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종사자만 1만명, 핵심서비스는 원만한 기도 돕기
타 종교 대비 무속여행 목적지 다양…맞춤상품 선호해

성지순례, 문화탐방 등 종교와 관련 있는 테마 여행은 여행상품 가운데 꽤 인기 있는 카테고리다. 종교와 연관된 여행상품은 불교·기독교·천주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무속신앙(샤머니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무속인 여행사도 있다. 여타 여행상품과 닮은 듯 다른 무속인 여행을 소개한다.

좋은 터에서 명상을 하듯 기도하는 게 여행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픽사베이
좋은 터에서 명상을 하듯 기도하는 게 여행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픽사베이

무속인 여행사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 무속인 규모를 짚어볼 수 있는 공식 데이터는 있지만 무속인협회의 주장과는 괴리가 있다. 통계청은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으로 점집·무당, 심령술업 등을 분류하고 있다. 최신 지표인 2022년 기준 사업체 수는 9,391개이며, 종사자 수는 1만194명이다. 반면, 무속신앙 단체 대한경신연합회는 가입 회원이 3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통계청 기준에는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라 ‘점술 관련 종사원’으로 등록된 무속인들만 포함된다. 카드 결제,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절하는 무속인이 많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 만큼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무속인 수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속인 여행시장 규모는 무속인 전문 여행사의 실적을 통해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한 무속인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로만 연간 1만명에 달하는 무속인 여행객을 송객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100명 단위의 대형 단체도 유치한 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국민 해외여행 경험률이 15.9%였던 점을 고려해 단순 추정하면, 여행사 한 곳의 표본만으로도 국내 무속인 수는 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목적이 뚜렷한 시장

무속인 여행은 골프나 MICE 여행처럼 목적이 뚜렷하다. 무속인 해외여행의 주요 목적은 기도다. 관광, 체험보다는 인적이 적은 좋은 터에서 명상을 하듯 기도하는 게 여행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직접 받아본 무속인 여행사 일정표에 따르면, 4박5일 일정에서 각 장소별로 기도를 4회 진행한다고 설명돼 있었다. 숙소 역시 산속 자연 조망이 가능한 곳으로 수배해 여행 일정 이외에도 기도를 수행할 수 있게 도왔다.

무속인 대상 여행상품의 경쟁력은 기도 장소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중국 상품의 경우, 조용히 명상과 기도를 진행할 수 있는 도교사원을 비롯해 편안하게 기도하고 제물과 무구(도검류, 깃발 등)를 이용할 수 있는 야외 기도 공간으로 기본적으로 구성한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제사장들이 제사를 올리던 산이나 사당, 수 천년을 살아온 고목이 있는 장소 등 특별한 기도 공간을 더한다.

주요 목적이 기도인 만큼 원만한 기도를 돕는 게 무속인 여행사의 핵심 서비스다. 무속인 여행 가이드 경험이 있는 A 씨는 “무속인들의 기도 터를 찾고 허가를 받는 게 여행사의 주요 임무이며,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제물을 올리고 무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준비한다”며 “기도 시간을 길게 보장할수록 여행 만족도가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도 자리를 치우지 않으면 화를 입는다고 여겨 뒷정리를 매우 중요시한다”라고 덧붙였다.

어디로든 뻗어 나가요

샤머니즘, 무술을 따르는 무속인은 유일신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타 종교 대비 목적지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불교, 도교, 신사 등 다양한 종교의 설화가 깃든 해외 목적지로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 선호하는 목적지로는 예로부터 기도를 드렸던 역사적 장소나 사람의 손길이 많이 타지 않아 자연 보존이 잘 된 지역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무속인 여행사들은 백두산, 몽골, 중국 타이산(태산) 등을 추천하고 있다.

무속인 여행사의 추천 목적지들은 역사적으로 기도를 올렸던 장소이며, 동북아시아를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섬 중 하나인 알혼섬은 샤머니즘의 발원지로 최고의 성소로 꼽혀 무속인 여행사의 인기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동남아시아는 불교와 토속신앙을 동시에 모시는 곳이 많아 샤머니즘 여행으로 인기 있는 지역이다.

이밖에도 고객 맞춤형 여행상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무속인이 믿고 있는 신앙이나 선호하는 기도 테마를 고려해 여행지를 제시한다. 한 무속인 여행사 관계자는 “무속인 여행은 기도가 주된 목적이다. 일행 간 기도 스타일이 기도의 질에도 영향을 미쳐 소규모 그룹을 선호한다. 신앙에 따라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도 제각각이라 무속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와 일행 수를 참고해 맞춤 상품을 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여행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

일반 여행객의 전통적인 성수기가 무속인 여행객에는 비수기다. 대부분 난잡한 곳을 꺼려 하고, 맑은 자리를 찾아 사람이 적은 시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반 패키지여행 이용 시 마주했을 가능성은 있다. 무속인들이 패키지여행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무속인들이 백두산 천지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백두산 천지 앞에서 기도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단속 문제로 기도물품을 꺼내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기도물품을 꺼내지 않아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았을 뿐 무속인들의 패키지상품 이용은 적지만 지속되고 있다. 

무속인 여행사들은 거의 모든 예약이 전화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무속인 여행사들은 거의 모든 예약이 전화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픽사베이

마케팅 채널은 ‘소문’

SNS 계정을 제외한 무속인 여행사의 홈페이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SNS마저도 신규 콘텐츠 업로드 빈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무속인 여행사들은 거의 모든 예약이 전화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무속인들이 일행과 함께 소규모로 갈 수 있는 맞춤형 여행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획일화된 일정의 상품을 홈페이지에 올려 영업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마케팅 채널이 없는 무속인 여행사는 오롯이 소문으로만 알려진다. 일반인이 용한 점집을 소문으로 찾아 방문하는 개념과 같다. B 무속인 여행사 관계자는 “무속인 전문 여행사를 10년 이상 운영해오며, 그동안 여행상품을 경험해 본 고객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시켜주고 있다”며 “고객의 재방문율도 높고, 새롭게 무속인의 길로 접어든 사람이나 따르는 신도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신규 고객층도 생겨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요셉 기자 yosep@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