘렉서스’라는 별도의 브랜드를 출시해 고가 수요를 공략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들의 지향점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르다. 칼팍의 경우 1995년에 출범한 이래 여행사가 만든 고품격 브랜드 중 가장 확실히 자리매김한 상태다. 반면 뒤늦게 고품격 시장을 주목한 여행사들은 또 다른 시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모두투어의 JM사업부는 럭셔리의 개념을 값비싼 여행이라기보다 ‘구성요소의 품질이 뛰어난 상품’으로 정의하고 범위가 넓은 명품여행을 다루고 있다. 햇수로 3년을 맞이한 하나투어의 제우스(ZEUS)는 초기 0.1%를 타깃으로 했지만 현재는 1% 정도로 대상을 확대하고 별도로 운영했던 제우스 브랜드를 하나투어 홈페이지에 노출시키는 등 변화와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수익률은 오히려 비슷하거나 낮아

이들 브랜드는 대부분 고소득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급여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총 27만9,523명으로 전체 근로소득자(1514만명)의 1.84%를 차지했다. 범위를 넓혀도 8,000만원 초과 소득자는 전체의 4.14%, 6,000만원 초과 소득자 역시 전체의 9.53%에 불과하다. 몇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품격 상품은 아무래도 소득 수준이 높아야 구매가 가능한 만큼 실수요는 10% 내외로 한정된다. 그리 많지 않은 수요지만 이미 많은 브랜드가 출범했고, 해외 럭셔리 브랜드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여행사까지 합하면 한정된 파이를 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경쟁에 따른 수익률 하락도 나타나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고가일수록 수익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일반 여행 상품 수익률이 10%라면, 고품격 상품은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A여행사 관계자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상품 수익률을 얼마라고 일괄적으로 정하면 단위가 너무 커져버린다”며 “우리의 경우 보통 패키지 상품의 수익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해외사례 1

젊은 층의 부각, 아시아 지역 인기 상승

고품격상품 구매자와 공급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국제럭셔리관광박람회(ILTM)의 ‘럭셔리 여행의 미래, 글로벌 동향 보고서(The Future of Luxury Travel, A Global Trends Report)’에 따르면 고품격 상품 여행객의 이용객은 주로 중년으로 절반은 45~55세 사이였다. 35~44세 여행객은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전체의 약 30%에 달하며, 특히 신흥 국가의 성장과 기업 내 젊은 임원의 부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고품격 상품 이용자의 48%는 1년에 4번 정도의 여행을, 20%는 그 이상을 다녔다. 전체의 약 75%가 년에 1~2번 장거리 휴가를 다녔고, 33%는 단거리 여행을 3~4회 가졌다. 고품격 상품 경험자 중 단거리 여행객의 60%가, 장거리 여행의 75%가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했다. 소비액은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여행객의 41%가 5,000~1만 달러를, 12%가 2만~3만 달러를, 10%가 3만 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숙소(88%), 개인화된 서비스(80%), 비용(59%), 전용통로(54%), 미식체험(46%), 개인정보보호(46%), 항공루트(41%) 등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고급 수요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을 통한 의사결정을 중요시 여기고 있으며, 개인 여행뿐만 아니라 부모 등을 아우른 다세대 가족여행을 중요한 사항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가 여행을 위한 주요 대상지역은 유럽(41%)이었고, 이 중 프랑스(14%), 이탈리아(9%)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아시아지역의 비중은 27%로 주요 목적지는 몰디브, 일본, 인도, 태국, 뉴질랜드 등이었다. 중동 및 아프리카는 18%가 선호했고 두바이, 케이프타운 등이 선호대상지였다. 이어서 미국(뉴욕, 로스엔젤레스 등)이 8%, 라틴아메리카(리오데자네이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6% 수준이었다. 한편 아시아나 대양주 지역은 신규 시장으로 중국, 인도, 몰디브,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 싱가포르가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럭셔리관광박람회ILTM·International Luxury Travel Market
전 세계 럭셔리 호텔 및 리조트 등의 홍보 박람회로서 바이어와 구매자 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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