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석
비에이치파트너스 대표 HR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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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총지배인은 종종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되고는 한다. 지휘자가 여러 파트의 다양한 단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해서 청중들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듯이 호텔 총지배인도 객실, 식음료업장, 로비 등 호텔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모든 부분을 세세하게 다 점검하고 관리하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호텔의 총지배인은 공통적으로 리더십과 통찰력, 그리고 조정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조직원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오크우드레지던스 항저우의 브라이언 코넬리 (Brian Connelly) 총지배인은 흔히 생각하는 총지배인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가 근무하는 호텔을 방문한 고객들은 그의 웃음기 넘치는 얼굴과 몸에 배인 친절함이 느껴지는 모습을 보며 비즈니스적인 서비스가 아닌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낸 친구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브라이언 코넬리 총지배인은 호텔매니저로 일했던 아버지를 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호텔리어의 꿈을 키워왔으며, 21세에 정식으로 호텔업계에 첫발을 내딛은 후 33세의 젊은 나이에 총지배인의 위치에 올라섰다. 현재까지 쉐라톤, 힐튼, 인터컨티넨탈, 오크우드 호텔 등 세계적인 호텔체인에서 23년째 총지배인으로 재직 중인 -말 그대로 직업이 총지배인인- 그의 배경과 이력을 생각해보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경력과 배경만으로 그가 여러 체인호텔의 총지배인 위치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한다면, 그건 너무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필자가 보기에 눈에 확 뜨이지 않아도, 분명한 그만의 차별화된 부분이 있었으며, 이것이 결정적으로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한 요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보여주었던 차이점들은 첫째로 다른 총지배인들은 통제에 의존하였지만, 그는 신뢰를 고취시켜줬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관리자들은 안전을 추구하기 때문에 통제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리더는 자신의 조직원들을 신뢰하기에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려고 한다. 또 업무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감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피드백을 해준다.

그는 해당 부서장 또는 담당자가 그 업무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장 잘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는 마인드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실무적인 의견을 가장 존중해줬다. 이러한 과정이 상명하복식의 체계에만 익숙해져 있던 일부 매니저들에게는 능동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자극이 되기도 했다.

둘째로 그는 몸소 일하는 사람이었다. 솔선수범의 중요함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같이 땀 흘리려는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호텔에서 업무를 할 때뿐만 아니라, 호텔 외에서도 그는 먼저 나서서 일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대외봉사활동인‘사랑의 집짓기’행사를 할 때 오뉴월의 뙤약볕 아래에서 그가 흘렸던 굵은 땀방울은 적당히 시간만 때우고 가려고 했던 사람들에게 강력한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해줬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직적이기보다는 수평적인 관계를 중시했다. 일방적으로 지시만을 내리기보다는 서로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토론하고 협의하고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해나가며 소통하는 조직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때로는 부하직원들이 그의 결정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는 묵묵히 경청하면서 어떤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 꾸준히 대화했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혁신과 개발, 비전, 솔선수범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그의 스타일은 부드럽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외유내강형의 카리스마로 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리더는 앞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보스도, 뒤에서 통제하는 관리자도 아니다. 경청과 배려로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있는 그의 노력을 지켜보면 리더란 결국 구성원들과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이자 파트너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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