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 계기로 관심 커져
대중 교통 정보만 제공…그마저도 정확도 낮아
중국 및 이스라엘서는 도보·차량 서비스 제공

구글이 국내 구글맵(Google Maps)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우리 정부에 5,000대 1 수준의 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면서 구글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구글맵은 지원 서비스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한 외래객 사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네이버 지도 등 토종 지도 앱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소수 언어권 여행객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맵에 익숙해진 이들은 구글맵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외래객들이 가장 불만족한 앱으로 꼽힌 이유는 무엇일까? 고정밀 지도 반출을 둘러싼 찬반 의견들은 차치하고, 외래객들이 겪고 있는 방한 관광 환경에만 초점을 맞춰 구글맵을 이용해 서울을 여행해봤다.
현지 교통 정보를 알 수 있는 지도 앱은 자유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지도 앱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앱은 구글맵이다. 전 세계 256개국에서 서비스하고, 70여개국어를 지원해 월간 이용자 수 10억명이라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최대 3개 외국어만 지원하는 토종 앱 대비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방한 외래객 사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2024년 한국관광공사 방한 외래객 대상 여행 앱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구글맵은 국내에서 ▲특정 서비스 제한 ▲신뢰할 만한 정보 미 제공 ▲접속 불안 등을 이유로 방한 여행 중 가장 불만족한 앱 1위에 꼽혔다.

방한 외래객 시장이 다변화하는 만큼 소수 언어권 여행객들도 많아졌다. 토종 앱은 소수 언어권까지 서비스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구글맵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서울을 여행했다. 구글맵의 불편함을 느끼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누릴 수 있었던 로드뷰과 3D 지도는 물론 차량과 도보 길 찾기 서비스를 누릴 수 없어서였다. 길 찾기 서비스는 대중교통이 전부였으며, 구글맵이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제공하는 탑승 금액 정보도 없었다.
그렇다고 제공하는 대중교통 정보가 정확한 것도 아니었다. 서울 무교동 본지 사무실 건물에서 강남역을 검색해보니, 토종 앱과 구글맵 모두 지하철 2호선 탑승을 동일하게 안내했지만, 토종 앱의 경우 20개 정거장 45분, 구글맵의 경우 22개 정거장 56분이 소요되는 길을 안내했다. 지하철 정거장 수가 동일한 다른 구간을 다수 검색해봐도 최종 도착 시간이 상이했다. 열차 간격 조절, 도보 이동 등 아무리 외부요인을 고려해도 토종 앱의 안내가 더 정확했다. 이는 방한 외래객의 한국 여행 일정에 차질을 안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도보 길 찾기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불만의 근원이었다. 최근 외래객 사이에서 방문 빈도가 높아진 K-POP 댄스 스튜디오나 한옥체험관 등은 주로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을 찾기 위해서는 차라리 관광안내소를 방문하는 게 빠를 정도였다.

길 찾기 서비스뿐만 아니라 관광 정보제공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없는 관광지 정보가 나오기도 했다. 명동 인근에서 구글맵에 ‘관광명소’를 검색한 결과 명동 일대에서 ‘광’ 이라는 곳이 표시됐다. 함께 추천된 ‘명동성당’, ‘영플라자’와 달리 방문자 리뷰나 사진 등 관광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으며, 주소 검색 결과 평범한 도로가 관광명소로 추천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칫 여행객이 헛걸음을 할 수 있는 요소다. 또한 홍대 거리에서 인근 명소 추천을 요청하니, 거리가 먼 북촌이 나왔고, 홍대 AK플라자 영업시간은 실제 영업시간과 다르게 표시돼 있었다. 충분히 개선 가능한 부분인데도 정확도 낮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고정밀 지도 이용과 관계없이 이용자 의견을 반영하거나 모니터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들인만큼 구글맵의 국내 서비스 미흡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구글맵을 이용해 서울을 여행하면서 겪은 불편사항은 한국이 구글에 제공한 2만5,000대 1 배율의 지도 탓도 있을 수 있겠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은 분단과 영토분쟁 등을 이유로 한국과 같은 2만5,000대 1 수준의 지도를 구글에 제공했는데, 한국에서 검색해보니 도보·차량 길 찾기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제공됐다. 심지어 정보 검열 및 감시 정책을 시행하는 중국을 대상으로 검색해도 도보·차량 길 찾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런 해외 사례에 미루어보니, 현재 요구 중인 5,000대 1 비율의 지도 데이터가 없더라도 개선 가능한 서비스 분야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