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비행 끝에 내린 후쿠오카 공항엔 제법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출장 중에 비를 만났다는 불편함 보다는 마른 땅, 마른 하늘 뿐이었던 서울에서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귀한 비를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만나게 된 안타까움(?)을 가슴 가득 안고 모지항 레트로로 향했다. 아침을 거르고 먹은 기내식이 조금 모자랐나. 케익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로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들른 곳은 1912년에 만들어진 옛 세관건물로 지금은 모지항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휴식과 전망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커피숍 창가 자리에 앉으니 푸른 바다와 그
," 채 반바퀴도 돌지 못한 10일간의 터키 여행에서도 버스이동은 한번 앉았다 하면 기본 2시간에서 3~4시간씩 이어졌다. 버스에서 잠자는 요령쯤은 일찍이 터득했을만도 한데, 시차에 시달리면서도 내내 단 10분도 잠들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갖은 상념들은 꼬리를 물고 이스탄불에서 내려와 에게해안을 따라 달려가는 동안 들판에 널린 뽀송뽀송한 양떼들, 몇 킬로미터씩 이어지는 앉은뱅이 올리브나무, 계곡을 타고 산을 오르내리는 가파른 도로와 발밑까지 바닷물이 어른어른하는 해안도로가 순번을 바꾸며 불침번을 선다. 버스안에서도 도무지 잠을 잘
," 호텔은 단순한 숙식외에 여러 부대시설과 다양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구비하고 있는 또하나의 세상. 대표적인 휴양지인 북마리아나에는 각각의 호텔마다 좀더 편안한 휴식을 약속하는 여러 시설물들이 마련돼 있다. 맘먹고 떠나온 여행, 즐길 수 있는 건 최대한 즐겨보자!!PIC▲ 사이판섬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PIC(PACIFIC ISLANDS CLUB)는 허니문은 물론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이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휴양 리조트. 가장 자랑하는 서비스로는 아이들을 위한 '키즈클럽'을 꼽는다. 매일 시간대별로 바뀌는 다양한 스케줄이
," 겨울 초입, 푸에르토몬트에서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자주 내린다는 데 둘째 날은 행운이다. 이른 아침 부터 내내 맑음이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인 푸에르토 바라스(Varas)의 장끼우에(Llanquihue)로 가는 길 내내 허리에 흰구름을 두르고 있는 두 개의 산봉우리들이 눈을 더욱 즐겁게 한다. 장끼우에와 마을, 그리고 산을 보다 고즈넉이 감상하기 위해선 먼저 푸에르토 바라스 한켠 언덕위에 가지런히 들어선 호텔 카바나스 델 라고(Hotel Cabanas Del Lago)를 방문해보자. 일반 호텔과 코티지 형식의 콘도 스타
," 회색빛 도시의 삭막함은 시시부지 옥죄어오고, 희뿌옇다 못해 아예 잿빛을 토해내기 일쑤인 메마른 하늘은 침울하기만 하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녹아내려버린 아스팔트의 끈적거림은 또 어떤가. 정말이지 숨이 턱하니 막힐 뿐이다.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가혹하다. 각다분하다. 콘크리트 문명의 손길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어딜 가든 차갑고 딱딱하다. 신록의 상쾌함이 없다. 유함이 없다.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 한 번 나가려해도 마땅한 곳 찾기에 적잖은 고민을 거듭해야 하니…. 그래도 비상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
," 마침, 어두운 날씨에 비까지 내린다. 젖은 바르셀로나 거리밑으로 스페인의 열정도 찾아보고 몬주익 언덕에 서서 황영조의 함성도 되새겨 보지만 친근한 플라타너스 가로수들과 가벼운 산책만이 한적함을 메꾸고 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엔 가우디가 있다. 스페인의 태양보다 더 유쾌한 천재의 곡선이. 바다를 향한 파우 광장에는 콜롬부스 동상이 높은 탑위에 서있다. 동상은 힘차게 손을 뻗어 미지의 땅을 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를 거쳐간 예술가들. 피카소, 미로, 가우디, 달리…. 그들도 시대를 앞서 미지의 예술세계로 긴 항해를 떠났다. 특히
," 알프스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동화적 이미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 이 곳, 일본 북알프스다. 그 중 나가노현 하쿠바 마을은 동화에서 봤음직한 예쁜 목조주택이 즐비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 시간이 갈수록 일본 알프스에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만 없다는 농담이 꽤나 그럴싸하게 들렸으니 말이다. 일본 근대 등반의 새 바람을 몰고 왔던 영국인 선교사 웨스턴 경. 그가 명명하고 세계에 알린 일본 알프스가 이젠 세계의 산악인이 사랑하는 등반코스로, 스키장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 나름대로 선견지명이 있었던 작명인 셈이다. 특히 199
," 어쩌자고 이리 공평치 못한 것일까? 어떤 나라에는 이토록 넓은 땅덩이와 넉넉하다 못해 넘치는 관광자원을 선사한 반면, 극동의 어떤 나라에는 이다지도 협소한 영토를 떼어 주고 그마저도 절반으로 갈라놓았는지 조물주의 섭리가 영 못마땅하고 사뭇 한스럽기까지 하다. 한 번도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제 적지 않은 횟수의 외국여행을 한 축에 속하게 됐지만 지금껏 세계 어디를 가도 그 나라의 관광자원에 진정 시샘이 일고 질투를 느껴본 경험이 전무했다는 말이다. 종종 기이한 풍광에 넋을 잃고 때로 매혹적인 현지의 분위기에 입이
,"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 남부의 푸에르토 몬트. 서울에서 이곳까지 가기 위해선 아주 후회없이 비행기를 탄다. LA와 리마, 산티아고에서 각각 경유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얼추 30시간이 넘는 시간. 그렇지만 미지의 대륙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설레임 때문일까. 쉽게 잠을 청하기가 어렵다. 푸에르토 몬트(Puerto Montt)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다시 남쪽의 라고스 주에 위치하고 있다. 산티아고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은 1시간40분 정도. 푸에르토 몬트가 속한 주 라고스(Lagos)가 호수라는 의미를 갖고 있듯이 안데스
,"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프렌치 키스'였다.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등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수많은 유형의 실마리보다 어원도 확실치 않은 무형의 프렌치 키스에 조바심을 느꼈던 이유는 그 속에 녹아든 정열 때문이었을 게다. 너무 허무맹랑한 비약일까. 인류 역사의 큰 획을 지은 프랑스 대혁명 정신도 결국 프렌치 키스에 녹아든 피 끓는 정열에 뿌리박고 있다는 게 개인적 느낌이다. 브라질 삼바춤보다도 더 뜨겁고 순수한 게 바로 프랑스인의 정열이며, 그 정열을 자양분삼아 프랑스의 모든 유·무형 자산이 잉태됐다고 믿고 있다.
," 사자,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 표범… 다른 곳도 아니고 아프리카까지 와서 이들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케이프타운의 지중해 빛 휴식도 좋지만 이것만으로 아프리카까지의 먼 걸음을 보상받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아프리카 여행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동물의 왕국' 방문이 으뜸이다. TV 브라운관이 아닌 살아있는 동물의 세계는 나이와 국적, 성별에 관계없이 아프리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이자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다. 사파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새벽 잠을 포기해야 한다. 보다 많은 동물을 보기 위해서는 새벽 이슬 촉촉하게
," 일본의 산은 언뜻 험준한 지형보다는 곡선의 아름다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침엽수가 주를 이루는 한국의 숲과 비교할 때 일본의 산은 부드러움과 완만한 곡선을 먼저 보여준다. 사실 일본의 산세(山勢)는 꽤 험준하다고 하지만 밖에서 보는 일본의 산은 어느 한 군데 빈틈없이 나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국의 산이 꼿꼿하고 꼬장꼬장한 선비의 기세를 풍기는 반면 일본의 산은 원숙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후덕한 아주머니의 느낌이랄까. 흔히들 일본의 매력을 도쿄, 오사카 등 일본 대도시의 세련됨이라고 하지만 중소도시에서 느끼는 호젓함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