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초, 취재를 위해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결제의 편의성을 위해 알리페이와 위챗을, 숙소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기 위해 따종디엔핑을, 그리고 이동을 위해 차량 호출 앱 디디추싱과 고덕지도와 같은 중국 로컬 앱을 가득 다운받아서 말이다. 중국 자체가 외국계 사이트나 앱으로의 접속을 차단하는 이유도 있지만 VPN을 우회 접속해 사용하더라도 로컬 앱과 비교해 정보성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이는 여러 번의 중국 여행 경험 끝에 얻은 노하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지난 2월 구글이 5,000분의 1 고정밀 축척 지도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제출한 신청서에 관심이 갔다. 구글이 한국 정부에 고정밀 축척 지도를 요청한 건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우리나라는 군사 기지 등 핵심 안보 시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고정밀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2016년에는 위성지도에서 보안 시설 등을 블러 처리하거나 보안 시설 노출시 빠른 시정이 가능하도록 국내에 서버를 두는 조건으로 고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구글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구글이 한발 물러서 9년 전 한국 정부의 요구대로 보안 시설을 블러 처리하는 조건으로 다시 고정밀 축척 지도를 요청했는데, 결국 보안 시설의 위치 정보를 제공해야한다는 점이 딜레마가 됐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25년 현재 전 세계 256개 국가‧지역에서 통하는 구글맵은 한국에서만큼은 대중교통 길찾기 기능만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자동차, 자전거, 도보를 이용한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확실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는 종전 국가가 아닌 휴전 국가로 안보와 관련된 정보 반출은 민감하게 결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다만 2024년 한국관광공사 외래관광객조사에서 한국 여행 중 불만족스러웠던 앱으로 구글맵을 가장 많이 꼽은 걸로 대답을 대신한 외국인들을 보며 여행인으로서 조금 아쉬울 뿐이다. 어떤 경험은 다음 여행을 단단하게 만드는 노하우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험은 단순한 불편함으로 남아 다음 여행을 고민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