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취재차 A여행사 사무실에 방문한 날이었다. 당시 미팅에 참석한 B팀장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는데, 그 안에는 팀원 중 한명이 재미삼아 만들었다는 부서 구성원 사이의 MBTI 궁합 관계도가 있었다. ‘파국을 부르는 궁합’부터 ‘최악은 면했지만…’과 같은 뜨뜻미지근한 궁합에, ‘아주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궁합까지 꽤 다양한 결과가 오갔다. 애석하게도 ‘찰떡궁합’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꽤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는 B팀장의 평가에 문득, 우리 주변에 있는 여행인들의 MBTI가 궁금해졌다.
호기심은 <여행신문> 창간 32주년 특집호에서 풀어보기로 했다. 6월18일부터 28일까지 여행업계 종사자 129명을 대상으로 MBTI 정보를 수집했더니 16가지 유형 중 ‘ENFP’형이 가장 많았다. ENFP의 성격 유형은 열정적이고 창의적이며 적응력이 뛰어난, 사교적인 성격의 ‘활동가’다. 그렇다고 대다수의 여행인들이 활동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전체 중 13.18%일 뿐이다.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한 ‘INTP’이나 ‘ENTP’(1.55%) 유형보다 좀 더 많은 유형이다. 그렇다면 여행업계를 이끄는 리더들도 비슷할까? MBTI 정보를 공개한 7개 여행사의 CEO들은 공통적으로 논리적인 이성형(T)과 계획적인 판단형(J)이 많았다. ‘활동가(ENFP)’와 비교하면 꽤 다른 성향이다. 결국 여행업계에서는 ‘ENFP’ 형을 만날 확률이 조금 더 높을 뿐, 각기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MBTI는 자기 보고형 성격 유형 검사다. 개인의 유형을 16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꽤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요즘은 서로의 MBTI를 공유하는 일이 흔하다. 나와는 다른 타인을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물론 지구상 80억명을 단 16가지로 유형화하기에는 많은 오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몇몇 특정한 기준으로 개인을 판단하는 게 불편하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하지만 만약 소통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함께 일을 도모하기 불편한 누군가가 있다면 MBTI로 실마리를 찾아보길. 상대방의 성향을 고려한 대화 방식이나 역할 분담은 결국 원활한 소통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조직 문화에 도달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A여행사의 팀원들은 지금쯤 더욱 원만한 관계에 이르렀을까? 지피지기의 힘을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