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켜보면 2024년은 참 다사다난한 해였다. 세계는 전쟁과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았고 경기 불황의 경고등은 수시로 깜빡거렸다. 막판에는 뜬금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불안한 정세가 이어졌고 원‧달러 환율마저 기어코 1,470원을 넘어서며 여행업계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산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앞을 가로막았다.
연말에는 제주항공 참사까지 더해지며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이한 여행업계의 시선에는 그래서 걱정이 가득하다. 지난해 12월16일부터 29일까지 여행업계 종사자 137명을 대상으로 2025년 여행 경기 전망을 살펴본 결과, 올해 여행시장의 경기가 작년보다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비중은 전체의 16.79%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에 20.44%가 모였고, 응답자의 과반수인 62.78%가 작년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에 표를 던졌다. 경기 침체와 불안한 내정, 고환율, 여행사 이용 감소 등이 주요 이유였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여행업계의 새해 계획에는 새로운 시도와 다부진 다짐으로 채워진 듯하다. 최근 몇 년 간은 코로나19로 바닥을 쳤던 실적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보다 장기적인 시선에서 전략을 세웠다. 점점 대중성을 넓히고 있는 테마여행상품과 프리미엄 상품 라인업을 보다 독창적인 쪽으로 강화하는 한편 각사마다 부족했던 연령층의 고객까지 타깃을 넓히기 위한 세분화 전략이 주를 이루고 있다.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크게 데인 여행사들에게는 자체 채널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나름 긍정적인 외부 요인도 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우리나라에는 메가 캐리어가 탄생했고, 항공사들의 신규 취항 소식도 잇따른다. 다양한 취향을 경험하는 데 기꺼이 지갑을 여는 ‘옴니보어’ 소비 트렌드도, 중국 무비자 입국도 힘을 보탤 테고 말이다.
물론 촘촘한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실천이다. 부디 당장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올해 세운 계획을 내일, 또 다음으로 미루지 않길. 올해 여행업계에서는 가격 경쟁 대신 차별화된 전략으로 진검승부가 펼쳐졌다는 뿌듯한 결산 기사를 전할 수 있길, 다짐 대신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