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서든 1인분 (또는 그 이상의) 몫을 한다는 인공지능(AI). 소비자 상담이 많은 여행업계에서도 AI 챗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정말 AI 상담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주요 여행사와 관광청, 항공사 AI 챗봇에게 직접 상담해봤다.

여행업계에서도 AI 챗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 픽사베이 

 

하나투어 | 하이(H-AI)

대화인듯 아닌듯…이거 혹시 밀당?

하나투어의 인공지능 챗봇은 ‘하이(H-AI)’다. 앤트로픽(Anthropic)과 OpenAI에서 제공하는 AI 모델을 활용해 여행상품과 일정 등을 추천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이(H-AI)는 미리 설계된 질문을 선택하는 버튼형과 채팅으로 묻고 답하는 대화형이 혼합된 형태로 운영된다. 하이(H-AI)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 “5월, 주말을 포함해 엄마와 함께 가면 좋을 여행 상품 추천해줘.” 하이(H-AI)는 다낭+호이안, 방콕+파타야, 규슈+후쿠오카+구마모토, 튀르키예 일주, 오사카+교토, 장자지에 상품 7개를 추천했다. 60대 엄마의 체력을 고려해 방콕만 가는 일정으로 자유시간이 넉넉한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아쉽지만 질문에 적합한 방콕 상품은 없다고 답했다. 오? 그래도 어느 정도 대화가 되는 것 같다고 느낀 순간, 방콕 말고 다른 지역으로 자유시간이 넉넉한 아시아 여행 상품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방콕 1일 투어 상품과 코카서스 3국 8일, 우즈베키스탄 1일 시티투어 상품을 찾아준다. 패키지 상품으로 추천해달라고 다시 질문을 이어갔지만 하이(H-AI)는 이전 대화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엉뚱한 상품들을 내놨다.

하나투어 AI 챗봇 하이와의 대화 내용 캡쳐 

우즈베키스탄 여행 상품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는 우즈베키스탄항공을 이용해 단순 경유하는 상품을 추천하기도 했다. 새로 생긴 호텔이나 인기 있는 호텔, 동방명주가 보이는 호텔과 같이 단순한 단일 질문에는 적절한 상품을 추천했고, 여행시 주의사항이나 출입국 규정 등에도 적절한 답을 내놨다. 하지만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느껴지진 않았다는 점은 확실히 만족도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스위스정부관광청 | 어시스턴트

막힘 없이 술술…'말발' 좋은 상담원 인정

스위스정부관광청도 OpenAI를 사용한다. 사용자가 직접 GPT-미니, 터보, 4o 버전을 선택할 수 있다.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AI인만큼 스위스 여행 일정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안녕? 나는 한국인이고 스위스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 스위스는 언제 여행하는 게 좋을까?” 어시스턴트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언제 방문해도 좋다고, 관광청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는다. 아래로는 예상되는 추가 질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버튼을 구성했다. “봄의 자연을 즐기고 싶어. 6박8일 일정 추천해줄래?”라고 묻자 취리히에서 시작해 루체른, 인터라켄, 융프라우, 체르마트, 몽트뢰로 이어지는 일정을 추천했다.

스위스관광청 AI 챗봇 어시스턴트와의 대화 내용 캡쳐  

다소 빡빡한 일정이라고 느껴졌지만 추가 대화를 통해 일정을 더하고 뺄 수 있었고,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여러 경로와 이동 수단, 예상되는 소요 시간도 안내해줬다. 이동 경로의 경우 구글맵을 통해 직관적으로 경로를 파악하고 도보나 자전거 등 다른 수단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시기별 지역 축제나 이벤트, 랜드마크, 식당과 카페 등 다양한 부분에서 추천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약 20분간의 대화가 끝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놀랍도록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뭐랄까, 대화를 하면 할수록 휴먼 터치에 목마른 기분이랄까.

 

대한항공 | 대한이

진짜 필요한 상담도 해결해줄 수 있으면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AI 챗봇 이름은 ‘대한이’다. 지난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실시한 한국 기업의 챗봇 경쟁력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대한이’ 챗봇은 ‘일반 챗봇’과 ‘스카이패스 챗봇’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대화형보다는 미리 설계된 시나리오에 따르는 버튼형에 가까운데 항공권 변경이나 취소, 수하물 분실,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 등 간단한 문의에 대해서는 직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페이지로 안내하고 있다.

대한항공 AI 챗봇 대한이와의 대화 화면 캡쳐 
대한항공 AI 챗봇 대한이와의 대화 화면 캡쳐 

대화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명확한 니즈가 있는 상담은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7월21일 인천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편 알려줘.”, “지연된 수하물은 언제 받을 수 있어?”와 같은 구체적인 문의에도 결국 기계적으로 스케줄 조회, 지연 수하물 조회와 같은 관련 페이지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대화 형태로 검색, 조회, 예약, 취소, 변경 등의 고도화된 상담 기능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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