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로드숍' 쇼핑 면세점 대비 2배 많아
면세점 업계 적자…희망퇴직, 부실 점포 철수 검토

외국인 관광객 소비 상권이 이동하고,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줄면서 면세점 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 픽사베이
외국인 관광객 소비 상권이 이동하고,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줄면서 면세점 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 픽사베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로드숍으로 이동하면서 면세점 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0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약 1조1,112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6.4% 감소했다. 내국인 매출은 11% 증가한 반면, 외국인은 방문객 수 대비 크게 줄었다. 10월 외국인의 국내 면세점 이용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32.6% 증가했으나 매출액은 22.4%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 상권 이동은 뚜렷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3분기까지 쇼핑 장소로 로드숍이 차지한 비중은 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월에는 52.1%까지 치솟았으며, 동월 시내 면세점 비중 26.2% 보다 약 2배 높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일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열고, 유통업계 결산과 내년 판도를 전망했다. 세미나에서 한국면세점협회 황선규 단장은 올해 면세점 업황이 극도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면세점의 소비층이 소수의 대량 구매자에서 개별 여행객으로 빠르게 전환됐으며,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장소로 면세점보다 로드숍을 찾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내년에도 면세점 업계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중국의 시내면세점 확대 정책으로 한국 면세점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반면, 전문점·로드숍은 호황이다. 전문점 분야 발표에서는 외국인들의 쇼핑 장소가 시내 면세점에서 올리브영 같은 H&B 전문점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됐다. 올리브영의 올해 매출 성장률은 전년대비 약 3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이른바 ‘빅 4’ 모두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 460억원, 신라면세점 387억원, 신세계DF 162억원, 현대면세점 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 내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줄었다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면세점 업계는 몸집을 줄여가며 위기를 버텨내고 있다. 신세계DF는 지난 1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임원들의 급여 일부를 반납했다. 롯데면세점은 경영 상태가 부실한 점포의 철수를 검토한다고 밝혔으며, 6월부터 진행된 비상경영에 따라 나우인명동의 영업을 오는 10일 종료한다. 신라와 현대면세점은 축소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면세점 시장의 악화가 지속될 경우 자구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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