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메프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를 터널을 지나고 있다. 셀러들은 상품 판매 대금은 고사하고, 소비자 불신과 위약금 등으로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특히 여행업계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 여러 여행사를 취재한 결과 피해 금액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다양했다. 여행사 피해가 심각한 이유는 리드타임이 일반 상품에 비해 길고, 상품가가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결제한 후 여행을 가기 전까지 중개 플랫폼이 대금을 소유하고 있다. 여행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판매부터 정산까지 보통은 2~3개월, 길게는 5~6개월까지 걸린다고 한다. 긴 정산 주기를 악용해 현금을 엉뚱하게 유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와 셀러, 플랫폼 간 신뢰는 무너졌다. 다시 쌓아 올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피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신뢰 회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나 지급보증보험 의무화, 정산 주기 단축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에스크로는 결제 대금을 제3가 보유하고 있다가, 물건 배송 등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제도다. 여행상품이라는 특수성을 잘 따져봐야 하지만, 신뢰성을 가진 제3자가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니 안정성이 높아 보인다. 플랫폼의 정산금 미지급 등에 대한 대비로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하물며 여행사도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서 여행업보증보험, 기획여행보증보험, 배상책임보험 등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대형 플랫폼은 셀러 보호에서 너무나 소홀했다"라며 "'을’의 입장에서 '갑'인 플랫폼에 보증보험 가입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산 주기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여행 전 항공사, 호텔 등에 대금을 미리 지불해야 하는 여행사에 도움이 되고, 유사한 사태가 터졌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티메프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돼간다. 앞으로 남은 숙제를 잘 풀어 여행사와 여행사의 판로가 되는 중개 플랫폼이 서로 윈윈하는 건강한 시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