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최근 만난 여행사 취재원들의 얼굴에는 대부분 그늘이 짙었다.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1분기 실적도 겨우 방어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2분기 극심한 보릿고개에 이어 3분기 실적도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예약률이 지지부진해서다. 아직 한해의 절반도 보내지 않았고 여름 성수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자꾸만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여기저기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막상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수는 계속 상승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내국인 출국자수는 단 한 번도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적이 없다. 심지어 1월 출국자수는 약 297만명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신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매월 해외여행객들은 작년보다 늘어났는데 정작 여행사들은 정반대의 온도차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들은 어수선한 정국에 경기 침체, 고환율, 출혈 경쟁 등 외부적 요인을 실적이 부진한 이유로 꼽았지만 내심 패키지여행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 보였다. “다들 항공권 따로, 호텔 따로 예약해서 나가는 것 같다”, “글로벌 OTA들 분위기는 좋아보이더라”와 같은 볼멘소리도 던졌다. 이 와중에 자유여행을 위한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제공하는 마이리얼트립은 실제 5분기 연속 최고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1분기에는 전체 출국자수 약 740만명 중 18%에 달하는 131만명이 자사의 여행 상품을 구매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야놀자에서는 올해 1분기 거래액이 7조원을 돌파했는데 그중 여행 플랫폼에서 발생한 매출이 1,57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했다는 실적을 공개하기도 했다. 진짜 속사정은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구매자가 안정적으로 모인 것은 분명해보였고 자랑할 만한 성과였다. 

그렇다고 패키지여행을 전문으로 다루는 여행사에게 대뜸 자유여행 상품을 공략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여행 소비자들이 어디에서, 어떤 여행을 어떻게 구매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살피고, OTA에서는 제공하지 못하는 패키지여행만의 편의성과 세심한 전문성,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이면 좋겠다. 상품을 예약하고 이용하는 과정이나 결제, CS가 편리한 환경을 갖췄는지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평가해볼 일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올해 출국자수는 작년보다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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