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섭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여행업은 대표적인 서비스업종 중의 하나다. 제조업종이야 유형의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지만 우린 무형의 재화를 판매하는 위험한(?) 직업군에 속한다. 기본적으론 이 무형의 상품이 잘 만들어져야 하겠지만 세련되고 호소력 있는 말솜씨로 포장한다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무기가 된다.

서비스업이라 그런지 우리 업계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필자의 주변에도 재치 있는 입담과 유머로 좌중을 즐겁게 만드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는 점이다. 웬만하면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끌어주는 것도 이들의 덕목 중의 하나다. 그런가 하면 말 참 못한다 싶은 사람들도 뜻밖에 많다. 영업세계에서는 조금은 터부시 해야 하는 정치나 출신지역에 관련해 일방적인 견해를 늘어 놓거나 자신보다 힘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비난을 퍼부어대는 식이다. 이런 부류에 속한 사람일수록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 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로 채거나 상대방의 애기가 끝나기 무섭게 다른 화제로 넘어가 김을 뺀다.

예나 지금이나 무교동거리를 지나다 보면 여행업에 몸담은 선후배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오래 전 샐러리맨 시절에는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였는지 ‘아직도 거기 다니시죠?’ 라는 썰렁한 인사를 많이도 들었다. 듣는 순간 유쾌한 생각이 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최근엔 ‘전보다 머리가 더 빠졌어’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이젠 단련이 되어 무덤덤할 뿐이다. 자주 보는 사람도 아니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라면 다소는 아부성 (?) 인사도 필요하다. 어지간히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배가 더 나왔네요’라든지 ‘어디 아픈 데 있으세요?’ 같은 마음 상하기 쉬운 말을 건네진 않을 것이다. 설령 사실이 그렇더라도 그보다는 상대방의 좋아 보이는 곳을 찾아내 덕담을 건네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아무리 배가 나왔어도, 아무리 아파 보여도 어디 한 곳은 칭찬할 만한 데가 있지 않을까?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이제 좀 식상했다 싶을 정도로 자주 쓰인다. 그러나 이 말처럼 여행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야 할 게 또 있을까 싶다. 말 잘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다. 주위의 여행업계 동료들을 한번 둘러 보자. 편안한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묵묵히 얘기를 경청하다 자신의 얘기를 비로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잔뜩 골 난 얼굴에 금방 시비라도 걸 듯 고성을 지르는 사람이 있다. 누가 고객의 선택을 받을지는 이 정도면 더 설명이 필요 없다.

‘Great Communicator’란 말이 있다. 우리 말로 풀이하면 ‘위대한 소통자’ 정도가 될 듯싶다. 성공한 영화배우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역사상 가장 통솔력 있는 미국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로날드 레이건이야말로 이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넉넉한 유머와 화합의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준 그의 언어 능력과 탁월한 리더십은 여행업계의 모든 이가 음미해 볼 만하다.

그의 ‘Well~’ 로 시작되는 유머러스한 말솜씨와 여유 있는 표정은 듣는 이로 하여금 말의 내용과 관계 없이 강한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Good Listener’ 이자 칭찬도 잘 하는 ‘Good Motivator’ 인 그가 ‘위대한 소통자’ 로 불리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비유하기에도 딱하지만 최근 성추행 혐의로 대한민국 남자들의 위상을 한 없이 떨어뜨린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는 정반대다. 행동도 나빴지만 기자회견장에서의 언행은 한편의 막장드라마로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인턴인 여성은 왜 가이드라고 불러 우리 여행업계를 욕되게 하는지. 좋은 일은 빨리 할수록 좋다고 했다. 오늘 만날지 모를 살집 있는 업계 동료에게 덕담 한번 해보자. ‘아니 뭘 했길래 이렇게 날씬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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