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 기반으로 2010년대 태동한 OTA 조명
소셜 미디어가 이어주는 여행…판매 채널로 주목

글로벌 여행 기술&마케팅 콘퍼런스 ‘WiT 서울 2024(이하 WiT)’가 11월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열렸다. ‘차세대(Next Generation)’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콘퍼런스에는 국내외 영향력 있는 여행업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다음 세대를 바라보며 달리는 여행업계는 오늘날 여행산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그중에서도 OTA 리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정리했다.
새로운 물결, 여행산업의 차세대
한국의 전통적인 여행사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는 2000년대, 이후 아예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OTA(Online Travel Agency)가 가장 급속도로 팽창한 시기는 2010년대 초반이다. 아고다를 비롯해 익스피디아, 호텔스컴바인, 부킹닷컴, 트립닷컴(구 씨트립) 등 여러 글로벌 OTA들이 앞 다퉈 한국 시장에 깃발을 꽂던 때였다. 당시 숙소 예약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OTA들은 한국 여행산업의 주축이었던 전통 여행사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할 정도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는데 이는 또 한편으로 개별자유여행(FIT) 시장의 성장에 동력이 됐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한 시기도 바로 이때다. 특히 투어와 액티비티를 중심으로 한 OTA, 영상 기반의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들이 싹을 틔웠다. 겟유어가이드(2009년), 비마이게스트(2012년), 클룩(2014년), KKday(2014년) 등 해외 업체들은 물론 마이리얼트립(2012년), 와그(2015년), 트리플(2017년), 트립비토즈(2017년) 등 국내 업체들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날 WiT에 참석한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 클룩 이준호 한국지사장 등 이들 업체의 리더들은 비슷한 결핍에 의해 여행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다양한 현지 고유의 문화 경험, 현지인과의 교류, 모바일을 이용한 보다 원활한 이동과 접근 등 해외 자유여행에서 스스로 불편하고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들을 하나하나씩 풀어가는 데 집중했고 이는 결국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었다는 데 공통된 목소리를 전했다.

차세대 OTA들의 키워드는 ‘AI’, ‘데이터’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현재, 급속도로 영향력을 키워온 OTA들은 지금의 여행시장을 어떻게 진단하며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을까.
세 리더가 언급한 미래 동력의 키워드는 ‘AI’와 ‘데이터’다. 마이리얼트립은 투어‧액티비티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항공, 숙소, 교통, 보험 등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며 슈퍼 앱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 가운데 이동건 대표는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이나 호텔, 투어 등 상품을 모두 모아 고객의 여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완성시키는 플랫폼에서는 단편적이지 않고 다양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판매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보다 효과적인 크로스 세일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소비자와 서플라이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의 역할은 결국 데이터가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립비토즈는 ‘여행하며 돈을 버는 서비스(Travel to Earn)’를 표방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여행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추천하며 궁극적으로는 구매로 이어지게 만드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는 차세대 OTA로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정지하 대표 역시 OTA에 축적된 데이터가 서플라이어들이 보다 효율적인 판매를 할 수 있는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트립비토즈의 방대한 데이터가 경쟁력이라고 꼽았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인 클룩은 기술과 현지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특히 번역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인다. 아직 AI의 자동 번역 기술이 온전히 매끄러운 편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번역을 사람에게 맡기고 있진 않다. 수 년간 통역사 출신의 전문가가 클룩 안에 입점한 상품 콘텐츠 번역을 맡아왔다면 지금까지 톤 앤 매너를 맞춘 텍스트를 AI에게 학습시키는 AI 번역 트레이너로 업무를 전환했다. 클룩 이준호 한국지사장은 “현지화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번역에 그치지 않고 클룩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인 사용자들에게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이라며 “기술과 사람을 통해 다진 현지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클룩의 경쟁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모바일을 기반으로 성장한 OTA들은 이제 AI 기술이 산업 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하며 조직의 규모나 자본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AI가 여행산업의 변화에 새로운 주축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OTA 판매의 중심이 된 소셜 미디어
OTA들의 주요 소비자층은 MZ세대로 꼽힌다. 소셜 미디어의 주요 이용자도 마찬가지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여한 틱톡 제인슨 문 클라이언트 파트너, 트립비토즈 스탠리 킴 영업‧마케팅 부문 상무이사, X 임자운 클라이언트 파트너 등 소셜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용자 중 70% 이상이 20~30대로 특히 30세 미만의 Z세대가 영상 콘텐츠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여행 구매 패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목적지를 정하고 검색을 하는 과정으로 흘러갔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통해 여행의 영감을 얻고 여행을 결정하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OTA들도 이와 같은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를 감지하고 판매 채널로서 소셜 미디어에 집중하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검색 엔진에 상당한 마케팅 예산을 쏟았다면 최근에는 그 무게 중심이 소셜 미디어로 옮겨진 것. OTA들은 여행의 물꼬를 트는 콘텐츠를 만드는 동시에 비슷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팔로워들이 모여 있는 인플루언서 채널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평소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믿고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X의 임자운 클라이언트 파트너는 유저들이 X에 모이는 주요 이유에 대해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바이럴을 꼽았다. 인위적으로 포장한 게시물보다 실제 자신이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던 식당, 여행지 등에 대한 정보가 모여 소셜 미디어의 특성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소셜 미디어들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검색 기능까지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OTA들은 마케팅‧판매 채널로 소셜 미디어를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