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채널에서 판매 중개 채널로 진화
생생한 후기로 공감대 형성…신뢰도↑
수수료 조율 난제…결과 예측도 어려워
공동구매(공구)는 하나의 상품을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공동으로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공동구매를 중개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운데, 여행업계에서도 효과적인 판매 채널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플루언서를 통한 여행상품 공동구매의 효과와 장‧단점을 살펴봤다.

첫 공동구매에 500명 모객…확실한 성과
지금까지 여행업계의 인플루언서 협업 사례를 살펴보면 사진‧영상 등 콘텐츠 제작, 인플루언서가 동행하는 여행상품 개발, 바이럴 마케팅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 인플루언서의 개인 채널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거나 여행 후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제품 및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홍보’의 역할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여행업계에서는 공동구매를 통해 실제 ‘판매’의 역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공동구매는 대략 ▲상품 기획 ▲인플루언서 선정 ▲인플루언서의 직접 체험 및 상품 수정 ▲여행 팁·정보 등 콘텐츠 및 상품 페이지 제작 ▲상품 판매와 같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기획 단계부터 인플루언서가 참여해 아이디어를 더할 수도 있고 기획된 상품에 관심이 있을 만한 인플루언서를 섭외하기도 한다. 모객이 끝나면 이후 실제 상품 운영은 여행사 또는 플랫폼에서 진행한다. 상품은 약 1주일에서 2주 사이 한정된 기간에만 집중 판매한다는 점에서 타임세일과 비슷한데 여행업계에서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진행된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사례를 살펴보면 여행박사의 경우 지난 상반기 처음으로 ‘반짝마미’와 함께 사이판 에어텔 상품을 판매한 결과 일주일 동안 약 100명을 모객했고, 모두투어의 경우 지난 5월 ‘여행, 소희’와 함께 처음 진행한 푸꾸옥 에어텔 공동구매에서 500여명 모객에 성공했다. 모두투어는 이후 10월(삿포로 에어텔) 현재까지 매달 다른 지역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영상 기반의 트립비토즈는 올해 초부터 호텔 객실을 인플루언서를 통해 공동구매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 7월 진행한 캠페인에서는 4일 동안 약 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말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여행객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실제 마이리얼트립 상품 구매로 이어질 경우 수익의 50%를 공유하는 ‘마이리얼트립 마케팅 파트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경우 크리에이터가 자발적으로 상품을 선정하고 참여한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공동구매의 형태와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판매 중개자 역할을 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리얼트립 마케팅 파트너 프로그램은 약 1년 만에 약 1만5,000명의 파트너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누적 상품 판매액 50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업계에서는 최근 1년 사이 실험적으로 시작한 인플루언서 공동구매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둘 나오자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립비토즈 관계자는 “올해 초 실험적으로 진행한 공동구매가 약 1년 동안 검증을 거쳐 내재화 단계에 돌입했다”며 “트립비토즈 메인 페이지에서도 공동구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준비 중이며, 공동구매 상품화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서울 소재의 호텔들도 40여곳에 달한다”라고 설명했다. 트립비토즈는 또 공동구매에 참여한 인플루언서가 직접 예약 현황을 확인하고 상품을 관리할 수 있도록 관리자 페이지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이리얼트립도 최근에는 상품 판매 범위를 항공권까지 확대해 더 많은 수익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감대 형성…타깃 마케팅에 적합
인플루언서는 평소 자신이 관심 있거나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따라서 팔로워들 역시 그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확실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운동 콘텐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인플루언서라면 부대시설로 피트니스 센터가 잘 갖춰진 호텔 또는 호캉스 중에도 즐길 수 있는 운동 팁을 셀링 포인트로 잡는다거나, 미식 인플루언서의 경우 F&B의 강점이 돋보이는 호텔로 상품을 구성하는 식이다. 육아 및 살림 전문 인플루언서와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 상품이 이질감이 없어 구매로 이어지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인플루언서들은 본인이 직접 체험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실제 호텔이나 해외여행 상품도 본인이 직접 다녀와 경험을 상세하게 공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깔끔하게 요약한 맛집·사진 명소 리스트와 같은 여행 정보를 전달하며 차별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여행상품은 경험이 중요한데, 생생한 여행 후기가 결국 바이럴 마케팅이 되어 구매로도 연결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품 내용이나 지역, 가격,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등에 따라 공동구매 결과는 천차만별이지만 이제 ‘모객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목소리가 뚜렷하다.
언제나 문제는 수수료야!
물론 현실적인 문제들도 없지 않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수수료 조율이다. 수수료는 곧 여행사(판매자)나 인플루언서(판매 중개자)의 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동구매의 경우 판매가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행상품은 공산품보다 상품가가 높아 시장가로 형성된 약 15~20% 수준의 수수료를 맞춰주기 어렵다는 게 여행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따라서 인플루언서의 팔로워 규모나 공동구매 진행 유무, 판매 성과 내역, 상품가 등에 따라 수수료를 조율하는 과정이 난제로 꼽히고 있다.
판매 채널로서는 인플루언서 공동구매가 아직 초기 단계라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공동구매로 진행하는 상품은 기본 상품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이나 특전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결과 예측이 빗나가면 준비한 수량을 모두 판매하지 못할 수도, 또 반대로 수량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인플루언서를 통한 1차 판매에 그치지 않고 확보한 고객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마케팅까지 이어가는 것 또한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