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품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고정관념은 아마 ‘패키지여행=중장년층, 자유여행=젊은층’이 아닐까. 해외여행에 까막눈인 기자의 친구도 패키지여행만은 절대 사양이라고 손을 내 젓고, 여행깨나 다녀 본 기자의 이모 내외도 여행을 계획할 땐 으레 패키지 상품만 훑을 정도이니 말이다. 지나친 고정관념을 갖지 말라고 말 하면서도 막상 친구에게 추천할 만한 패키지, 이모 내외에게 권할 만한 자유여행 상품은 선뜻 떠오르지가 않았다. 여행사들 역시 같은 고정관념에 빠진지가 오래여서다.

그런데 최근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패키지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한 홀세일여행사가 아예 젊은 세대를 겨냥해서 만들었다는 미 서부 패키지 상품이었다.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도록 여행 일정을 5박7일로 줄이고, 월요일 출발로 설정함으로써 항공요금을 대폭 낮췄다. 덕분에 국적기를 탑승하는데도 상품가는 140만원부터.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5박7일 중 3박을 라스베이거스에서 하고, 원하는 사람은 그 중 이틀까지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한 일정이었다. 저렴한 가격, 편리한 여행준비와 이동 등 패키지의 장점은 간직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구미에 맞게 자유 일정을 쏙 끼워 넣은 것이다. 실제로 이 상품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전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그런 와중에 다른 쪽에선 한 여행사가 처음으로 5060을 겨냥해 출시한 단체배낭여행 상품의 모객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단 소식이 들려 왔다. 무려 30일 동안 남미 7개국을 여행하는 만만찮은 일정인데도 중장년층 여행객 10명 이상이 예약을 완료했고, 올 연말 출발이 확정됐다고 한다. 중장년층에 맞춰 장거리 차량 이동의 대부분을 항공으로 바꾸고, 전문 인솔자를 붙여 자유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던 것이 묘수였다.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자유여행에 대한 로망을 품은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는 증거로 보였다.

이런 시도들에 아직까지는 ‘실험적’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감히 예상하건데 ‘매력적인 패키지’ 상품을 찾는 젊은 세대와 ‘만만한 자유여행’ 상품을 찾는 중장년 세대 수요는 생각보다 많다. 해외여행 까막눈 친구와, 자유여행 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모 내외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상품들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