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프로맥파트너십 이사
akim@promackorea.co.kr

휴가의 계절이다. 올 휴가에는 어디로 갈지 누구랑 갈지 그리고 며칠이나 갈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지금의 스트레스를 충분히 견딜 수 있고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남들의 휴가로 먹고 살아야 하는 여행사 직원들은 성수기에 떠나는 휴가를 상상하기도 어렵다. 업종 특성상 남들이 다 가는 성수기에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문제는 휴가에 대한 많은 여행사 대표들의 이중적 태도다.

여행사 직원들과 만날 때마다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하소연의 주제는 바로 휴가다. 더 들어보면 아주 짧은 휴가 일수 그리고 애매한 휴가 해석이 불만의 대상이다. 선진국에 비해서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은 우리나라 노동법 기준에서 봤을 때도 열악한 휴가 조건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여행사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중견 여행사는 입사 다음 해에 가서야 단 4일의 휴가만 주어진다고 한다. 그 여행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팔고 있는 상품들을 살펴보았다. 장거리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그 회사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가장 중점적으로 팔고 있는 상품들은 죄다 10일 이상 짜리 여행이고 20일 이상 되는 상품도 여러 개 있다. 이 회사의 고객들은 모두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거나 장기간 여행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직 종사자도 아닐 것인데, 남들에게는 길게 휴가 받아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오라고 근사한 사진과 문구로 자사 여행 일정을 홍보하면서 정작 자기네 직원들은 노동법에 못 미치는 휴가를 내주는 이런 이중적인 잣대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직원이 해외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 본인의 개인 연차에서 빼는 여행사들도 있다. 팸투어를 수시로 진행하는 항공사나 관광청 입장에서는 초청한 여행사 직원이 귀한 연차를 사용해서 와야 한다면 당연히 미안한 마음이 우선이다.

사실, 관광청이 팸투어 참가 여행사를 선정할 때 특정 여행사 또는 특정 직원의 참가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같이 공동 마케팅을 했거나 새로운 상품 개발에 꼭 필요한 전문 여행사라든지 또는 단순히 많은 인원을 송출하는 대형 여행사라든지 등의 이유에서다. 여행사 직원은 자기 회사와 관광청 또는 항공사와의 관계나 앞으로의 마케팅을 고려하여 필요하지 않아도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개인 휴가를 사용해서 가라니 직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참석한 관광청 팸투어는 그야말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상담 일정으로 참가 여행사들을 사무실에서 일 할 때보다 더 바쁘게 만든다.

관광전에 참석하는 경우, 오후 늦은 시간에 그들을 만나면 대부분 눈이 풀릴 정도이거나 바쁘게 뛰어다녀 다리 통증을 호소할 정도이다. 한국이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팸투어를 진행할 때 현지 호텔들이나 관광명소 관계자들은 관광청 본청에 자기들 호텔이나 관광지를 일정에 꼭 넣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일정은 한정되어 있고 보여주어야 할 것은 많아지니 그야말로 강행군이며, 일단 일정이 정해지면 좋건 싫건 모두 다 소화해야 한다. 그렇게 얻은 지식과 정보는 고스란히 회사를 위해 사용된다.

관광업계는 우리나라에서 주 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국내 관광은 물론 해외 관광에도 미친 영향을 실감했다. 또한 이제는 부당하게 사라진 휴일을 되찾아서 휴일 사용 권리를 회복시켜 준다는 대체 휴일제 얘기에 한껏 고무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여행사 직원들은 대체 휴일제도 누리기 어려워 보인다.

과거에 우리는 몸이 아파도 학교에 가고, 직장에 나가고, 휴가나 휴일 없이 일만 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때가 있었다. 그 덕분에 발전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삶의 질도 훨씬 좋아졌는가 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그렇게 꼬박꼬박 모든 법정 휴가를 다 챙겨주고 팸투어도 보내고 하면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언제 일하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생산성을 반영하거나 결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에 대한 배려를 높이는 것이 이직율을 낮추고 더 많은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 바로 그런 배려 중의 하나가 충분한 휴가이다.

진정한 휴가를 다녀온 사람만이 휴가의 의미를 알고 타인에게도 휴가의 효과를 설득할 수 있다. 여행사 직원도 마찬가지이다. 직원이 충분히 좋은 휴가를 다녀와야 고객에게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권유할 수 있다. 이번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직원들에게 한 번 ‘통근 휴가’ 좀 써보시라. 의외로 더 큰 것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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